상용화 돼도 일부 지역서만 사용 가능,…비싼 요금제에 콘텐츠 없어 ‘가성비’ 제로 논란도
일상생활과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한 이 기술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 정부는 한 단계 더 진화한 정보통신 기술로 4차 산업혁명 인프라와 관련 시장 등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 ‘반쪽짜리’도 못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게 이유다.
오는 4월 한국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로 기록된다. 다만 급히 서두른 탓에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오는 4월 8일 5G 상용화 선언식을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부 주요 관계자는 물론 핵심 업체인 삼성전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의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로 기록된다.
상용화 선언 행사는 당초 3월 28일로 예정돼 있었다. 이통3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5G 영상통화를 하면서 5G 시대 개막을 알리고, 다음날인 29일부터 일반 가입자를 모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행사와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상용화 필수요건은 이동통신망, 단말기, 요금제인데 3월 말까지도 준비가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전파는 지난해 12월 1일 기업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B2B) 제한적 송출을 했지만 문제는 단말기와 요금제였다. 삼성전자가 5G 상용화의 핵심인 ‘갤럭시S10 5G’을 일찌감치 내놓기로 했지만 “안정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일정을 뒤로 미뤘다. 요금제의 경우 상용화 일정에 큰 영향을 준 건 아니지만 이동통신3사가 고가 요금제 위주로 설정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반려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버라이즌사가 돌연 오는 4월 11일 5G 단말기를 내놓겠다고 발표해서다. 중국의 로욜은 이보다 더 앞설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돌면서 정부와 삼성전자, 이통3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코앞에서 ‘세계최초’ 타이틀을 놓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상용화 작업에 속도가 붙은 건 이때부터다. 정부와 업계가 강행군을 거듭했고 불투명했던 스마트폰 출시 날짜, 요금제 심의, 공식 상용화 일정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동안 꾸준히 상용화 작업 속도를 높여오긴 했지만 최종 결정은 모두 3월 28일 기준으로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이뤄졌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한 구색은 갖췄지만, 최소 수년 동안은 ‘반쪽짜리’도 못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 나온다. 기업부터 일반 소비자까지 누구나 5G를 쓸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쓸모는 없다는 강도 높은 지적도 힘을 보탠다.
오는 4월 5일부터 삼성전자 매장이나 통신 3사 대리점, 온라인 마켓에서 5G스마트폰을 살 수 있지만, 5G를 전국 어디서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출시일 기준으로 SK텔레콤과 KT의 5G망은 전국 85개 시, LG유플러스 5G망은 서울과 수도권, 전국 5대 광역시에 구축된다.
5G망이 있는 지역이더라도 도심을 벗어나거나 건물 안 등에서는 한동안 5G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이 남아 있을 예정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5G 전국망 완성 시점은 3년 뒤로 추정하고 있다”며 “그동안 5G로 메시지나 영상, 파일 등을 보내더라도 5G망 바깥에선 LTE로 다운로드 하게 된다”고 말했다.
5G 대중화와 직결되는 ‘가격’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요금제가 첫 번째다. 통신요금은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정부 인가를 받고,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인가 내용을 기준 삼아 요금제를 신고한다. 최근 SK텔레콤은 과기정통부에 5G 요금제 인가신청서를 다시 냈다. 기존에 제시한 요금은 △7만 5000원 기본제공 데이터 150GB △9만 5000원 200GB △12만 5000원 300GB으로 고가 요금제 중심이었는데, 정부의 요구에 따라 5만 5000원 요금에 기본 데이터 8GB를 제공하는 중저가 요금제를 추가했다.
문제는 5만원 대 요금제로는 5G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4K나 8K UHD(초고화질) 영상은 1시간 시청 기준으로 10~20GB가 필요하다. 기본 제공량으로는 영상을 1시간도 채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5만 원 대 요금제와 바로 상위 요금제인 7만원 대 요금제를 비교하면 가격은 2만 원 차이가 나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15배 차이가 난다. 5G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결국 고가 요금제를 써야한다. 단말기 가격도 만만치 않다. 5G를 이용하려면 삼성전자의 갤럭시S10을 무조건 구입해야 하는데, 갤럭시S10 5G 가격은 150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고 단말기를 산다고해도, 사용할 수 있는 5G전용 콘텐츠나 서비스가 없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5G 상용화 카운트다운에 맞춰 여러 분야 업체들과 콘텐츠, 서비스 제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업계 얘기는 다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대표적인 5G 콘텐츠 가운데 하나는 VR인데 제작하는 입장에선 선뜻 나서고 싶진 않다. 집중도도 낮고 데이터 사용량도 커질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 호응도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서둘러 만든다고 해도 콘텐츠나 서비스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수년 동안은 5G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시청하는데 대부분 활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이 경우엔 기존 LTE를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5G가 LTE보다 20배 속도가 빠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상 속도다. 실제로는 LTE와 비교해 1.5~2배 정도 빠른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반 사용자는 체감도 하지 못할 정도”라며 “5G가 완전히 자리잡는 동안 보완해야할 기술이나 새로 개발해야 할 것들이 상당해 소비자, 통신사, 관련업체 모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도 “시작단계인 점을 고려해도 ‘일단 세계 최초 타이틀은 따 놓고 보자’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최초가 가지는 의미가 크지만 최고가 될만한 내실을 갖췄는지 의문이다. 현재로선 불완전판매나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