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0일 무학은 대선주조의 주식 공개매수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대선주조의 경영권 획득에 나섰다. 무학은 이미 확보한 21.9%의 지분과 합쳐 전체 66만9천4백69주의 50% 이상을 확보한다는 방침에 따라 지난 6월12일부터 동원증권 각 지점을 통해 대선주조의 보통주식 22만1천8백80주(33.1%)를 주당 2만5천원에 선착순 매입에 나섰다. 하지만 무학측은 40% 정도도 안되는 주식매집에 그쳤다.
생각보다 호응이 적은 것. 이에 따라 인수합병전은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상장 폐지 당시 대선의 주식은 주당 1만6천원 정도였다. 이런 주식을 주당 2만5천원에 사준다니 기존 주주들에겐 상당한 호조건이다. 무학측은 55% 정도의 대선 주식을 확보하는 데 77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부산시장의 85%, 연간 1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대선을 인수하는데 77억원 정도의 ‘사냥 자금’만 쓴다면 해볼만한 게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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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대적 인수합병 논란을 일으키며 일전을 불사 하고 있는 소주업체 대선과 무학의 대표브랜드 인 ‘시원소주’(대선·왼쪽)와 ‘화이트’(무학). | ||
바로 이 점 때문에 무학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협상을 통한 인수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학 관계자는 대선 인수 시도 이유가 “생존권 확보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이 회사가 부도가 난 이후 롯데나 창원의 S기업 등 대기업을 상대로 회사 매각 제의를 벌인 것이 무학의 위기 의식을 부추겼다”는 것.
롯데 등 대기업이 대선 인수를 통해 소주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대선과 무학이 사이좋게 나눠가졌던 부산 경남 시장의 시장 판도는 단숨에 바뀌고 무학의 경우, 존폐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선측은 무학의 인수시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무학이 구조조정으로 경영정상화를 눈앞에 둔 회사의 경영권과 국내 소주 시장의 대표 브랜드인 시원소주를 헐값에 인수하기 위해 비양심적인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라는 주장.
비록 상장 폐지는 됐지만 지속적인 영업이익 실현으로 독자생존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어 곧 재상장 가능성이 높은 대선을 무학이 거저 먹으려 한다는 것.
이들은 무학이 공개매수 선언을 하기 이전에 대선의 주식 5% 이상을 매집한 것은 불법이라며 “무학의 불법적인 주식매점에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혀 이들의 인수합병전은 법정공방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무학쪽에선 주식 매집에 위법한 사항이 없었다고 대응하고 있다. 무학의 한 관계자는 “대선주조는 4월26일자로 회사 정리기간이 끝났다. 또 4월27일로 상장이 폐지됐기 때문에 인수합병의도로 주식을 대량매집해도 신고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주식 매집이 6월3일부터 준비해 6월6일부터 6월10일까지 장외시장에서 21.9%의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 하지만 대선쪽에선 공개매수 선언 이전에 무학이 매집한 21.9%의 지분이 상장 폐지 전에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공개매수 선언으로 무학이 30% 이상의 지분을 공개매집한다고 해도 인수합병 자체가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21.9%의 지분이 증권당국에 의해 불법이라고 판정되면 무학은 이중 5%에 해당하는 지분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선의 움직임에 대해 무학쪽에선 총공세로 나가고 있다. 공개 매수에 나서는 한편 경영진 교체를 위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했고, 조만간 부산지방법원에 회계장부 및 등사를 청구해 지난 97년 부도 당시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 채권채무 처리과정에서의 장부조작 등 불법 사실 여부를 파악해 경영진에게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것.
무학에선 대선측이 지역 신문에 ‘불법적인 주식 매수’란 주장을 펴는 한편, 무학이 신설 자회사를 통한 모회사 불법주식 취득, 소유와 경영 일원화, 소비자보호사업 및 종업원복지 외면 등 경영 투명성과 관련한 8가지 문제점들을 지적,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무고죄 및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 법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대선측도 법무법인 김앤장을 법정대리인으로 선임, 인수합병 저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번 인수 합병전을 지휘하고 있는 무학의 최재호 사장과 대선의 최병석 회장은 인척간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이 최 회장의 오촌당숙뻘이라는 것.
때문에 이번 무학-대선의 적대적 기업인수합병 시도가 더욱 드라마틱해지고 있다. 생존을 위해 대선을 인수한다는 무학이나 생존을 위해 경영권 방어에 나선 대선의 싸움이 어떤 결과로 끝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