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파랑색, 겨울엔 오렌지색 침구 ‘강추’…보라·자주색은 꿀잠 방해 ‘비추’
일본의 컬러 컨설턴트 미나미 료코 씨는 잠이 잘 오는 계절별 침실 색상을 제안했다. 그가 봄을 맞아 추천하는 색은 안정감을 주는 초록색이다.
“침실 공간의 색상이 수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아는가. 예를 들어 “벽지나 커튼, 침대 커버, 이불 색이 당신의 잠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됐다. 약 2000가구를 대상으로 색과 수면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숙면 비율이 높은 침실의 색깔은 파랑, 노랑(크림옐로 계열), 초록, 실버, 오렌지 순이었다. 반면 보라·자주색 톤의 침실에서는 불면증에 걸리기 쉬웠으며, 갈색이나 회색 톤에 가까울수록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
일본의 컬러 컨설턴트 미나미 료코 씨는 “색이 주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색은 시신경을 통해 대뇌에 전달되는데, 호르몬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와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편도체, 그리고 기억력을 관장하는 해마를 자극한다. 요컨대 색에는 정서를 안정시키고, 의욕을 고조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 보고에 따르면, 파란색 계열의 침실에서는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 52분으로 가장 길었다. 아울러 “행복도도 높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나미 씨는 “파란색은 심박수와 혈압을 떨어뜨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며 “불면증이 있을 땐 침실을 파란색으로 꾸미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다만 고령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차가운 느낌을 주는 컬러, 한색(寒色)과 따뜻한 느낌의 난색(暖色)은 실제로도 체감온도가 다르다. 가령 한색의 대표격인 파랑과 난색의 대표인 빨강을 바라볼 때 체감온도의 차이는 3℃ 이상이다. 따라서 체온 유지에 취약한 고령자의 경우, 추운 계절에는 가급적 파란 색 인테리어는 피하는 게 좋다.
영국에서 200가구 대상으로 색과 수면 관계를 조사한 결과 보라·자주색 톤의 침실에서는 불면증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덧붙여 미나미 씨는 ‘잠이 잘 오는 계절별 침실 색상’도 제안했다. 신록의 계절, 봄을 맞아 추천하는 색상은 초록색. 온도 면에서 초록은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중성색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색이기도 하다. 연구에 따르면 “초록색으로 꾸민 침실에서 자는 사람은 긍정적인 기분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보고도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느낌의 파랑이 숙면을 위한 최고의 색이다. 반대로 겨울에는 방에 포근함을 더해주는 크림옐로나 오렌지색을 추천한다. 이들은 휴식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불면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 숙면 베스트 색상 4위인 실버도 ‘달빛’을 연상시키는 색으로, 수면에 좋은 작용을 한다.
한편 ‘침실 공간을 한 가지 색으로 채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 해도 침구와 커튼, 카펫 등은 되도록 비슷한 계열로 골라보자. 미나미 씨에 의하면, 파랑과 빨강처럼 극명하게 대비되는 색은 심리적 안정감을 떨어뜨린다. 두 색의 영향력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란다. 파랑은 진정 작용이 있어 쉽게 잠들게 하지만, 빨강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긴장과 활력, 혼란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색이든 장단점이 존재한다. 빨간색의 경우 각성을 높여주는 반면, 긴장이 증대되므로 수면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이점을 활용해 아침잠을 깨는 데 도움을 받을 순 있다. 커피를 마시는 머그컵에 빨간색을 도입한다든지, 일어나자마자 손으로 잡는 물건의 색을 빨강으로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핑크색은 빨간색과 달리 수면에 적합한 색이다. 특히 연분홍, 아이보리 같은 파스텔컬러는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와 관련, 미나미 씨는 “색은 시각뿐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감지된다”며 “파자마나 속옷 등 잠잘 때 입는 옷에도 베스트 색상을 최대한 활용해보라”고 조언했다.
반대로 워스트 색상은 가급적 침실과 파자마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하자. 자주·보라색 계열은 영감을 자극하므로 악몽을 꾸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갈색과 회색은 고립된 기분이 들게 한다. 질 좋은 수면을 취하고 싶다면, 먼저 침실 공간의 색상을 재검토하는 것이 첫 번째다.
덧붙여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이 있다. 앞서 “블루계열은 진정작용을, 따뜻한 난색계열은 각성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는 어디까지는 물체의 색에 한해서다. 빛의 색은 이 공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PC, LED 조명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청색광)는 각성 상태를 유도해 수면을 방해한다.
푹 잠들고 싶은 사람은 저녁 시간 이후 블루라이트를 피하는 게 상책.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때도 초록색은 상관없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쥐실험을 통해 “밤에 녹색 조명을 받으면 수면에 들기까지의 시간이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일본 에히메현립 의료기술대학 연구팀은 “녹색 조명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정신적 피로를 덜어준다”고 밝힌 바 있다.
신록의 계절 봄, 숙면을 취하는 열쇠는 다름 아니라 ‘초록색’을 가까이 하는 일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쾌면으로 이어지는 색’ 랭킹 베스트 5 1위 파란색 (수면시간 평균치 7시간 52분) 2위 크림옐로 (수면시간 평균치 7시간 40분) 3위 초록색 (수면시간 평균치 7시간 36분) 4위 실버 (수면시간 평균치 7시간 33분) 5위 오렌지 (수면시간 평균치 7시간 28분) ‘수면을 방해하는 색’ 랭킹 워스트 3 1위 보라색 (수면시간 평균치 5시간 56분) 2위 갈색 (수면시간 평균치 6시간 5분) 3위 회색 (수면시간 평균치 6시간 12분) |
숙면에 좋은 침실 온도는 18도 좀처럼 잠을 못 이루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면 침실의 온도를 확인해보자. 지난해 11월 WHO(세계보건기구)는 주택과 건강에 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권고에 의하면 “추운 날씨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실내 적정온도는 18도”다. 만약 기온이 18도 이하로 떨어지면 순환기 질환과 감염증 등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 관점에서는 고온과 저온 양쪽 모두 각성 작용을 높여 숙면을 방해한다. 이와 관련, 게이오기주쿠대학 이카가 슌지 교수는 “특히 고령자일수록 저온의 영향을 받아 수면의 질이 저하되기 쉽다”며 “침실의 경우 최저 13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