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회피하려 도로개설 분할“
이 사업은 제주특별법 및 환경영향평가조례에 의한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 범위인 ‘2km 이상의 도로 신설’에 해당돼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제주도는 사업시행구간을 분할해 우선시행구간으로 서홍로와 동홍초등학교를 잇는 1.5km 구간에 대해 공사를 계획하고, 이 구간의 길이는 환경영향평가 대상범위인 2km를 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제주도가 서귀포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사업 쪼개기’를 통해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외천-천지연 구간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제주환경운동연합은 4일 논평을 통해 “사업 쪼개기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한 셈”이라며 “도로개발사업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고 편법을 동원한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도로건설 부서의 안일한 환경인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해안에 개설된 해안도로 대부분은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공사가 진행됐다. 현재 문제가 되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처럼 환경영향평가 대상범위보다 짧은 길이로 분할해 사업을 시행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번영로(당시 동부관광도로) 확장사업 역시 환경영향평가 대상이지만 이를 회피해 위법적으로 공사가 이뤄진 사례”라며 “제주시 건입동에서 서귀포시 표선면 사이 35.9km 구간을 넓히는 대형사업이었지만 제주도는 당시 도로확장인 경우 환경영향평가 대상범위인 10km 보다 짧게 구간을 5개로 분할해 추진하면서 당시 우리단체가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현재 정무부지사인 안동우 당시 도의원이 2004년도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해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구간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했고 도로확장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대상범위를 ‘10km 이상’에서 ‘5km 이상‘으로 조례를 개정하기로 했었다”고 밝혔다.
또한 “조례 개정은 미뤄져 오다가 지난 2017년 조례 개정을 통해 ’2km 이상의 신설, 5km 이상의 확장‘인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는 내용으로 강화됐다. 이처럼 매우 어려운 과정과 논란 속에서 제도가 정비되고, 행정의 잘못된 전례가 고쳐지는가 싶더니 또 다시 행정당국이 잘못을 반복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 구간에 위치한 소나무 숲. 훼손이 불가피한 수목을 이식해 보전하기 위한 계획은 마련돼 있지 않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번에 계획된 서홍로와 동홍초등학교를 잇는 1.5km 구간은 천지연 폭포로 이어지는 연외천과 정방폭포를 잇는 동홍천을 관통한다. 6차선 폭 35m의 도로공사로 두 하천의 생태계와 경관 훼손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보전대책은 수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사구간에는 소나무림이 울창한 도시숲이 있지만 모두 베어져 없어질 처지”라며 “1.5km 공사구간에 훼손수목을 이식해 보전하기 위한 계획은 단 한그루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공사구간에는 서귀포학생문화원과 서귀포도서관, 제주유아교육진흥원, 서귀포외국문화학습관 등 주로 학생들과 시민들이 이용하는 교육관련 시설이 밀집돼 있다. 도시우회도로는 이들 교육시설 바로 앞으로 관통하는 것으로 계획돼 이용자의 안전문제와 시민들의 학습권 및 교육환경 침해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 도로의 신설계획은 1965년도에 수립된 도시관리계획을 근거로 하고 있다. 50년이 훨씬 넘은 당시 계획을 근거로 도로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도로계획은 서귀포시 도심지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계획이어서 도시를 우회하는 도로의 역할과 기능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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