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 “버닝썬에 몇 번 가본 적도 없고, 경영에 참여하지도 않았다”...SK그룹과 버닝썬 직접적인 관계 확인된 바 없어
최 씨는 지난해 3∼5월 마약 공급책인 이 아무개 씨로부터 15차례에 걸쳐 고농축 대마 액상을 구매해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씨는 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다른 공급책으로부터 대마를 구입한 혐의도 추가로 받고 있으며 해당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지난 3일에는 인천지방법원에서 최 씨에 대한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가 열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 씨가 반성의 의미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아 서류 심사만으로 최 씨의 구속을 결정했다. 법원 측은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 이유를 설명했다. 버닝썬 사태 후 마약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크게 늘고 있어 한동안 SK그룹도 구설수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SK 사옥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여기에 SK그룹 입장에서 부정적인 소식이 추가로 확인됐다. 버닝썬 사내이사인 A 씨가 과거 아트센터 ‘나비’에서 근무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트센터 나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 노소영 씨가 2000년 개관한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으로 서린동 SK 사옥 4층에 위치한다.
A 씨는 2009년 아트센터 나비에 입사해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이후 2017년 9월 르메르디앙 호텔에 개관한 M컨템포러리 갤러리 관장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르메르디앙 호텔은 클럽 버닝썬이 위치한 곳으로 호텔 운영법인인 전원산업은 버닝썬 지분 42%를 갖고 있다. 즉 A 씨는 르메르디앙 호텔 주요 시설인 M컨템포러리 관장과 버닝썬 이사를 동시에 맡은 셈이다.
아트센터 나비에서 근무하는 등 줄곧 미술계에 종사한 A 씨가 버닝썬 이사가 된 점은 특이하게 보인다. M컨템포러리 전시회에 버닝썬 이사 출신인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가 오디오 가이드로 참여하고, M컨템포러리 행사에 버닝썬을 적극 활용하는 등 사업 교류가 적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굳이 A 씨가 버닝썬 이사가 아니어도 사업적 교류는 충분히 가능하다. A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4~5년 전에 아트센터 나비를 퇴사하고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입찰을 통해 르메르디앙 호텔에 들어갔다. 당시 호텔에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M컨템포러리가 먼저 개관하고 버닝썬이 문화·예술·음악 등을 하나로 하는 문화 콘텐츠가 된다는 내용을 들었다. 그래서 믿을만한 사람을 이사로 세워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에게 이사가 돼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버닝썬에 몇 번 가본 적도 없고, 경영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르메르디앙 호텔 관계자는 “연예인인 승리가 클럽을 운영한다고 하니까 우리가 임대 주는 입장에서 투자도 해봐야겠다 해서 투자한 것”이라며 “M컨템포러리와 버닝썬의 관계는 우리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어서 잘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버닝썬과 마약 관련 온갖 뉴스에 각종 추측까지 더해지면서 SK그룹이 한 두 번씩 언급되고 있다. 물론 최영근 씨나 SK그룹과 버닝썬의 직접적인 관계는 확인된 바가 없다. 최 씨에게 마약을 전달한 사람도 A 씨가 아니고, 경찰에서도 A 씨와 관련한 수사는 특별히 진행 중인 게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SK그룹 차원에서 아트센터 나비 경영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SK그룹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오너 일가의 대마 흡입 또한 사실이기에 국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마약 스캔들’ 주인공 최영근 씨는 누구? 최근 대마 구입 및 흡입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최영근 씨는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의 외아들이다. 최윤원 전 회장은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장남이다. 따라서 SK그룹이 장자승계 원칙을 따랐다면 최영근 씨의 SK그룹 회장 취임도 가능했다. 그러나 최종건 창업주 별세 후 SK그룹의 경영권은 그의 동생인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에게 넘어갔고, 차기 회장 자리는 최종현 전 회장의 아들 최태원 현 SK그룹 회장이 물려 받았다. 최영근 씨가 보유한 SK(주) 지분은 0.3%에 불과해 훗날 SK그룹 경영권이 영근 씨에게 돌아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987년생인 최영근 씨는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 졸업 후 미국 패션 브랜드 베라왕에서 인턴십 과정을 거쳤다. 그는 2011년 한국으로 귀국해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제대 후인 2014년에는 SK디스커버리(옛 SK케미칼)에 입사했고, 2017년 말부터는 SK D&D 인사팀 매니저로 근무 중이다. 박형민 기자 |
또 다른 재벌 ‘마약 스캔들’ 정현선 씨는? 경찰은 최영근 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이 아무개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현대가 3세인 정현선 씨도 대마 액상을 구매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경찰은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정 씨를 불구속 입건했으며 귀국하는 대로 조사할 방침이다. 정현선 씨의 아버지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내 아들인 정몽일 현대미래로 회장이다. 정몽일 회장은 1남 1녀를 뒀는데 정 회장의 장녀이자 현선 씨의 여동생인 정문이 씨도 2012년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1989년생인 현선 씨는 2017년 현대미래로 계열사인 현대기술투자에 입사해 현재 상무로 재직 중이다. 현대기술투자 측 설명에 따르면 현선 씨는 현대기술투자의 모회사 현대엠파트너스의 메티스커뮤니케이션 및 프레스토라이트아시아 인수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주요 관심 분야는 ICT, 제조 및 유통, 콘텐츠 서비스 등으로 전해진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