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에 ‘부당대출’…IB 최대 고객사와 관계 틀어질 수도
한국투자증권의 SK실트론 지분인수금융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경징계로 결론내면서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 여의도 소재 한국투자증권 건물 전경. 박은숙 기자
2017년 특수목적법인(SPC) 2곳이 기존 주주였던 보고펀드로부터 SK실트론 지분 29.5%를 인수한다. 두 SPC는 각각 한국증권과 삼성증권이 설립했다. 두 증권사는 두 SPC에 돈을 빌려주면서 최 회장의 SK㈜ 지분을 담보로 잡았다. 두 SPC는 최태원 SK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는다. SK실트론 주식과 관련한 손실 위험과 차익 기회를 모두 최 회장이 갖는 내용이다.
이 같은 TRS 거래는 자본시장에서 꽤 흔한 구조다. 문제는 한국증권이 투입한 자금을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데서 비롯됐다. 자본시장법은 한국증권과 같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 자금을 개인에 대출해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증권은 ‘기업대출’이라고 항변했지만, 금감원은 결국 최종수익자인 최 회장에 대한 ‘개인대출’로 판단했다. 한국증권이 발행어음 자금만 투입하지 않았더라도 당국이 개입할 명분이 없었던 셈이다. 이렇게 되면 SK실트론 지분 29.5%를 소유한 주체가 SPC가 아닌 최 회장이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기업계열 비상장 회사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를 넘을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된다.
이번에 판단을 내린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원장의 자문기구로 심의결과 그 자체는 법적 효력이 없다. 최종 제재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SK는 올 초 태광그룹에서 유선방송사 티브로드를 인수했고, 통신부문의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연내 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 변경 작업도 유력하다. SK는 투자은행 일감이 가장 많은 대기업으로 꼽힌다. 한국증권의 실수로 최 회장이 어떤 형식으로든 피해를 입는다면 SK와 껄끄러운 관계가 될 수 있다.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인 SK실트론은 SK하이닉스가 주고객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부분에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2020년 6조 원, 2022년 10조 원으로 끌어올리는 청사진을 최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2000억 원에 매입한 최 회장의 지분가치는 5년 만에 15배가 불어난 3조 원이 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