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장정석 감독 2세로도 유명한 장재영 “야구 시작한 건 오로지 내 의지였다”
덕수고 2학년 우완투수 장재영. 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한국의 대표적인 왼손 투수가 류현진이라면 앞으로 오른손 투수의 대표는 장재영이 될 것이다.”
미국 LA에서 만났던 노경은이 덕수고 야구부 선수들과 개인 훈련을 하면서 눈여겨 봤던 장재영(2학년)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다. 노경은은 연습 경기에서도 153km를 던지는 장재영의 투구에 흠뻑 빠졌다고 고백했다. 전체적인 하드웨어, 부드러운 투구폼, 부상 없는 몸 상태와 마운드에서 보이는 자신감은 선배의 눈에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됐다. 노경은은 “속구의 무브먼트가 엄청났다. 지금도 대단한데 앞으로 학년이 올라가면 얼마나 더 성장해나갈지 무서울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덕수고의 파이어볼러 장재영을 두고 아마추어 야구계에서는 ‘신이 내린 재능’을 가진 투수라고 표현한다. 187cm, 92kg의 단단한 체격을 자랑하는 그는 단순히 스피드만 좋은 투수가 아니라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도 뛰어나다. 고교 야구 감독들은 저마다 선동열-박찬호를 이을 우완 강속구 투수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6월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고교 1학년인 장재영의 신분 조회를 하기도 했다. 장재영이 등판하는 날에는 프로야구팀은 물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포수 뒤에 앉아 유망주의 투구를 직접 관찰한다. 장재영이 특히 눈길을 끄는 건 그가 바로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의 아들이라는 사실 때문. ‘일요신문’에서 장재영을 만나봤다.
장재영. 사진=일요신문
–고교 1학년 투수가 최고 153km의 속구를 던져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는데 어느새 2학년이 됐다. 여전히 구속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들었다.
“LA 전지훈련 동안 154km가 나왔다. 감독님은 몸을 잘 만들어 놓으면 구속을 더 올릴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2학년이 되니까 좀 더 신경이 쓰인다. 1학년 때는 1학년이니까 못해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지만 2학년은 못해도 핑계 댈 말이 없지 않나.”
–자신의 장점을 꼽는다면?
“강속구다. 상대 타자는 내가 강속구 투수라는 걸 잘 알고 나오지만 제구되는 빠른 볼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그게 내 장점이다.”
–원래부터 구속이 빠른 편이었나.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유격수를 봤다. 투수는 중3 때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공이 빠른 편이 아니었다. 당시 144km 정도의 구속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속을 늘린 건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보강 운동하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셨다. 기본적인 튜빙이나 코어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학교 훈련 외에 집에서 개인 훈련을 했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경기 전날, 등판 날, 경기 다음날에 따라 행하는 보강 운동이 다 다르다. 그 보강 운동을 빠트리지 않고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야구를 하게 된 건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었나.
“아버지가 야구인이시니까 자연스레 야구를 접하게 됐지만 야구를 선택한 건 전적으로 내 의지였다. 오히려 아버지는 내 선택을 반대하셨다. 운동보다는 공부하기를 바라셨는데 내가 고집을 꺾지 않았더니 나중에 허락해주시더라.”
–처음부터 투수가 아닌 야수로 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당연히 투수가 꿈이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공을 많이 던지면 팔꿈치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런 판단은 부모님의 조언이 컸다. 돌이켜보면 야수를 했던 게 투수하는데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아직까지 부상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1학년 선수들은 주전으로 뛰기 어려운 편인데 1학년때 부터 주전으로 활약했다.
“감독님이 좋은 기회를 많이 주셨다. 감독님이 기회를 주지 않으셨다면 야구 선수로 더 크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구속과 제구 중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구. 아직 내 제구가 불안한 상태다. 제구 잡는 게 쉽지만은 않다. 전지훈련 동안 제구 잡는데 중점을 두고 운동했는데 제구가 안정되면 구속이 떨어지고, 구속을 올리면 제구가 안 잡히고…. 여전히 나한테는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스토리다. 아버지가 장정석 감독인데 프로야구팀 감독을 맡고 있는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배경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이)정후 형을 만난 적이 있었다. 정후 형 아버지가 이종범 코치님이라 개인적인 궁금증을 갖고 정후 형에게 물어봤었다. ‘누구의 아들’이란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정후 형은 ‘이종범의 아들’로만 머물지 않고 아버지가 ‘이정후의 아버지’로 불릴 수 있게끔 노력하는 중이라면서 그런 배경을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오히려 더 자랑스러워하라고 조언해줬다. 내가 잘한다면 누구의 아들이 아닌 누구의 아버지로 불릴 거라면서 말이다. 정후 형의 그 말이 굉장히 큰 힘이 됐다.”
–아버지가 경기장에 온 적이 있었나.
“지난해 딱 한 번 오셨던 것 같다. 아버지도 바쁘시고 시즌 때는 따로 시간 내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가 지켜보면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다.”
– 어렸을 때부터 메이저리그 선수를 꿈꿨다는 게 사실인가.
“야구하는 모든 사람의 꿈이 아닌가. 메이저리그 무대는. 특히 류현진, 추신수 선배님처럼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한국 선수들을 보며 성장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고교 졸업 후 한국 프로야구보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계획하고 있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 진로 관련해서는 감독님, 부모님과 상의 후에 결정할 것 같다. 지금은 덕수고 야구부 선수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좋아하는 투수는 누구인가.
“류현진 선배님이다. 류현진 선배님이 나오는 경기는 빠짐없이 챙겨 보는 편인데 마운드에서 경기 운영하는 법, 타자 상대할 때 패스트볼과 변화구 던지는 타이밍, 그리고 성적이 좋은 타자가 나왔을 때 대처하는 부분 등 경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본다.”
–투수한테 가장 중요한 덕목을 꼽는다면?
“자신감인 것 같다. 마운드에 섰을 때 내가 세상에서 가장 공을 잘 던지는 투수라고 마인드 컨트롤할 수 있는 자신감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을 던진다면 똑같은 공이라고 해도 상대 타자가 더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야구가 하기 싫거나 슬럼프에 빠진 적은 없었나.
“단 한 번도 야구하기 싫은 적이 없었다. 종종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지만 그 또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였다. 예상보다 성장 속도가 더딜 때, 구속이 마음먹은 대로 증가하지 않을 때 힘들기도 하지만 금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야구 선수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한국의 오른손 투수 중 가장 잘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다. 그래서 후배들이 ‘장재영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그들의 롤 모델이 되는 게 꿈이다.”
장재영의 아버지는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이다. 사진=연합뉴스
장재영은 휴대폰이 없다. 덕수고 야구부의 방침에 따라 휴대폰을 장만하지 못했다. 카카오톡 등 SNS는 아이패드를 이용한다고 말한다. 휴대폰이 없어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야구를 더 잘할 수만 있다면 휴대폰 없는 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려준다. 장재영이 어떤 마인드를 갖고 야구를 대하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이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들 장재영의 진로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대답한 바 있다.
“언론을 통해 아들 얘기가 소개되는 게 부담스럽다. 재영이도 나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조심스럽기만 하다. 사실 재영이와 한 팀에서 감독과 선수로 만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같이 한 팀에서 야구하는 것도 꿈이고. 그러나 정말 잘해서 류현진처럼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모든 건 덕수고 정윤진 감독한테 맡겨 놨다. 지금은 아들이 가는 방향을 지켜보고 싶다. 2학년 중반 쯤 시간이 된다면 아들로부터 자신이 가고자 하는 진로에 대해 직접 들어볼 예정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의 소원은 이뤄질 수 있을까 전자랜드 앨리펀츠 유도훈 감독. 사진=일요신문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인천 전자랜드와 창원 LG의 경기에서 86-72로 승리를 거둔 인천 유도훈 감독은 경기 종료 직후 강상재에게 볼 뽀뽀 세리머니를 선물했다. 강상재의 1차전 승리 공약이었는데 유 감독이 주도(?)하며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유 감독한테 이날 승리는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1차전 승리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이 77.3%라는 통계도 존재했지만 프런트, 선수단, 감독, 코칭스태프가 똘똘 뭉쳐 이뤄낸 값진 승리였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2009-10시즌부터 팀 수석코치로 부임 후 감독대행을 거쳐 사령탑에 올랐다. 수석코치 시절부터 전자랜드와 함께 한 시간이 무려 10년.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적이 없었다. 2010-11시즌에도 정규시즌 2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당시 만난 전주 KCC에 2승 3패로 패하는 바람에 챔프전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그런 아픔을 절대 잊지 못하는 유 감독으로선 LG와의 1차전이 정말 중요했고 간절했다. “10-11시즌에 챔프전에 오르지 못한 건 전적으로 내 잘못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팀이 우승을 못 하고 있는 것도 감독 책임이다. 선수 생활하면서 우승을 경험한 적이 있었지만 감독 되고 나서는 그 맛을 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내가 더 간절하다. 하지만 우승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 외국인 선수도 잘 뽑아야 하고, 승부처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 국내 선수들이 한두 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 우리 팀은 비슷한 어려움을 계속 반복해왔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고 말한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지만 1차전 승리의 수훈갑인 찰스 로드와 기디 팟츠가 건재하고 부상에서 돌아온 강상재, 정효근, 차바위, 김낙현, 이대헌 등 국내 선수들의 호흡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포스트시즌처럼 단기전은 분위기가 넘어올 때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지금 우리가 그렇게 해야만 하고 우리한테 유리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LG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치르고 올라온 터라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유 감독은 감독으로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외국인 선수와의 ‘밀당’이라고 말했다. 1차전에서도 유 감독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찰스 로드, 기디 팟츠의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경기 중에도 끊임없는 대화를 나눴다. “외국인 선수를 우리의 시각으로 대하면 절대 가까워질 수 없다. 그들의 시선에서도 바라봐야 한다. 그래도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 팀 선수고 내 제자다. 외국인 선수, 국내 선수로 나뉘지 않고 같은 선수라고 생각하고 대하는 편이다.” 유 감독은 6일부터 치르는 2차전까지 잡는다면 3전 전승으로 챔프전 진출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3차전부터 창원 원정이라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과연 유 감독의 챔프전 한은 올 시즌 이뤄질 수 있을까?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