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총수일가 중 비교적 자유로운 유일한 현직, 한진칼 상속·인하대 학적 등 과제 산적
현재로선 고인의 외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정리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원태 사장은 고인의 세 자녀 중 2003년 한진정보통신에 입사해 2017년 1월 대한항공 사장으로 승진했고 한진그룹 총수일가 중 현재 유일하게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2017년 6월 열린 대한항공, 델타 조인트벤처 협약식. 오른쪽부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 사진=대한항공
또한 조 사장은 지난해 불거진 한진그룹 총수 일가 불법·갑질 문제와 관련해 특별하게 회자된 적은 없어서 총수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서 승계에 대한 부담도 비교적 덜하다.
당초 한진그룹 3세 승계 구도는 조양호 회장의 외아들 조원태 사장이 한진그룹 일부와 대한항공을,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호텔사업을,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진에어를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부터 조현민 전 전무의 이른 바 ‘물컵 갑질’을 계기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탈세, 폭행, 횡령 등 각종 불법행위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로 인해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씨는 일우재단 이사장에서 사퇴했고 조현아·현민 자매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조양호 회장은 사망 전까지 270억 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 혐의와 약사법 위반 혐의로 사망 전까지 재판을 받아 왔다. 관세청은 지난해 12월 이명희 전 이사장,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 등 세 모녀와 대한항공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법은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을 열 예정이다.
조현아·현민 자매가 당장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래서 나온다. 특히 조현민 전 전무는 미국 국적자인 만큼 저가항공사(LCC) 진에어의 경영일선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행 항공안전법은 외국인이 국내 항공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거나 항공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면 항공기를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전 전무가 부사장이자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진에어는 국적 항공사 면허 박탈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었다.
조원태 사장도 악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조 사장은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부정 편입학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점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조 사장이 1998년 인하대학교에 부정한 방법으로 편입학하고 졸업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편입과 졸업을 모두 취소하라”고 인하대에 통보했다.
인하대를 운영하는 정석인하학원은 같은 해 10월 서울행정법원에 교육부를 상대로 ‘조사결과 통지 취소 소송’을 냈다. 이 소송 결과에 따라 조 사장의 학사 학위 자격 여부가 결정된다. 이런 가운데 인하대 총동문회는 지난달 27일 조 사장을 총동문회에서 제명하는 등 조 사장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진그룹을 승계하려면 고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아야 한다.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함에 따라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크게 ‘한진칼→대한항공·㈜한진→손자회사’로 구성돼 있다. 한진칼만 장악하면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이달 현재 총수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을 보면 각각 고 조양호 회장 17.84%, 조원태 사장 2.34%, 조현아 전 부사장 2.31%, 조현민 전 전무 2.30%다.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세 자녀의 경영권 분쟁이나 충수일가의 지분율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진칼은 현재 한진그룹의 경영권 쇄신을 요구하는 2대주주 KCGI(13.47%)와 국민연금(7.34%)의 지분율을 합산하면 20.81%에 달해 총수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하거나 더욱 견제를 강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례로 지난 3월 27일 열린 대한한공 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들은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조원태 사장으로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진그룹이 앞으로 경영권 안정을 위해 풀어야할 과제들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