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입장 없는 사이 혈세 낭비 지적도…K스포츠재단 “소송이 끝나야 청산 진행”
지난해 4월 미르재단은 청산 절차를 마무리했다. 대기업들이 미르재단에 출연한 486억 원 중 462억 원도 국고로 환수됐다. 그러나 미르재단과 달리 K스포츠재단은 설립허가 취소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해 1심 재판부는 “재단의 설립 허가 자체에 하자가 있기에 취소한 것은 적합하다”고 판결했고, 2심 재판부 역시 4월 3일 1심 판결이 옳다고 판단했다.
K스포츠재단은 일명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직후인 2017년 2월 이후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당시 K스포츠재단은 “신생 체육재단이 설립 첫해 만에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순실’이라는 힘을 빌리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과거의 잘못을 딛고, 새롭게 태어나 국민들께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K스포츠재단은 소송까지 제기하며 설립 취소를 막으려 하고 있지만 내부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오히려 청산을 준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은 지난달 김필승 전 K스포츠재단 이사를 청산인으로 선임했다. 청산인이란 법인이나 단체가 해산해 청산하는 경우 청산사무를 집행하는 사람을 뜻한다.
K스포츠재단이 위치한 건물의 2016년 9월 사진과 2019년 4월 사진. 과거 K스포츠재단이 있었던 2층은 현재 J 사가 입주해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박형민 기자
K스포츠재단의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K스포츠재단은 논현동의 한 건물 2~3층을 사무실로 사용했다. 그러나 지난 8일 ‘일요신문’이 해당 건물을 방문한 결과 2층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 업체 J 사가 사용하고 있었고, K스포츠재단은 3층에만 사무실이 있었다. J 사 측에 따르면 J 사는 지난해 5월 이곳에 입주했다. K스포츠재단 법인등기부도 지난달 주사무소 위치를 건물 2층에서 3층으로 바꿨다.
또 과거 건물 입구에는 K스포츠재단 간판이 달려 있었지만 현재는 간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K스포츠재단이 특별한 활동을 한 것도 아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K스포츠재단의 존재만 남아있을 뿐, 사무실 규모를 축소하고 청산인을 선임하는 등 청산 절차를 거치고 있는 모습이다.
K스포츠재단 소재 건물의 2016년 9월 사진과 2019년 4월 사진. 과거에는 건물 입구에 K스포츠재단 간판이 있었지만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사진=박정훈 기자·박형민 기자
그럼에도 K스포츠재단은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청산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K스포츠재단의 한 직원은 “법적 소송이 끝이 나야 청산 절차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청산인을 선임한 이유까지는 잘 알지 못하고,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스포츠재단이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사이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청산 현황’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의 잔여 재산은 2016년 말과 비교해 40억 원 이상 감소했다. 즉 국고로 환수될 재산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스포츠재단이 청산을 거부하고 있어 국고 손실이 또 나고 있다”며 “국세청이 상증세법에 따라서 현장 조사를 나가야 이 국고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