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친환경 차량기지 건설과 5개 역 신설 요구…국토부 “경제성 부족” 미온적 태도로 반발 키워
광명시는 구로차량기지 이전과 관련해 지자체 및 지역주민들과 협의 없는 국토부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진=광명시
[일요신문]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앞두고 이전 예정지인 광명시의 ‘친환경 차량기지’ 건설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974년 수도권 전철 개통과 함께 개소한 구로차량기지는 현재 대지면적 23만 7380m²에 73편성 694량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부직원 170명과 외주직원 127명 등 총 297명이 근무 중이다. 개소 이후 인근 지역이 도심으로 개발 확장되면서 그동안 소음, 진동 등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총사업비 1조 717억 원을 들여 오는 2026년까지 광명시 노온사동 일원으로 차량기지를 이전할 계획이다.
문제는 차량기지 이전이 충분한 주민공감대 형성 및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력 없이 추진되면서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는 불신이 팽배해져 있다는 점이다. 광명시는 차량기지 이전 부지가 확정된 이후 줄곧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반대 이유의 핵심은 차량기지가 현재 상태 그대로 단순히 위치만을 옮기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차량기지 이전과 관련해 광명시는 전제 조건으로 지하화 등 친환경적인 차량기지 건설, 현충공원과 가리대를 포함한 5개 역 신설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또한, 신설노선이 구로역 셔틀이 아니라 5분 간격으로 영등포·서울역까지 운행할 것과 (가칭)제2경인선 추진 시 구로 차량기지의 위치를 다시 검토할 것, 피해 없이 절대적으로 수혜만 얻는 서울시가 다양한 형태의 기여에 나서야 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구로차량기지 이전과 관련해 광명시 및 광명시민들은 친환경적인 차량기지 건설, 5개 역 신설 등을 요구하며, 국토부가 시민들의 바람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광명시
이에 대해 국토부가 “향후 검토하겠다”, “경제성 부족으로 반영할 수 없다”는 등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주민설명회와 전략환경영향평가 공람을 강행해 광명시와 시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광명시는 “차량기지는 쓰레기 매립장, 교도소와 더불어 3대 혐오 시설로 분류돼 있다”며 “광명시는 현재 2개의 철도 기지창이 이미 존재하며 또 하나의 시설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부가 언제까지 광명시민을 볼모로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인가. 이는 지역균형 발전에도 어긋나는 무책임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며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은 소음과 분진의 고통을 광명시민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국토부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국토부의 계획대로 구로차량기지가 이전하게 되면 향후 그 지역 개발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부동산 가치상승을 바라는 주민의 기대와는 달리 환경적인 측면에서 훨씬 피해반경이 넓고 혐오시설로 인식돼 도시 이미지가 추락할 가능성이 농후해 누구도 섣불리 판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박승원 광명시장은 지난해 11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 구로 차량기지는 혐오시설로 광명시에 피해만을 안기는 명분 없는 사업”이라며 “국토부는 한쪽에만 혜택을 주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피해당사자인 광명시와 시민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명분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지방정부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광명시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시민과 함께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항의하고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광명시와 시민들의 반발은 일부 반대 시민들이 최근 국토부가 진행하려던 주민설명회를 무산시키며 더욱 표면화되고 있다. 이는 지역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가 광명시와 시민들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반영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손시권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