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편중 벗어나기…매력적 매물 탐색중
우리금융은 지난 8일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중국 안방보험그룹과 체결했다. 우리금융이 지난 1월 지주사로 전환한 뒤 2개월여 만에 첫 M&A 성과다. 우리금융은 중국 안방보험그룹과 계약을 맺고 동양자산운용 지분 73%와 ABL글로벌자산운용 지분 100%를 한꺼번에 사들였다. 인수 금액은 두 회사를 합쳐 170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이 지난 8일 중국 안방보험그룹과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M&A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그룹 본사. 우태윤 기자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의 작년 말 기준 운용 펀드 규모는 각각 업계 13위, 29위다. 개별 회사로는 소형 운용사지만 두 회사를 합치면 운용 규모 기준 업계 10위권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두 회사를 합병해 몸집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양자산운용은 채권 운용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은행이 법인 고객 채권형 펀드 영업에 특화돼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동양자산운용이 전문사모집합투자업,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겸업이 가능한 종합자산운용 라이선스를 보유한 점도 강점이다. 종합자산운용 라이선스는 2010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끝으로 추가 인가가 나지 않고 있다.
ABL글로벌자산운용은 알리안츠그룹 시절부터 구축해온 해외 네트워크가 강점이며, 이를 이용한 해외 재간접 펀드에 특화돼 있다. 재간접 펀드란 자산운용사가 직접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에 재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금융권은 우리금융 고객들이 ABL글로벌자산운용을 통해 해외 간접 투자도 가능해지는 등 투자 범위가 확대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2곳을 인수했지만 인수한 회사들의 규모가 크지 않아 은행 편중 현상이 여전하다는 것이 우리금융의 고민이다. 이번 인수 후에도 우리금융의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2.9%로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이 추가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온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이번 자산운용사 인수를 시작으로 부동산신탁, 캐피탈, 저축은행을 비롯해 증권사, 보험사 등으로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해둔 상태다.
우선 규모가 큰 보험회사를 인수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을 매각한 이후 보험사를 갖고 있지 않다. 보험업법상 보험업은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야 영위할 수 있다. 현재 각 협회 등록 기준 생명보험사는 24개, 손해보험사는 17개가 영업 중이다. 여기에 외국계 재보험사와 해상보험전문사 등 17개까지 합하면 총 58개사가 국내에서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총리공관에서 열린 이낙연 총리 초청 시중은행장들과 오찬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했다. 손 회장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확장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준선 기자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경우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각각 205.5%, 287.23%로 비교적 안정적이고, 영업채널도 탄탄한 편이어서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안방보험그룹이 해외자산을 적극적으로 매각하고 있는 만큼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M&A 시장에 내놓을 경우 앞서 동양·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한 우리금융이 상대적으로 인수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금융이 최근 MG손보의 경영개선을 위해 새로운 대주단으로 참여하면서 MG손보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MG손보는 지난해 2년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하는 등 경영정상화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우리금융은 MG손보의 최대주주인 자베즈파트너스가 과거 대주단으로부터 빌린 900억 원 상당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할 계획이다. 고금리로 빌렸던 자금을 저금리로 재융자받는 만큼 MG손보의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인수설도 꾸준히 제기된다. 증권가에서는 유안타증권이 유력하며 외의로 삼성증권에 손을 뻗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구 동양증권)은 2014년 동양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매물로 나왔으며, 대만 금융회사 유안타파이낸셜홀딩스가 약 3000억 원에 인수했다. 유안타증권 측은 매각설을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의 소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몇 년 전 한 금융지주사가 인수를 검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가격에 대한 견해 차이로 무산된 바 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이미 종금사를 거느린 우리금융지주는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할 이유가 없고 대만계인 유안타증권 대주주 입장에서는 굳이 한국에서 증권사 경영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면서 “양측에 서로 적당한 협상 상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 가능성도 계속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핵심자회사인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에 겸영 업무 인가를 신청한 뒤 우리종금과 연계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연계업무의 경우 증권사의 시너지가 큰 상황이고, 여기에다 당장 증권사 인수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종금이 증권사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당연히 득실을 따지겠지만 종합금융그룹으로 다시 올라서려면 은행, 증권, 보험, 카드는 기본 라인업”이라면서 “우리금융의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 시도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