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 여력 6000억~7000억원에서 7조원으로 증가…증권사·보험·저축은행 등 적극 인수해 몸집 키울 듯
서울 중구 소공로 51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사. 박정훈 기자.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지난 5월께만 하더라도 “지주사 전환이 우선 과제인 만큼 인수합병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는 아직 없다”며 인수설에 대해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지주사 전환이 가시화되면서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중에 많은 설이 돌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면서도 “인수 계획이 있어 시장에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 후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법을 적용받아 자기자본의 20% 이상 출자할 수 없었던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받아 자기자본의 130%까지 출자 여력을 확대할 수 있다. 현재 6000억~7000억 원에 그쳤던 출자 여력은 7조 원 수준으로 증가한다.
IB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M&A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업종으로는 캐피탈, 저축은행, 자산운용, 증권사 등을 꼽았다. 최근에는 특히 증권사를 가장 먼저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잦아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서 DGB금융지주와 경쟁한 바 있으며, 이후 유안타증권 인수를 검토했다가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인수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의 종합금융업 라이선스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종금을 금융사로 전환한 이후 다른 증권사를 인수해 합병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리종금은 지난 8월 인가 없이 외환·장외파생 관련 영업행위를 해 금융감독원의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으나 경징계를 받은 만큼 금융투자업 인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증권사 전환에 문제가 없다.
우리종금이 증권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리종금을 자체적으로 증권사로 전환하거나 다른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금과 합병하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우리종금이 증권사로 자체 전환해도 종금 라이선스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증권사의 사업부문을 함께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증권부문을 신규로 세팅해야 하는 비용적·시간적 부담이 있어 중소 증권사를 인수합병해 규모를 키우는 방안이 조금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가에서는 중소형 증권사 직원들이 우리은행의 선택을 기다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우리은행의 증권사 인수설이 나올 때 유안타증권이나 교보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가 언급됐다”며 “직원들 입장에서는 우리은행이 모회사가 되면 든든한 면이 있어 M&A설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반면 은행계열에 편입되면 투자 관점에서는 현재보다 경직될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며 “투자 규모는 커질 수 있지만 리스크 관리가 더욱 엄격해져 모험투자가 많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보험도 우리은행이 노리는 부문 중 하나다. 하지만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이니 만큼 신규인가보다 인수 쪽이 낫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M&A시장에서는 동양생명과 KDB생명, ABL생명 등이 잠재적 매물로 꼽힌다.
지분 정리 문제 때문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도 우리은행의 M&A 대상으로 거론된다. 롯데그룹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사 전환일로부터 2년 이내인 내년 10월까지 롯데캐피탈, 롯데카드를 비롯해 12개 금융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벌써 롯데그룹이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등을 묶어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롯데 금융계열사는 대형 금융사들이 모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점이 우리은행으로서는 부담스런 부분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금융 계열사 매각설과 관련해 확인되거나 공유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2금융권 ‘활짝’…앞다퉈 신상품 출시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인터넷전문은행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 8일 ‘중금리 대출 활성화 간담회’를 열고 중금리 대출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중금리 대출 시장 공백으로 중신용자는 고금리 부담에 시달리고, 금융회사는 경쟁력과 자산건전성을 향상시킬 기회를 놓치게 된다”며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통해 포용적 금융과 금융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금리 대출은 신용등급이 4~10등급인 중·저신용자 대출자에게 6~18%대 중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제2금융권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7%로 제한하는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지난 1일부터 제2금융권이 자체 개발한 중금리 대출을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과 카드사는 앞다퉈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이전부터 정부에 총량규제를 풀어달라고 건의해왔다”며 “4분기부터 총량규제가 풀려 저축은행에서 적극적으로 취급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공급될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은 40여 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내년 1월부터 ‘사잇돌 대출’을 출시한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