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선거제 도입하면 제3당 존재감 높아진다는 점도 ‘방어 무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박은숙 기자
이에 국민의당 계열은 “손학규 체제가 싫으면 당을 나가라”고 맞받아쳤다. 물과 기름인 국민의당 호남 계열과 보수파인 바른정당 계열이 정면충돌한 셈이다. 그간 바른미래당 호남파에 러브콜을 보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손 대표가 결단할 때”라며 분당 열차를 띄웠다.
손 대표는 “어림없는 소리”라며 사퇴론을 일축했지만, 당내 호남파는 민주평화당 쪽으로 바짝 다가서는 모양새다. 바른정당 계열의 수장 격인 유승민 의원은 4월 9일 연세대 특강에서 “덩치만 키우는 통합은 국민에게 외면 받을 것”이라며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 선을 그었지만, 보수대통합을 제외한 선택지는 전무하다.
1년 당원권 정지를 받은 이언주 의원을 시작으로 탈당 러시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계 일부도 분당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 측근 인사도 “차라리 갈라서자”고 분당파에 가세했다. 이 경우 손 대표는 또 한 번 당 간판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산전수전 다 겪은 손 대표는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제14대인 1992년 3·24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했다. ‘여의도 신사’로 불린 손 대표는 민주자유당과 신한국당에서 대변인을 지냈다. 문민정부 때인 1996년에는 제33대 보건복지부 장관에 올랐다.
제15대와 16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된 손 대표는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제31대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그가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것도 이때부터다.
하지만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MB)·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경선을 하다가 전격 탈당,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만든 대통합민주신당에 몸을 실었다. 이후 민주당과 민주통합당을 거친 그는 2012년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맞붙기도 했다.
2014년 7·30 재보선에서 패한 손 대표는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2년여 만인 2016년 제7공화국 건설을 기치로 만든 국민주권개혁회의를 만들었다.
이후 국민의당에 합류, 안철수 전 의원과 대선 경선을 치렀다. 이후 국민의당이 깨지면서 바른미래당으로 소속을 옮겼다. 크게 보면 ‘자유한국당·민주당·제3정당’ 등 세 계열에 속했지만, 이들이 속한 정당 당명 변경을 합하면, 정계 입문 후 당 간판만 8번 바꾼 셈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 계열이 반대한 선거법 패스트트랙 논의 과정에서 손 대표가 중재 역할을 못 하면 당 분당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대당 통합을 노리는 바른정당 계열 소속 인사들이 단기간에 탈당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손 대표를 대체할 카드가 부재한 점은 분당을 막는 지렛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제3정당의 존재감이 높아진다는 점도 ‘손학규 체제’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손 대표는 당 최대 주주인 안철수 전 의원이 귀국하는 시점까지 버티기에 나설 수도 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