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눈치 볼 수밖에 없는 상황…금감원 내부에선 “역할 바뀐 거 아니냐” 볼멘소리
금감원 종합검사 대상 금융사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금감원은 최근 한화생명에 종합검사 시행을 위한 사전자료 제출을 요청하면서 종합검사 시행을 공식화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DB 손해보험 또는 메리츠화재, 은행권에선 KB금융과 국민은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종합검사를 위해 통상 2~4주 전에 사전통보와 사전자료를 수검 대상 금융사에 요청해 왔던 만큼 종합검사는 이르면 5월 초부터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종합검사는 4년 만에 부활하는 제도다. 금감원은 2015년 3월 금융사에 자율과 창의를 주겠다는 취지로 축소하고 상시 감독 형태로 바꿨지만, 지난해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직후 ‘소비자 보호’를 전면에 내걸면서 종합검사 부활을 선언했다. 과거 검사와 달리 일정한 기준을 두고 회사 경영 전반을 살피면서 특히 소비자 보호 부문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게 당시 윤 원장의 설명이다.
윤 원장 선언 이후 시행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까지도 종합검사에 대한 반발이 극심하다. 금감원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업계는 검사 대상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문제 있는 회사’라는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는데다 검사 부담도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정치권과 금융위원회도 한 번 축소했던 검사를 다시 확대 시행하는 데 의문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금감원과 보험사들이 즉시연금 미지급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금감원이 말 안 듣는 금융사를 상대로 표적 검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존재한다.
금감원은 종합검사가 몇 안 되는 독자 권한이고, 초점도 금융 소비자에 맞췄다고 항변해 왔다. 검사 확대 명분도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사와 국회를 설득하고 상위기구인 금융위 문턱까지 넘어야했던 만큼 내부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한 해만 봐도 은행권 채용비리와 부당대출, 금리 산정 문제에 삼성증권 배당 사고 등이 불거졌다”면서 “감독 기관이 할 일을 하는거고, 금융위기가 닥치거나 금융사들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야만 검사를 강화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해도 우려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검사 계획 수립부터 대상 선정까지 외부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금감원 안팎에선 이번 종합검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올해 금감원이 공개한 이번 종합검사 종합 계획과 세부시행 방안 등을 보면, 외부 시선을 의식한 모습이 역력하다. 구체적인 평가지표를 미리 공개해 금융사가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검사 기간 연장 금지, 일정한 조건 충족 시 종합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형태로 금융사 부담을 대폭 낮췄다.
전직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사전에 대응할 수 있고, 검사 기간 연장도 금지된 만큼 자료 제출을 미루는 등 새로운 형태의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며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검사 보다는 사고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감독에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고, 금융사를 규제 대상으로만 보고 옥죌 필요는 없지만 지금으로선 금감원이 ‘무딘 칼’을 들고 검사에 나선 모양인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종합검사가 마무리 돼도 금감원의 부담은 더 커진다. 금융위가 최근 발표한 ‘혁신금융 추진방향’을 보면 종합검사 결과는 금감원 성과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 평가를 외면할 수 없다. 공공기관 지정 문제부터 운영 예산 편성까지 민감한 내용들이 성과 평가에 걸려 있다.
특히 이 성과 평가에는 검사를 마친 금융사들이 금감원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와 평가도 반영돼 있다. 금감원은 모든 종합검사를 한국갤럽, 한국리서치 등 외부기관에 의뢰해 검사품질 점검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무작위로 선정한 금융회사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피드백을 받는 방식이다. 미리 검사를 나간다고 알려주고 끝나면 평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일부 금감원 관계자들은 “역할이 뒤바뀐 게 아니냐”고 토로하고 있다.
앞서의 전직 금감원 관계자는 “종합검사를 잘 마무리 하면 본전인거고 별다른 성과가 없거나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이럴거면 굳이 할 필요 있었냐’는 지적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했고, 공개한 계획과 절차에 따라 검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