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참여정부 출신이 큰 줄기…이미선 동생 법조 실세들과 친분 의혹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역대 정권 민정수석실에서 인사 검증 업무를 맡았던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해 시스템상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근무했던 사정기관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사전에 알고도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통령 또는 정권 실세들이 미는 인사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꼼꼼하게 검증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순실 쪽에서 추천한 인물을 우리가 건드릴 수 있었겠느냐”라고 했다.
실제 청와대 인사 발표 후 여러 흠결이 불거지며 부적격 여론이 높았던 후보자들 대부분 검증 과정을 무난하게 통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사 때마다 조국 민정수석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에 몸담았던 관계자는 “제대로 검증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 민정이 어딘가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소위 낙하산들은 민정에서 검증을 하려고 들면 ‘감히’라는 표현을 써가며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지난 정부 때완 다르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도대체 누가 그런 인물들을 추천하는지 모르겠다”는 속내도 읽힌다. 이미선 후보자 주식투자 논란을 방어하면서도 분통을 터트리는 이들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한 친문 의원은 “솔직히 우리가 야당이었어도 반대를 했을 것이다. 불법 여부는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가 국민 여론을 읽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정 라인이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 인사들은 주요 보직에 발탁된 공직자들 간 얽히고설킨 인맥을 들여다보면 지금의 인사 논란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성향과 경력 등을 보유한 인사들을 임명하려다보니 검증 칼날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앞서의 친문 의원도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면서 이를 뒷받침했다. 그중에서도 법조 부문은 유독 이러한 비판이 많이 쏟아졌던 곳이다. 청와대, 검찰, 법원 등 인사 때마다 조직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셌다.
문재인 정부 법조 인재풀의 큰 줄기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정부 출신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인사 실무라인 두 축을 이끄는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은 그 어느 곳에도 포함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조-조 라인’으로도 불리는 둘은 진보 성향 시민단체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조국 수석은 참여연대, 조현옥 수석은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소속이었다. 조국 수석은 2012년 대선 지지 유세를 하는 등 문재인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정가에선 조국 수석을 두고 ‘리틀 문재인’이라는 말도 나온다. 조현옥 수석은 김정숙 여사와 같은 고등학교(숙명여고)를 졸업했다.
민변 출신의 대표적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1988년 민변 창립 시 가입했다가 대선 승리 직후인 2017년 5월 9일 탈퇴했다. 청와대에선 민정수석실 산하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이 민변에서 활동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주권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인회 인하대 교수도 민변 소속이다. 그는 참여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과 비서관으로 일한 바 있다. 또 문 대통령과 함께 지난 2012년 ‘검찰을 생각한다’를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은 현 정권 검찰 개혁의 밑그림을 엿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외숙 법제처장은 민변 출신인 동시에 문 대통령과 함께 법무법인 부산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김 처장이 발탁될 당시 이런 인연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민변 출신들은 법무부 개방형 고위직 인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용구 법무실장, 황희석 인권국장, 차규근 출입국정책본부장 등이 민변 출신이다. 법무부 핵심 요직으로 꼽히는 자리가 특정 단체 출신으로만 채워진 셈이다. 적폐청산을 위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김갑배 위원장)와 대검 검찰개혁위원회(송두환 위원장)도 민변 변호사들이 이끌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경우 참여정부 때 대통령 자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과 대검 검찰개혁자문위원을 역임하면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법부에선 김선수 대법관과 이석태 헌법재판관이 민변 출신이다. 모두 민변 회장을 맡은 경력이 있을 뿐 아니라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 문재인’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김선수 대법관은 사법개혁 비서관을, 이석태 재판관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었다. 민변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이번에 주식투자로 논란에 휩싸인 이미선 후보자 때문이다. 이 후보자 친동생은 민변 변호사로 활동하며 현 정권 법조 실세들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근거로 야권은 이 후보자 발탁이 ‘민변 코드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검찰에선 참여정부 출신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윤대진 검찰국장 인사는 단연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검찰국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 수사 상황 등을 총괄하는 최고 요직이다. 통상 고검장 승진을 앞둔 고참급 검사장이 가는 자리지만 윤 국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하자마자 발탁됐다.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윤 국장의 사법연수원 기수는 전임 검찰국장인 박균택 광주고검장보다 4기수 아래인 25기다. 윤 국장은 참여정부 때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으로 1년 반가량 일했다. 문 대통령뿐 아니라 서울법대 동문인 조국 수석과도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옛 중수부장 격인 이성윤 대검 반부패부장은 윤대진 국장 뒤를 이어 참여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으로 일했었다. 이성윤 검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다. 조남관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이성윤 반부패부장 후임이었다. 공교롭게도 검찰 주요 보직의 검사장 셋(윤대진 이성윤 조남관)이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파격 인사의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문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은 없다고 한다. 윤 지검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다 좌천당했던 경력이 현 정권에선 오히려 ‘훈장’처럼 받아들여졌다. 당시 윤 지검장 밑에 있던 박형철 전 검사는 현재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다.
참여정부 때 사정비서관을 맡았던 신현수 변호사는 정권 출범 때부터 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던 인사다. 민정수석으로도 거론됐지만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발탁됐다. 국정원 예산과 인사 등을 총괄하는 요직에 ‘문재인 사람’이 임명된 것으로 그가 국정원 개혁을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신 변호사는 지난해 8월 국정원을 그만뒀다. 그 후 조국 수석 경질론이 불거질 때마다 신 변호사 이름이 뒤를 따른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