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 인사 “국회 앞 호텔서 마약 파티…보좌관·전문위원 술집서 마약했다는 첩보도”
사정당국 인사와 마약 브로커들 말을 종합하면 국회의사당 주변은 물론 국회 내에서도 마약 범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국회의사당 전경. 박은숙 기자
대한민국은 더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유엔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건이 20건 미만일 경우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2014년부터 마약사범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2016년 그 지위를 잃었다. 검경 합동수사단이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단속된 마약사범은 1만 4214명에 달했다. 인구 10만 명당 24명꼴이다. 은밀히 유통된 마약의 특성상 그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터넷과 SNS 등 마약 공급 루트가 다양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일반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에 능숙한 10대 마약사범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클럽 버닝썬에서 공공연하게 마약이 유통됐던 것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로버트 할리 역시 SNS를 통해 마약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약 수사를 맡고 있는 한 경찰은 이렇게 말했다.
“돈만 있으면 지금 마약을 구하는 건 일도 아니다. SNS나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가능하다. 굳이 대면하지 않더라도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서로 간에 신분이 노출될 일도 없다. 대마초가 합법화된 해외에서 몰래 들여오는 사례도 급증했다. 문제는 단속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약 수사는 거의 제보에 의존한다. 그마저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은밀한 점조직에 의해 유통되는 마약 사건의 특성상 그 파장이 어디로 튈지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앞서의 경찰도 “마약 사범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구조다.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누가 누구를 언급할지,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도 마약과 관련된 은밀한 의혹들이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사정당국 고위인사는 “국회 앞 한 호텔에서 여러 번 마약파티가 벌어졌다는 첩보가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호텔 방을 빌려 대마초를 흡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인사에 따르면 호텔에서 마약을 흡입한 것으로 의심을 받는 피의자 한 명의 신병을 조만간 확보, 그를 통해 구체적인 범죄 행위를 추궁할 예정이라고 한다.
거론된 국회 앞 호텔은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제법 유명한 곳이다. 대선과 총선 등 굵직굵직한 선거 때 비밀 캠프로도 자주 이용됐던 호텔이다. 성인 남성 여러 명이 동시에 드나들 경우 다른 호텔에서라면 주위의 이목을 끌겠지만 이곳에선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다. 마약 사범들 역시 이를 악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호텔 관계자는 “그런 일이 있을 순 없다”면서도 “솔직히 방안에서 무슨 일이 있어나는지 호텔 측이 다 알 순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수소문 끝에 이 호텔 마약파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한 마약 브로커를 접촉할 수 있었다. 그는 “대략 5~6명이 고정 멤버로 참석하는데 그중 한 명이 나와 친한 마약 공급책이다. 대마를 주로 피우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여성들이 참석하면 집단으로 성관계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업가, 의사, 공무원 등 평범한 사람들이다.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정치권 인사도 있다”고 귀띔했다.
사정당국 고위인사 역시 “마약이 정치권으로까지 스며들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 브로커의 말을 뒷받침했다. 그 인사는 “전문위원, 의원 보좌관이 마약을 흡입했다는 내용이 첩보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마약 브로커는 “이들은 호텔 룸뿐 아니라 여의도 인근 한 술집에서도 마약을 흡입하는 대담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브로커가 말한 술집을 직접 찾아가보니 룸 형태로 구성돼 있어 마약 흡입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3년 전까지 마약 공급책으로 활동을 하다가 사법처리를 받은 후 지금은 무역 중개업을 하는 A 씨는 더욱 놀라운 얘기를 들려줬다. 자신과 친한 마약 브로커가 국회 의원회관 안으로까지 마약을 ‘배달’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A 씨는 “2016년 총선 직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소 알고 지내던 비서관이 그 브로커에게 마약을 직접 의원회관으로까지 가져다 달라고 요청을 했다. 마약을 들고 아무런 제지 없이 의원실까지 갔다고 한다. 그 마약을 누가 흡입했는지는 알지 못 한다”고 전했다.
이는 국회도 마약 스캔들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원들 역시 이 부분을 우려했다. 한국당 의원은 “국회에서도 마약이 유통되지 말란 법이 없지 않느냐. 등잔 밑이 어둡다고, 더 위험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은밀히 소문으로만 돌던 일부 보좌진들의 마약 투약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혹시라도 마약에 연루되는 당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국회 직원과 참모진뿐 아니라 의원들 스스로도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느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