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체는 지난해 건교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경인운하의 사업성 평가를 의뢰한 이후 수차례에 걸쳐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이 단체의 주장은 의혹 차원에 머물며 그간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경인운하 백지화를 시사하면서 그 근거로 ‘보고서 조작’ 의문을 제기, 새삼 시민단체의 주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환경정의시민연대가 주장하는 의혹의 핵심은 경인운하의 경제성 평가 결과 경제성이 없다고 드러났으나 건교부에서 경제성이 있는 것처럼 보고해서 조작을 시도했다는 것.
▲ 2001년 12월 경인운하 백지화를 주장하며 환경정의시민 연대 회원들이 철골 구조물 위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
당초 환경문제가 쟁점이던 경인운하 논란은 건교부, 환경부, 환경단체 등이 환경영향평가를 벌인 끝에 어느정도 입장차를 좁혔다. 그러나 환경문제가 주요 쟁점이던 이 사업은 엉뚱하게도 경제성 논란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는 건교부가 “운하건설에 따른 경제적 이득이 크기 때문에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나섰기 때문. 그러나 건교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환경단체, 종교단체 등이 다시 반발하고 나섰다.
경제성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건교부, 환경부, 기획예산처는 지난 2001년 말 KDI에 운하건설에 따른 경제성 평가를 의뢰했다. 평가 결과 경제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오면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그러나 환경정의연대측은 건교부가 경인운하의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KDI의 보고서를 조작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그 근거로 한국개발원이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에 제출한 보고서의 내용을 문제삼았다. 이 단체가 주장하는 조작의혹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 KDI의 보고서 내용과 보고서 제출 시점, 건교부의 환경단체가 요구한 자료 요청 거부 등이다.
환경정의시민연대 관계자는 “KDI의 평가 결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나, 건교부가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별도의 대안을 만들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관계자는 “KDI가 지난해 10월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건교부가 연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보고서를 수령하지 않았고, 수차례에 걸쳐 환경단체에서 보고서를 공개토록 요구했으나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건교부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는 주장”이라며 환경단체의 의혹제기를 일축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환경문제는 거의 다 해소가 됐음에도, 환경단체가 경제성 문제까지 트집잡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건교부는 KDI가 대통령직인수위에 경인운하와 관련된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관련 내용을 전혀 보고 받은 적이 없으며, 그동안 환경단체로부터 보고서 공개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교부 관계자는 “환경단체는 일단 의혹을 제기한 후 ‘아니면 말고’란 식”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건교부의 이 같은 반박에도 환경정의시민연대는 감사원에 경인운하 평가 보고서 조작 의혹과 관련된 내용과 관련해 시민감사청구제도를 활용해 밝혀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통령직인수위의 갈팡질팡하는 태도. 당초 인수위는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에 대해 이유있는 것으로 보고 경인운하사업의 백지화를 거론했다가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한발 빼는 등 일관성없는 자세를 보여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건교부 관계자들도 불만이 높다. 당초 건교부는 인수위의 공식 입장이 ‘백지화’인 줄 알고 이를 수용하려 했다가, 인수위가 유보 입장을 보이자 다시 사업추진에 나서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KDI측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KDI 관계자는 “정밀 연구작업을 통해 객관적인 결론을 내렸을 뿐이며, 건교부나 환경단체의 압력 등을 받은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KDI 관계자는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과 결론에 대해서는 현상황에서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며, 보고서 내용을 관계부처 등에서 면밀히 파악해 정책수행 과정에 참고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