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 경찰 유착 수사 더뎌...‘실세 경찰이라 못잡나’ ‘뒷배 궁금’ 경찰 내부서도 뒷말
경찰의 수상쩍은 대응으로 촉발된 버닝썬 폭행사건은 게이트로 비화됐다. 고위직 경찰과 공무원이 줄줄이 업소 관계자와 유착 혐의로 입건됐다. 심지어 청와대 파견 중이던 총경까지 유착 관계가 드러나며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경찰이 확실한 유착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수사가 더디자 윤 총경을 건드리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이 클럽 버닝썬과 경찰 유착 의혹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윤 총경은 승리,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 가수 최종훈 등과 유착관계였다는 것이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다. 윤 총경이 청와대 파견근무를 하는 중에도 사업가로부터 부적절한 식사와 골프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큰 틀에서는 사업가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아 문제가 됐던 특별감찰반 사태와도 결이 비슷하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 윤 총경이 버닝썬 관계자들에게 어떤 대가를 받고 무슨 청탁이 오고갔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김영란법 위반이 구체화된 범죄혐의의 전부다. 경찰은 “윤 총경과 관련된 혐의를 계속 수사 중”이라고만 반복하고 있다.
경찰유착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경찰 내부에서조차 뒷말이 나오고 있다. 윤 총경에 대해 ‘평소 인품이 좋고 점잖은 사람인데 잘못 걸려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지만 ‘뒷배가 궁금하다’는 의혹까지 말들이 무성하다. 특히 윤 총경의 최근 경찰 내 승진과 전보과정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윤 총경은 경찰 조직에서 이례적으로 꽃길만 걸어온 케이스다. 총경 승진 이후와 청와대 파견 해제 후 경찰로 복귀하는 과정 두 차례에 걸쳐 일반적 경우와 다르게 특별한 인사전보가 이뤄졌다는 것. 경찰대 9기 출신인 윤 총경은 2016년 1월 총경으로 승진했다. 그 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파견돼 대통령 친인척 및 주변인 관리를 맡았다.
민정비서관실 파견 직원 가운데 총경급이 통상 가장 높은 직급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윤 총경의 청와대행은 특이한 경우는 아니다. 하지만 총경 승진 이후 일선 경찰서로 나가지 않고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파견행 티켓을 얻은 것이 화제가 됐다. 이보다 더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윤 총경이 청와대 근무를 마치고 나오면서다. 2018년 8월 윤 총경만 원포인트 인사로 경찰청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들은 “확실한 실세임이 그때 분명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윤 총경은 승진 이후 한 번도 지방 일선 경찰서를 돌지 않은 데다, 청와대 파견해제 이후 오히려 영전해 경찰청 인사를 담당하게 됐기 때문이다.
총경은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계급으로 일선 경찰서 서장급에 해당하고, 본청에선 과장급이다. 통상 총경 승진자들은 자신의 고향에 있는 일선 경찰서장을 일정 기간 맡은 뒤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민갑룡 경찰청장만 봐도 그렇다. 민 청장은 2007년 총경으로 승진한 뒤 고향인 전남의 무안경찰서장과 송파경찰서장 등을 거쳐 본청인 경찰청으로 올라왔다.
사정당국 한 관계자는 “경찰 인사를 총망라하는 인사담당관 자리는 민갑룡 청장의 오른팔이어야 갈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윤 총경의 경우 청와대 파견을 마치고 그 자리를 맡게 돼 청와대의 의중도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경찰 내부 시선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윤 총경의 특별한 커리어패스를 두고 시민들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윤 총경은) 민정비서관실 출신인 만큼 현 정부의 약점을 많이 알고 있어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 때문에 윤 총경이 민정비서관실에서 다뤘던 사건들까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