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인력 투입 불구, 뚜렷한 범죄혐의 입증되지 않아…유착 의혹 등 ‘용두사미’ 끝날 우려
수사 막바지에 들어서 승리를 비롯한 버닝썬 핵심 관계자들의 구속 여부에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지난해 11월 강남의 인기 클럽에서 일어난 폭행사건이 시작이었다. 폭행 피해자지만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렸다는 김상교 씨가 온라인을 통해 사건을 폭로하며 언론이 사건을 주목했다. 마약유통, 성범죄, 연예인 연루 등 파생된 의혹이 줄줄이 제기돼 사건의 갈래도 다양하게 늘어났다. 승리, 유인석 대표, 전원산업, 린사모 등이 손을 잡고 시작한 클럽이 정확히 어떤 목적에서 출발해 무엇을 목표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명확한 것은 이들이 돈을 버는 가운데 여성들을 도구로 활용했고, 이런 범죄를 감시해야 할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승리의 사업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유명 가수라는 그의 직업이었다. 승리는 여러 방송에 출연해 성공한 사업가의 면모를 자랑해왔다. 일본라멘, 클럽 등이 주요 사업으로 소개됐다. 승리는 베트남에 인맥이 있는 유인석 대표와 함께 유리홀딩스라는 회사를 차렸다. 승리 스스로 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버닝썬의 대표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버닝썬은 린사모라는 정체불명의 해외 여성, 국내 기업 전원산업이 대부분의 지분을 투자한 클럽이었다. 버닝썬은 손님으로부터 고액의 주대를 받아내기 위해 여성 고객을 성상품화하고 성범죄에 이용했다. 물론 세금신고나 매출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일부 주대는 뻥튀기되어 다시 버닝썬 관계자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 경찰 유착, 청와대 입성한 윤 총경 처벌은?
여러 수사 건 중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단연 경찰유착과 관련한 의혹이다. 버닝썬은 미성년자의 유흥주점 출입건, 폭행, 각종 신고건 등을 무마하기 위해 경찰에 로비자금을 지급한 의혹을 받고 있다. 버닝썬 관계자들이 관할인 강남경찰서 경찰들에게 뇌물을 지급하고, 고위직인 윤규근 총경과 유착 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유착 의혹을 받는 경찰 중 유일하게 구속된 인물은 전직 경찰 강 아무개 씨다. 강 씨는 버닝썬 측으로부터 2000만 원을 받아 강남경찰서 경찰들에게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미성년자의 클럽 출입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사용됐다는 로비자금 2000만 원은 이성현 전원산업 대표로부터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유착 의혹을 받는 경찰 8명은 모두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경찰이 제 식구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승리의 단체카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규근 총경은 승리와 유인석 대표의 뒤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백원우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 아래서 일하던 윤 총경은 현재까지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된 인물 중 최고위직이다. 윤 총경은 2016년 몽키뮤지엄에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에 대해 수사 상황을 알아봐주는 등 승리 측 민원해결사 역할까지 했다. 윤 총경은 유 대표와 네 차례 골프를 치고 6차례 식사자리를 했다고 확인됐고, 승리 역시 여러 차례 이 자리에 동행했다. 골프 접대 자리에는 윤 총경 부부와 유 대표 부부가 함께 자리한 적도 있다고 알려졌다.
청와대에 파견된 고위직 공무원의 경우 평소보다 몸을 사리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나 대통령의 친인척을 관리하는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던 윤 총경이 아내까지 대동해 유 대표와 골프를 친 걸 두고 잡음이 나온다. 유 대표는 유리홀딩스 외에 국내에서 이렇다 할 사업적 업적을 쌓은 바 없고 나이도 젊다. 경찰은 둘 사이의 관계와 골프라운딩 및 식사접대에 대가성이 있었는지에 대해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윤 총경은 “아무런 대가가 없었다. 단지 호감이 있어 만났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에 지분을 투자하고 VIP로 승리가 관리해온 대만인 린사모의 실체와 해방이 묘연하다. 린사모가 세운 국내 법인 사무실.
# 베일에 가린 린사모 이대로 수사 덮나
린사모는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이다. 실세로 군림하며 승리를 비롯한 연예인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VIP대접을 받은 린사모는 아직 그 정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대만인인 린사모가 국내에서 무엇을 목표로 버닝썬에 지분을 투자했는지, 외화를 반입한 경로가 어떻게 되는지 의혹만 무성하다. 경찰은 린사모의 자금관리책으로 알려진 안 아무개 씨를 입건했고, 안 씨가 지인 명의의 차명 통장을 통해 수억 원을 챙긴 사실을 확인했다. 이 돈은 국내에서 쇼핑, 유흥 등으로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린사모는 국내에 한 법인을 세웠다. 비더블유엑스라는 회사의 등기에는 대만인 린사모가 대표이사, 금고지기 안 씨가 사내이사로 이름이 올라있다. 이 회사는 뚜렷한 사업을 전개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의 한 건물에 있는 비더블유엑스 사무실에는 간판은커녕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린사모가 국내에 투자회사를 세워 외화를 들여와 사업을 전개하려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의 고급 부동산을 매입한 데만 300억 원이 투자됐다는 것. 서울 송파구의 최고급 주거지인 롯데 시그니엘 펜트하우스 240억 원, 한남동 한남더힐 40억 원,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40억 원 상당이 린사모 소유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실제로 린사모 소유가 확인된 것은 갤러리아포레 한 채다. 지드래곤의 팬으로 알려진 린사모는 갤러리아포레를 38억 원에 매입했다. 특이한 것은 국내 투자를 위해 세웠다고 알려진 앞의 법인이 아닌 린사모 개인 소유로 집을 구입한 점이다. 린사모에게 집을 판매한 전 집주인 측은 “집 판매 건에 관해 할 말이 없다. 부동산에서 알아서 처리한 것으로 안다”고 잘라 말했다.
린사모와 관련해서는 비인기 암호화폐 주가를 움직이는 방법으로 돈을 국내에 들여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린사모에 대해 경찰의 수사는 거의 진척이 없다. 린사모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버닝썬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자금을 조성하는 데 개입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서다. 린사모가 참고인 신분에 머물러 있어 현재로서는 경찰의 소환에 강제성이 없다. 경찰은 4월 24일 린사모의 횡령 부분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버닝썬 게이트의 중심에 있는 승리는 성접대, 횡령 등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2015년 일본인 사업가 일행에 성접대를 한 것과 팔라완 생일파티에 성매매 여성을 동원한 것이 주된 혐의다. 성매매를 알선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성매매알선죄는 성매매 행위가 있을 것을 알면서 그 자금을 제공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승리는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숙박업소 결제내역 등이 확인됐고, 경제공동체였던 유 씨가 성매매 알선 혐의를 시인하면서 관련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