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네트웍스 인적분할 과정서 이선호 부장의 올리브영 지분 CJ㈜ 지분과 맞교환 유력
CJ가 CJ올리브네트웍스를 인적분할해 IT부문을 CJ㈜와 합병함으로써 이 부장은 2.8%의 지분을 갖게 됐다. IT부문이 CJ㈜에 피합병됐지만, 남은 CJ올리브영의 기업규모는 상당하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1조 6594억 원에 영업이익 758억 원을 거둔 알짜회사다. 이익의 10~13배로 추정해보면 시장가치는 최대 1조 원에 달한다. 이 부장은 CJ올리브영 지분 18%를 계속 보유한다. CJ올리브영의 성장세가 꽤 가파른 만큼 해가 갈수록 지분가치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CJ그룹은 이미 CJ올리브영의 글로벌, 온라인 확장을 공식 선언한 상황이다. 외자유치나 기업공개(IPO)도 필요시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CJ그룹이 후계승계 작업에 시동을 걸면서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중구 CJ그룹 사옥 전경. 연합뉴스
이 부장이 CJ올리브영을 활용해 CJ㈜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주식 맞교환이 유력하다. CJ㈜는 발행주식의 11.17%(시가 약 4000억 원)를 자사주로 보유 중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IT부문 합병에 일부 자사주가 쓰이지만 잔여물량이 상당하다. 이를 활용하면 신주발행 없이도 CJ올리브영 지분을 가져올 수 있다. 맞교환 이전에 상장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아무래도 상장 후에는 지분가치가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이 부장 지분은 그룹 지배력 강화에,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의 지분(14.83%)은 향후 계열 독립 밑천이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창업투자회사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지분 51%를 가진 최대주주다. 이 부장도 이 회사 지분 49%를 소유한 부동산관리회사 씨앤아이레저의 최대주주(51%)다.
이재현 회장이 보유한 CJ㈜ 지분 1228만여 주 가운데 385만여 주만 금융회사에 담보로 잡혀 있다. CJ㈜에서 받는 연간 배당금만 170여억 원이다. 이 회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는 CJ㈜에서 72억 원, CJ제일제당에서 65억 원, CJ ENM에서 23억 원 등 160억 원이다. 연간 300억 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는 셈이다.
CJ제일제당에서는 1993년부터 근무해왔고, 2002년부터 CJ그룹 회장직을 맡아온 만큼 그동안 쌓인 퇴직금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장과 이 대표의 배당수익도 상당하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매년 155억 원가량을 배당했다. 산술적으로 연간 각각 28억, 23억 원가량의 배당을 가져간 셈이다. 종합하면 이 회장 부자가 그동안 축적한 현금자산이 상당할 수 있다. 곧 상속·증여세 납부 능력이다.
증여·상속 비용을 아끼려면 산하 공익재단에 5% 미만의 지분을 넘기는 방법도 가능하다. 총 10%의 지분을 세금 부담 없이 이전시킬 수 있다. CJ는 CJ나눔재단과 CJ문화재단, 2곳의 공익재단을 운영 중이다. 두 회사 모두 이 회장이 이사장이다. 현재 CJ㈜ 지분을 각각 0.56%, 0.43%씩 보유 중이다.
CJ그룹 후계구도에서 CJ㈜ 주가는 중요하다. 주가가 낮을수록 이 부장의 지분 확보에 유리하다. 지분 맞교환 때 CJ㈜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2015년 한때 31만 원에 육박했던 CJ㈜ 주가는 최근 12만 원까지 하락했다. 5년 전인 2014년 초반 수준이다.
이 부장이 언제쯤 경영일선에 나설지도 관전 포인트다. 나이는 1990년생으로 올해 30세다. 누나인 이경후 CJ ENM 상무는 1985년생인데, 2017년 33세 때 그룹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이 회장이 임원이 된 때는 34세 때인 1993년이다. 이 부장의 임원 승진도 임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부장 역시 누나인 이경후 상무와 후계 경쟁을 벌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 상무의 남편인 정종환 상무(1980년생) 역시 CJ㈜ 글로벌통합(Integration) 부문을 맡고 있어 그룹 핵심과 거리가 꽤 멀다. 이 부장 남매는 물론 정 상무 역시 미국 컬럼비아 대학 동문이다.
최열희 언론인
이선호 부장 5년 동안 지분 늘린 비결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CJ㈜ 지분 2.8%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남다른 주식투자 수완(?)이 발견된다. 시가 1400억 원 규모의 이 지분을 갖게 된 계기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CJ시스템즈와 올리브영이 합병한 2014년, 이재현 회장은 당시 CJ제일제당 과장이던 이선호 씨에게 지분 11.3%(14만 9000주)를 증여했다. 당시 회사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당 22만 8260원에 주식을 매수한 것을 감안하면, 지분가치는 약 34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듬해 이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CJ올리브네트웍스 잔여 지분을 자녀와 조카에게 증여한다. 이때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상무가 받은 지분은 각각 4.54%(총 11만 9734주)다. 거래 가격은 공시되지 않아 추정만 가능하다. 1년간 기업가치에 큰 변동이 없었다고 가정하면 해당 지분의 가치는 약 273억 원 규모다. 2016년에는 이 부장과 이 상무가 각각 24%, 12%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방송 송출 대행사 CJ파워캐스트가 CJ올리브네트웍스에 합병되면서 두 사람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이 또 한 번 늘어난다. 두 사람이 과거 CJ파워캐스트 지분을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매입하는 데 들어간 돈은 각각 74억 원, 37억 원이었다. 종합하면 현재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보유하는 데 투입된 기회비용 혹은 지분가치의 총합은 약 720억 원 내외다. CJ그룹은 최근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부문과 IT부문을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4년 전 합병했던 회사를 올 들어 다시 분할한 셈이 됐다. 이 부장과 이 상무가 보유할 CJ㈜ 지분 4%의 가치는 전일 종가 기준 약 1424억 원. 이는 2014년과 2015년 이 회장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증여할 때 당시 추정 지분가치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1차 증여가 이루진 직후 2014년 CJ올리브네트웍스의 매출액 3454억 원 가운데 계열사 물량은 2422억 원에 달한다. 2016년 합병된 CJ파워캐스트의 2015년 기준 849억 원 매출 가운데 계열사 물량은 407억 원에 달했다. 2018년에는 1조 8228억 원 가운데 3560억 원이 계열사 매출이다. 소매 매출이 많은 CJ올리브영의 매출 성장 덕분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와 CJ파워캐스트를 CJ올리브영과 합병시킨 덕분에 계열사 매출 비중을 줄여 일감몰아주기를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동시에 이 부장 등이 CJ올리브영의 가파른 성장 수혜를 누릴 기회까지 갖게 됐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