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들에게 출입증 때문에 생기는 번거로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작 문제는 ‘유노동 무임금’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두 달째 임시 출입증을 달고 출입하는 것도 그렇지만,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고도 정당한 급료 한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보니 자괴감이 든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C행정관의 푸념이다. 그는 “신원조회가 이유라지만, 인수위에서부터 줄곧 근무해 온 사람을 단지 신원조회가 덜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두 달째 급료 한푼 못받도록 방치해 놓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지난 3월29일 열린 청와대 비서실 워크숍에 대통령 부부 가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그러나 실제로 이들 가운데 지난 3월10일 ‘월급’을 받은 이는 5명에 불과했다. 공직에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이전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청와대에 근무해 온 인사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급료를 받지 못했던 것.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호실에 의뢰한 신원조회가 지연되면서 4월이 돼서도 인사명령을 받지 못한 직원들이 양산됐던 것. 이 때문에 지난 4월10일 두 번째 월급날에도 땡전 한푼 받지 못한 5급 이상 직원이 20여 명 넘게 나왔다. 비록 이번달 급료를 받았지만 지난달 ‘무임금’의 후유증을 아직도 앓고 있는 직원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청와대 직원의 경우 별정직이기는 하지만 일반 행정부처 공직자와 똑같은 임용 절차를 밟는다. 따라서 ▲임용 대상자 신원조회 의뢰 ▲행정자치부 임용 제청 ▲대통령 재가 ▲행자부 인사발령 등의 절차가 완료되어야만 급료가 지급된다.
특히 급료는 행자부로부터 인사발령이 난 날, 즉 임용일로부터 일 단위로 계산돼 지급된다. 물론 임용 이전의 근무에 대한 소급 규정은 전혀 없다. 그 결과 4월 월급날까지 발령을 받지 못한 직원들은 석 달째 ‘유노동 무임금’ 처지가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용절차가 끝나지 않는 20여 명의 직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들의 경우 규정대로라면 첫 급여를 5월10일에나 받아볼 수 있다.
이들 중 한 행정관은 “정권 초기다 보니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는 것은 물론, 휴일에도 근무를 해야했다”며 “사명감을 갖고 일해왔지만 한 달을 넘어 두 달째 급료를 못받게 되니 솔직히 일할 맛이 떨어진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아직 미혼인 사람들이야 딸린 식구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처자식을 둔 가장들은 주변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생활비를 빌려 살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4월 들어 벚꽃 구경이다 뭐다 해서 들떠 있는데, 두 달째 급료도 못받고 있는 처지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올 4월은 잔인한 달이 될 듯싶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한 행정관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어쩔 수 없이 주변에 손을 벌리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후임자들을 위해서라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저간의 사정을 파악한 청와대측에서는 4월 급료 지급일 이후 인사발령을 받은 직원들에 대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에게는 임용된 날을 기준으로 근무 일자를 계산, 4월분 급료를 5월10일 이전에 별도로 지급해 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