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시 일본롯데 영향력 낮출 수 있어…“금융계열사 매각 후 기업공개 시도” 관측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뉴롯데’ 구상이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화룡점정만을 남겨두게 됐다. 사진은 2017년 4월 3일 열린 롯데월드타워 그랜드 오픈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0주년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모습. 최준필 기자.
롯데그룹은 지난 3일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각각 한앤컴퍼니와 JKL파트너스를 선정했다. 한앤컴퍼니는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93.78% 가운데 80%를 인수하는 금액으로 1조 8000억 원을 제시했으며, JKL파트너스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롯데손보 보유 지분 52.47%와 5.5%가량의 우호지분에 대해 427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가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는 까닭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지주사를 출범한 롯데는 지주사 출범 후 2년 이내인 오는 10월 전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롯데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지분을 처분한 뒤 조만간 롯데캐피탈 매각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과 롯데지주에 따르면 현재 신고된 롯데지주의 금융계열사는 롯데캐피탈과 롯데카드, 롯데엑셀러레이터, 롯데손보, 4곳이다. 금감원 지주회사과 관계자는 “롯데지주는 지주 출범 당시 총 12건의 금융회사 주식보유 건을 신고했고, 정리해야 할 금융계열사는 4곳”이라며 “롯데는 오는 10월 중순 안으로 이들 지분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롯데지주가 롯데캐피탈을 매각하지 않으려면 롯데캐피탈이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통계청의 판단이 필요하다. 롯데캐피탈의 주 사업분야가 금융업이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금융회사로 분류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오는 10월 전까지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할 것”이라면서도 “롯데캐피탈 매각 건은 아직 검토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롯데카드 지분을 13.78% 남겨놓은 데 대해서는 “롯데가 영위 중인 다양한 사업과 카드의 시너지가 크고, 임직원 고용승계 문제 등이 남아있어 지분을 남겨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남은 과제는 호텔롯데 상장이다. 신 회장이 지향하는 ‘원 롯데’를 위해서는 호텔롯데 상장이 필수다. 일본롯데홀딩스와 일본롯데 계열사가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은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롯데의 지분을 낮추고 한일 롯데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와 롯데알미늄 등 자회사를 통해 롯데지주의 지분 16%를 보유하며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예전부터 호텔롯데 상장 의지를 내비쳐온 신 회장이 금융계열사를 정리하는 대로 호텔롯데를 상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 2월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복귀와 면세점 사업 정상화로 상장의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계열사 지분 처분으로 이미 지주사 요건은 만족되지만, 롯데지주 위에 옥상옥으로 호텔롯데가 있는 상황이라 합병할 필요가 있고 합병을 위해 먼저 호텔롯데를 상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시가총액이 큰 2개 회사가 합병하는 과정에서 호텔롯데가 비상장된 상태로 합병할 경우 합병 비율 산정에 어려움과 잡음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 중이던 지난해 2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을 자진 사임했으나 지난해 10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지난 2월 자진 사임 1년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또 호텔롯데의 매출 가운데 80~90%를 차지하는 면세점 사업의 경우 지난해 118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앞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면세 쪽 분위기가 매우 좋아지고 있고 앞으로 실적 전망이 2015년, 2016년보다 더 잘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실적을 바탕으로 빠르면 내년 상장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아직까지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의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상장은 주주들의 이익과 면세점 사업 정상화가 우선돼야 가능하다”며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서는 시기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