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덕 교장, 한국 친환경 영농기술 이식중
태양방식 새 커피재배장 팻말 앞에 선 고창덕 가나안 농군학교 교장.
[일요신문] 숲속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황토빛 농장들과 이름 모를 꽃들이 반기는 언덕. 미얀마 청년들이 농업의 꿈을 키우며 기술을 배우는 곳이 있습니다. 미얀마 가나안 농군학교. 한국의 농업전문가들이 농업기술을 가르치는 곳으로, 미얀마 농업청 산하 기관입니다. 이곳은 만달레이에서 중국 국경 라쇼로 가는 아시아로드를 달리다 메이묘 시내 못 미쳐 있습니다. 이 학교는 2002년 김범일 초대교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미얀마 정부와 학교 간에 더 긴밀한 MOU를 체결하는 행사를 치렀습니다. 그만큼 이 나라는 농업기술이 더 절실한 시기입니다.
미얀마는 농업의 나라입니다. 농업인구가 64%가 넘습니다. 국내 총생산도 34%를 차지합니다. 국토도 태국이나 베트남보다 훨씬 넓어 동남아에선 농업의 잠재력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습니다. 제 생각에 머지않은 미래에 미얀마에서 농업분야에서 재벌이 나오리라 생각됩니다. 외국기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기업들이 이 분야를 눈여겨보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쌀, 콩, 깨, 바나나, 망고 등은 중국과 일본, 인도의 주요 수출품목입니다. 이런 가운데 농업의 성장모델도 이 나라는 한국을 꼽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은 과학영농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는 농기계가 절대 부족하고, 비료와 사료, 병충해 연구가 미흡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농업기술을 배우러 가고, 또 농기계 분야 한국교수들을 초청하기도 합니다.
1년에 10회 무료 농업기술 교육이 실시된다.
농업가공 기술교육 시간. 교장 선생님과 함께.
현재 가나안 농군학교에는 고창덕 교장 선생님이 일하고 있습니다. 토양화학과 원예, 축산과 식물학을 고루 공부한 농학박사입니다. 농촌진흥청에서 최우수 농촌지도자로 선정하는 ‘대한민국 농촌지도 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횡성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직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낯선 미얀마로 왔습니다. 그가 지난 1년간 이 학교에 만든 시범농장들을 보면 농업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이 학교로 와 조사연구 끝에 만든 고소득 품종은 10가지. 체리, 블랙베리, 커피, 포도, 아보카도, 돼지, 닭, 백합, 구기자, 마카다미아 등입니다. 이중 블랙베리와 구기자 등은 한국품종입니다. 이렇게 열 가지 품종의 시범농장, 사육장, 친환경 사료공장, 병충해 방지와 영양액 제조실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훈련생들은 스스로 제조기술을 배우고 고소득 작물과 가축을 키우는 영농법을 배우게 됩니다.
지난 4월 미얀마 정부와 학교 간 MOU 체결. 이상화 한국대사가 참석했다.
이 학교는 이어진 전통대로 정신훈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1년에 10번 입교하는 교육생들은 2주간 무료숙식을 합니다. 노동과 이웃의 소중함을 배우고, 농업으로 잘 살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키웁니다. 그리고 과실나무반, 야채반, 커피반, 와인반, 돼지반 등에 배치됩니다. 이 학교 직원들은 총 12명. 각각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웁니다. 아직은 예산이 부족해 한국의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오진 못합니다.
학교를 방문하는 미얀마 농업종사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있습니다. 태양 방식 커피재배입니다. 미얀마는 그늘나무 아래서 커피나무를 키우는데, 이 방식은 태양광선을 차단하여 그늘의 효과를 만드므로 그냥 커피나무만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획기적인 방법입니다. 또 배추나 바나나 줄기, 옥수수와 쌀겨 등으로 만드는 발효사료도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미얀마 복숭아에 한국 복숭아를 접붙이고, 흔한 망고나무에 최고급 쎄인따롱 망고를 접붙이는 기술도 청년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게 합니다.
유기농 가축사육장의 돼지들.
한국 복숭아와 미얀마 복숭아를 접목한 복숭아 시범농장.
농군학교 교장 선생님은 말합니다. 미얀마 농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고소득 작물을 연구하고, 친환경 농사법을 교육해 미얀마 농업이 ‘기술농업’이 되길 소망합니다. 그때까지 그들과 함께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숲속에 난 작은 길로 그가 배웅을 나오며 말했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