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활약 중인 소사-버나디나 “한국 복귀 원해”, 해커는 ‘셀프 홍보’… 니퍼트는 ‘잠정적 은퇴’ 상황
대만리그에서 활약 중인 헨리 소사. 최근 소사를 두고 ‘KBO리그 복귀설’이 돌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KIA 타이거즈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올 시즌 KBO 리그 1호 퇴출 선수로 외야수 제레미 해즐베이커를 웨이버 공시하면서 새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 영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13일 입국하는 터커의 메디컬 체크 등에 문제가 없을 경우 KIA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2군에서 경기감각 회복을 꾀했던 해즐베이커는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2군에서 KBO리그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다면 해즐베이커를 잇는 또 다른 퇴출 외국인 선수가 나올까. 야구계의 관계자들은 현재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일부 외국인 선수들이 또 다른 퇴출 후보로 꼽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늘어날수록 야구 팬들은 한국을 떠난 이전의 외국인선수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복귀를 희망한다. 그중 복귀가 유력한 선수로 헨리 소사, 로저 버나디나 등이 꼽힌다. 이에 ‘일요신문’은 한국을 떠난 외국인 선수들의 근황을 살펴봤다.
LG 트윈스가 토미 조셉을 영입할 당시만해도 삼성의 ‘효자’ 외국인 다린 러프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토미 조셉은 타격 부진과 허리 부상으로 4월 중순에 2군으로 내려갔다가 5월 10일 한화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LG 류중일 감독은 건강한 1루수의 복귀를 간절히 희망했다. 만약 토미 조셉이 복귀 후에도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LG와의 동행이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타자 카를로스 아수아헤도 5월 8일까지의 성적이 타율 0.252 1홈런 12타점으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부진을 거듭하는 성적에 양상문 감독은 아수아헤를 벤치에 앉히고 2000년생 신인 고승민에게 선발 2루수를 맡기는 자구책을 강구했다.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아수아헤는 9일 수원 KT전서 KBO 데뷔 후 처음으로 4안타를 치며 타율을 끌어올렸지만 이런 타격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투수 중에는 KIA의 제이콥 터너가 퇴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 꼽힌다. 8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4패 평균자책점 5.88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이 0.298, 이닝당출루허용수(WHIP)가 1.67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현재 대만프로야구(CPBL)에서 활약 중인 2명의 KBO 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지난 시즌까지 7시즌 동안 KBO 리그에서 활약하다 ‘어쩔 수 없이’ 대만행을 결정한 헨리 소사(34·대만 푸방)가 실제 KBO 리그 일부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사는 지난해 27경기 9승 9패 평균자책점 3.52를 포함해 LG(2015~2018), KIA(2012~2013)와 넥센(2014)에서 통산 194경기 68승 60패 평균자책점 4.32를 기록한 장수 외국인 투수다. LG도 소사와의 재계약을 고민했지만 소사의 기복 있는 플레이를 부담스러워했고, 소사는 세법 개정에 따라 대폭 늘어난 세금이 부담돼 한국에 남을 수가 없었다.
헨리 소사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지만 미국 영주권을 소유하고 있어 이중과세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7시즌을 뛰는 동안 미국에서 20%, 한국에서 22%의 세금을 냈던 소사한테 2015년부터 개정된 세율인 44%의 세금이 소급 적용되는 바람에 거액의 돈을 다시 세금으로 내야만 했다. 결국 LG는 소사와의 계약을 포기했고 소사도 만족도가 높았던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다른 리그를 알아보게 됐다.
대만으로 건너간 소사는 지난 7일 푸방 가디언스 선발 투수로 등판해 9이닝 동안 98구를 던지며 7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4-0 완봉승을 거뒀다. 대만리그에서 올린 첫 완봉승이다. 이날 승리로 소사는 올시즌 5승 1패 평균자책점 1.50을 기록하며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모두 1위에 올랐다.
소사의 좋은 활약 덕분인지 최근 대만 언론에서는 소사가 KBO 리그 팀들과 접촉 중에 있으며 한국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소사는 얼마 전 KBO(한국야구위원회) 공인 에이전트와의 계약도 마무리했다.
소사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에이전트 A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KBO 구단의 몇몇 스카우트들이 대만리그를 돌며 선수들을 파악 중”이라고 전하며 “헨리 소사와 로저 버나디나 등을 주로 관찰 중인데 선수들도 그런 상황을 익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헨리 소사가 한국 복귀를 희망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세금 문제 등이 해결되면 소사도 한국에서 뛰고 싶어 한다. 푸방 가디언스와 소사가 옵트아웃(잔여 계약을 포기하고 FA 권리를 취득) 계약을 맺었는지 확인되지는 않지만 옵트아웃이 명시돼 있다면 시즌 중에 다른 리그로 갈 확률이 높다.”
대만리그에서 활약 중인 전 KIA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헨리 소사와 같이 대만 리그에서 뛰고 있는 로저 버나디나(35·라미고 몽키스)는 어떨까. 지난 시즌을 마치고 KIA와 재계약하지 못한 버나디나는 올 초 일본 독립야구 BC 리그의 이시카와 밀리언스타스에 입단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그러다 돌연 대만 라미고 몽키스로 방향을 튼 그는 현재 라미고 몽키스 2군에서 활약 중이다.
버나디나가 맨 처음 일본 독립리그와 계약을 맺은 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숨어 있었다. 버나디나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지인 B 씨는 “일본 독립리그에서 뛴다고 발표됐지만 정작 버나디나가 일본에 간 적은 없다”면서 “집이 있는 네덜란드에서 일본으로 출국하기 직전에 대만팀으로부터 오퍼가 와 일본이 아닌 대만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전했다.
즉, 버나디나는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독립리그에서 뛰고 있으면 그를 보러 스카우트들이 찾을 것이고, 좋은 활약을 펼칠 경우 일본이나 다른 리그의 프로팀과 계약할 수 있을 거라는 주위의 조언 때문에 일본행을 결심했다는 것.
버나디나가 2군에서 뛰고 있는 이유도 밝혀졌다. 팀이 없었던 버나디나는 스프링캠프를 소화하지 못한 터라 이후 대만에서 몸 만들 시간이 필요했고, 성적 부담이 적은 2군에서 천천히 몸을 끌어 올리며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는 것. 지인 B 씨는 버나디나가 라미고 몽키스와 계약할 당시 옵트아웃 조항을 포함시켰다고 귀띔했다.
버나디나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B 씨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겠다고 대답했다. B 씨가 전한 버나디나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 ‘러브콜’이 있다면 KBO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 그러나 그 전에 세금 문제 등이 어떻게 되는지 명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한국은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다. 좋은 모습으로 한국 팬들을 다시 만나길 희망한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투수였던 더스틴 니퍼트. 니퍼트는 현재 훈련을 이어가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퍼트의 에이전트는 니퍼트의 상황을 “잠정적 은퇴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히어로즈에서 활약했던 에릭 해커도 최근 국내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한국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해커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꾸준히 연습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올리며 ‘셀프 홍보’ 중이다. 2018년 6월 히어로즈의 에스밀 로저스 대체 선수로 KBO 리그에 재취업했던 해커는 올 시즌도 비슷한 기회를 얻고자 텍사스에 있는 집과 훈련장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의지가 눈물겨울 정도라고 한다.
두산 베어스 팬들을 떠올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더스틴 니퍼트는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할까. 니퍼트의 에이전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니퍼트가 가족들과 함께 미국 오하이오 주의 농장에서 생활하며 종종 사냥을 즐긴다고 전했다. 최근 멕시코리그에서 입단 제의가 있었지만 니퍼트가 고민 끝에 거절했다고. 에이전트는 “니퍼트가 돌아가고 싶은 무대는 한국인데 나이가 있는데다 훈련을 계속 이어가지 않고 있어 지금은 잠정적인 은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