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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14일 한국-포르투갈전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박지성 송종국 선수 뒤로 대한항공의 로고가 선명하게 보인다. 특별취재단 | ||
2002한일월드컵 열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벌어진 어떤 이벤트보다 관심과 열기가 뜨거워 월드컵 광고 효과를 노리고 수백억원대의 돈을 선뜻 내놓은 후원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광고효과도 매우 크다는 평가다.
이번 월드컵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후원업체는 15개. 이중 국내 기업은 자동차업체인 현대자동차와 유, 무선 통신업체인 KT-KTF 등 세 곳이다.
현대차는 이번 월드컵 광고 마케팅에 1천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현대차는 후원금 5백억원에 마케팅 비용으로 5백억원을 썼다고 비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현대차는 이 같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얻은 자사의 경제효과는 70억달러(우리 돈으로 8천4백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비용 대비 8배 이상의 효과를 거뒀으니 톡톡히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현대차의 이같은 계산은 해외에서 현대차 광고를 TV로 내보내는 경우 30초당 1만5천달러지만, 월드컵 한 경기당 경기장 펜스에 붙은 광고판 노출이 평균 12분이고, 이것이 2백개국에 중계된 점을 감안하면 50억달러의 광고효과를 거뒀다고 보는 것이다.
또 월드컵 예선전 등 FIFA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에 붙은 A보드 광고 효과가 10억 달러, 경기장 전시 이벤트나 경기장 대형 전광판 광고효과가 10억달러라는 것. 여기에는 한국과 일본에 제공된 6백여 대의 행사차량 지원에 따른 보이지 않는 광고효과는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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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는 지난 6월4일 한국-폴란드전에서 두번째 골을 넣은 유상철 선수. 뒤로 현대자동차 광고판이 보인다. | ||
KTF는 이번 월드컵 후원업체 자격을 따내기 위해 2천5백만스위스프랑을 FIFA에 냈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돈으로 약 2백억원에 해당한다.
KTF는 대회를 전후해 월드컵 조직위에 1천2백50회선의 이동통신망을 제공하고 경기장 주변에 중계기를 늘리는 식의 현물 투자를 했다. KTF는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라는 점이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자평했다.
KTF 월드컵 팀 관계자는 “현물 투자분까지 합칠 경우 전체 비용이 1천억원 정도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장에 설치된 중계기 등 설비는 대회가 끝난 뒤 얼마든지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어서 실제 후원 비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게 KTF쪽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한국통신프리텔이란 사명을 KTF로 바꾸고 안성기, 강수연 등 빅 모델을 쓰는 등 마케팅 비용만 7백억원을 들여 브랜드 인지도를 30~40%까지 끌어올렸다. 그에 비해 ‘코리아 팀 파이팅’을 주제로 한 월드컵 광고 비용은 당시의 10분의 1이지만, 인지도를 80%선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또 하나 KTF가 흐뭇하게 생각하는 점은 국내 이동통신 1위 업체인 ‘말하지 않아도 아는 번호 011’(SK텔레콤)이 월드컵 조직위의 눈치를 보면서 매복 마케팅을 하는 사이 KTF는 경기장에 놓인 A보드나 광고를 통해 통해 국내 대표 이동통신사라는 이미지 구축을 할 수 있었다는 것. 또 이들은 월드컵 미디어센터가 차려진 한국종합전시장에 IT플라자를 세워 국내 정보통신기술을 외국 기자들에게 선보였다.
덕분에 ‘한국의 IT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보도가 연일 외신에서 쏟아져 나오는 등 IT에 대한 국가 이미지나 KT-KTF의 이미지 상승이라는 큰 효과를 봤다고 자평했다.
공식후원업체는 아니지만 한국월드컵조직위 공급업체로서 재미를 보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대한항공이나 금강고려화학, 현대해상화재 등이 바로 그런 예. 대한항공의 후원금은 50억원 정도로 FIFA 공식후원업체보다는 후원금이 적다. 하지만 이들도 경기장 내 골대 뒤에 광고판을 세울 수 있는 권리를 얻어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FIFA 공식후원권이나 한국월드컵 조직위를 잡지 못한 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주보다 곡쟁이가 더 서럽다’는 옛말대로 월드컵 이벤트에선 공식 후원업체보다 공식 후원권을 따내지 못한 기업들의 이른바 매복 마케팅이 더 활발해지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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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F(왼쪽)와 SKT의 신문광고. | ||
한마디로 이들은 월드컵이란 글자가 들어간 것만 빼곤 축구에 관련된 모든 것을 동원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금이 풍부한 SK텔레콤이 월드컵 경기 티켓을 경품으로 내걸지 못한 것은 규정상 공식 후원업체가 아닌 이상 마케팅 수단으로 월드컵 경기 입장권이나 월드컵이란 이름을 쓴 마케팅 이벤트를 벌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열심히 축구광고를 하는 SK텔레콤이 공식 후원권을 라이벌 기업인 KT-KTF에게 넘겨준 것에 대해 SK에선 “내부적으로 검토를 했지만 해외 비즈니스할 경우가 많지 않아 포기했다”고 밝혔다. NTT도코모와의 타결되지도 않은 협상을 이유로 비동기식 IMT 서비스를 고집했던 SK의 전력을 감안할 때 의외의 답변인 것. SK로선 붉은 악마를 잡아 ‘온국민 응원광고’를 내보내 히트를 친 것이 위안거리.
LG전자의 경우 국가대표축구팀 후원업체라는 이름으로 광고를 집행중이다. 대표팀 후원업체답게 월드컵 경기는 아니지만 한국팀 경기 모습을 광고에 담을 수 있어 최태욱 등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PDP TV광고를 내보내는 등 월드컵 기분을 한껏 내고 있다.
이외 동양제과의 경우 ‘붉은악마’ 후원업체로서 한입 베어물은 뒤의 초코파이를 이용해 붉은악마 이미지를 만든 광고를 내보내는 등 공식 월드컵 후원업체가 아닌 업체들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국가대표팀이나 붉은악마도 잡지 못한 기업에선 요즘 넘쳐나는 응원 열기를 담은 붉은색 바탕과 ‘한국축구 16강 기원’, ‘8강 기원’ 등의 슬로건으로 대신하고 있다. 결국 이번 월드컵에서 국내 기업들은 대표팀의 선전만큼이나 쏟아부은 비용에 비해 남는 장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