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대 희대의 사기극’ IDS홀딩스 관련 사건 고위 정·관계 인사 전방위적 수사 확대 불가피
IDS홀딩스는 2011년 1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홍콩 FX마진거래 투자로 월 1~10%의 배당금과 1년 내 원금 상환 조건으로 1만 2700여 명에게 1조 960억 원을 가로챈 희대의 사기사건을 일으킨 회사다.
‘일요신문’은 구은수 전 청장의 수사기록 및 공판 관련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구 전 청장은 유 씨에게 충북 소재 한 대학의 겸임교수였던 부인 A 씨의 전임교수 자리를 알아봐달라고 수차례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구 전 청장이 부인의 전임교수 자리를 부탁한 시기가 IDS홀딩스 사기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시점이란 점에서 논란은 더욱 확전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IDS홀딩스 행사에 참석한 유 아무개 회장(왼쪽)과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처
구 전 청장은 유 씨를 통해 각각 2016년 4월과 2017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부인 A 씨의 전임교수 채용을 추진했다. 구 전 청장은 부인의 전임교수 자리를 청탁할 만큼 유 씨와 상당 기간 친분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록 및 공판 관련 문건에 따르면 구 전 청장은 유 씨에게 “처(A 씨)가 겸임교수인데 전임교수로 됐으면 좋겠다”고 수 차례 부탁했다. 구 전 청장이 2016년 4월 쯤 유 씨 사무실(당시 여의도 IDS홀딩스)을 찾아 부인 A 씨의 이력서를 직접 전달한 사실도 문건에 적시돼 있다.
IDS홀딩스를 방문할 당시 이러한 사실(IDS홀딩스 수사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구 전 청장은 “전혀 알지 못했다. 언론을 보고나서야 그러한 사실을 알았다. 그런 걸 알았으면 유 씨를 계속 만났겠냐”며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구 전 청장은 검찰 조사 당시 부인의 전임교수 채용을 위해 유 씨와 함께 해당 대학 총장까지 직접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해당 대학은 작성 논문 수 부족 등을 이유로 A 씨를 채용하지 않았다.
구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 퇴임 이후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경찰공제회 이사장을 역임했는데 그 당시에도 부인의 전임교수 자리 청탁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17년 9월 쯤 유 씨와 저녁식사를 하게 됐고, 심리학자인 최 아무개 박사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 식사 자리에서 구 전 청장 부인의 전임교수 얘기가 나왔고, 유 씨는 충북에 있는 한 사립대학에 잘 아는 사람이 있으니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구 전 청장은 부인이 새로 작성한 이력서를 유 씨에게 건넸고, 유 씨는 자신의 지인 김 아무개 씨에게 이를 전달했다. 하지만 A 씨는 이 대학에서도 전임교수가 되지 못했다.
구 전 청장은 2014년 9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제 30대 서울경찰청장을 역임했다. 2015년 11월 경찰의 물대포 강경진압으로 백남기 농민이 숨지자 구 전 청장은 관리·감독 소홀 책임론에 휩싸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구 전 청장은 유 씨로부터 인사청탁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그는 2014년 서울경찰청장 재임시절 유 씨로부터 “특정 경찰관을 특별 승진시키고 IDS홀딩스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배치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2017년 기소됐다.
2016년 9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강신명 전 경찰청장(오른쪽)과 함께 출석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왼쪽). 사진=박은숙 기자
대법원은 지난 1월 구 전 청장에 대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공여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배달 사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 고소사건을 영등포경찰서의 특정 경찰(윤헌우,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5년 확정)에 배당시킨 건에 대해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같은 시기에 기소된 유 씨와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전 보좌관 김 아무개 씨도 각각 징역 1년 6월과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 받았고, 현재 출소한 상태다. 김 씨는 구 전 청장과 유 씨 사이에서 청탁 내용을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김성훈 대표는 지난 2014년 672억 원 사기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2016년 8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김 씨는 재판을 받는 중에도 사기행각을 주도해 2016년 9월 특경법상 사기 및 방문판매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2017년 12월 징역 15년을 확정받은 주범이다.
구 전 청장이 부인의 전임교수 자리를 청탁한 유 씨는 충청권 기반 정당이었던 자유민주연합(자유한국당에 흡수) 후원회장을 역임하는 등 ‘충청권 마당발’로 통했던 인물이다. 그는 2013년부터 IDS홀딩스 사건 주범인 회사 대표 김성훈 씨의 부탁을 받고 회장으로 취임했고,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쳤던 인물로 지목받기도 했다.
한편, ‘일요신문’은 관련 의혹에 대한 구 전 청장의 설명을 듣기 위해 어렵게 전화 연결을 했지만 그는 “통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짤막하게 전했다.
IDS홀딩스피해자연합회 측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희대의 IDS홀딩스 금융 다단계 사기사건과 관련해 구은수 전 청장은 현직에 있을 때 다단계업체 대표로부터 청탁을 받고 사건배당에 관여했다. 퇴직후 부인의 전임교수 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최근 청와대 근무시절 민간인 사찰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며 “IDS홀딩스 사건과 관련한 고위 정·관계 인사들은 더 있을 것으로 안다.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