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이 시민단체 데모에 굴복하는 행정을 펼쳐도 되나”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전포종합사회복지관 전경.
[부산=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부산진구청이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의 위탁약정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겠다고 통지하자 수탁법인인 그린닥터스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진구청은 지난 10일 그린닥터스 재단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전포복지관에 대한 그린닥터스의 위탁 운영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사전 통보했다.
부산진구청은 이날 ‘전포종합사회복지관 관련 처분 사전 재통지(청문 실시)’이라는 공문에서 ‘부산진구청은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 서비스 증진과 복지사업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위탁하기로 결정하였으나, 위수탁 과정에 시설장(복지관 관장) 내정자를 미고용하였으며, 고용문제로 시작된 위탁법인과 복지관 직원 및 관련 단체와의 불협화음 사태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그린닥터스와 복지관 직원 등의 갈등으로 인해 복지관의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고, 장기화 시 공공재인 복지관 운영에 심각한 차질과 이용자의 불편이 예상되어 공익사업상 불가피하게 위탁해지 처분을 사전 통지한다’고 밝혔다.
부산진구청의 위탁해지 처분 사전통지에 대해 그린닥터스 재단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먼저 시설장 내정자를 미임명했다는 구청 측의 주장부터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린닥터스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2018년 12월 29일 이사회를 열어 당시 복지관장이 ‘12월 31일’자로 계약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재선임을 위한 공개모집을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를 주재한 정근 이사장은 “윤해복 관장을 그대로 임명하자”고 제안해 참석이사 만장일치를 찬성했다.
다만 일부 이사가 ‘최근 채용비리에 대한 사회적 비판여론이 있는 만큼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모집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공모라는 형식을 빌려 현 관장에 대한 임명절차를 밟기로 의결했다.
이날 그린닥터스재단 이사회에는 전포종합사회복지관 장명희 과장과 오우석 팀장이 배석했고, 이 같은 내용을 법인 이사들과 공유했다.
특히 절차상 며칠간의 업무공백을 우려해 새 관장이 뽑힐 때까지 관장대행을 맡게 될 장명희 과장은 향후 새 관장과 더불어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을 꾸려갈 새 운영위원회 위원 명단을 함께 작성하기도 했다.
이후 2018년 12월 31일 오후 오우석 팀장에게 새해 첫 출근일인 2019년 1월 2일 오후 2시 복지관에서 법인 대표와 복지관 전 직원 간 신년인사회를 갖도록 준비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장명희 과장과 오우석 팀장 등이 2019년 1월 2일 오전 부산진구청 청사 내에서 전격적으로 ‘관장 임명지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는 게 그린닥터스 측의 주장이다.
그린닥터스는 이후 ‘관장임명은 일반직원들과 달리 공모절차 없이 법인 이사회에서 임명해도 된다’는 부산진구청 해당부서의 유권해석에 따라 긴급이사회를 통해 윤해복 관장을 재선임하기로 의결하고 이를 복지관과 부산진구청, 당사자인 윤해복관장에게 즉각 통지했다.
특히 인사 당사자인 윤해복 전 관장에게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통해 ‘관장 임명’ 사실을 통지했으나, 윤 전 관장은 끝내 불응했다.
그린닥터스 관계자는 “복지관 일부 직원들의 부당한 항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발 빠르게 요구조건을 수용하게 된 데는 복지관 파행운영에 대한 피해가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갈까 우려했기 때문”이라면서 “시위 주도 측은 최초 요구조건인 ‘윤해복 관장의 즉각 임명’을 수용했음에도 불구, ‘그린닥터스에 대한 위탁운영 취소’를 부산진구청에 계속 요구했고, 결국 부산진구청이 직원들과 일부 단체의 집단행동에 굴복하고 합법적인 수탁법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직권남용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부산진구청은 해지 이유에 대해 “수탁자심사과정에서 내정된 시설장 미고용 문제, 복지관 직원과 법인과의 갈등으로 복지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파행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산진구청은 오는 23일 오후 2시 부산진구청 5층 공유의방에서 전포복지관 위탁해지 처분에 따른 그린닥터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청문을 실시한다.
그린닥터스 측은 청문을 통해 이처럼 구청 측의 행정 횡포를 지적하고 ‘위탁해지 처분의 불법성’을 제시하는 한편 2019년 1월부터 지금까지 부산진구청이 수탁법인에 대해 부당하게 자행한 직권남용을 공개하고 사정당국을 통해 엄벌을 요구할 방침이다.
그린닥터스는 앞으로 부산진구청의 위탁해지 처분이 확정되는 대로 구청의 직권남용과 전포복지관 측의 사회적기업 비리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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