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결집 성공했지만 중도보수는?…‘민생’ 아닌 ‘총선‧대선용’ 비판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및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참가자들이 4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규탄 장외 집회’ 직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한국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지난 7~10일, YTN 의뢰,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두 정당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로 좁혀져 주간 집계 기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소 격차를 보였다. 민주당은 38.7%, 한국당은 34.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기록한 지지율(34.8%) 이후 약 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인 셈이다. 덕분에 한국당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심재철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당의 장외투쟁과 황교안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에 대해 “잘하고 있다.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 방법 말고 딱히 다른 게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저쪽(문재인 정부)이 워낙 못 하고 있으니 (효과가 더 있는 것 같다) 이 방법은 지속돼야 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도 “지지율을 봐라. ‘히트’ 아니겠나. 옛날(지지율 높던 시절) 생각하면 안 된다. 바닥치고 올라온 것치곤 잘한 것 아니냐”라며 “한국당 집회는 당원들과 순수한 지지자들까지 다 모였다. 당협위원회와 보수단체는 의무감으로 의무적으로 참석했는지는 몰라도 일반인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그 밖의 많은 관계자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석호 의원은 “이 집회가 오래가진 못할 것 같다. 어떻게 국회를 오래 비우겠냐”라며 “언론에서 홍보도 잘 안 해주더라. 중앙언론에선 내주지도 않고 대구‧경북 방송을 보니 스쳐지나가는 정도더라. 그래서 최고위원회 회의도 현장에서 진행하려 하는데…. 우리도 답답하지만…”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관계자도 “‘집토끼(당 중심)’를 잡는 데에는 성공했는지 모르겠으나, ‘산토끼(일반 유권자)’는 아직인 것 같다. 지도부는 현재 한국당과 극우보수들의 환호에만 집중했지, 그 외에 나머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더라”며 “중도 보수와 대중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시민단체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확장성이 부족하다. 대한애국당이 아닌 바른미래당 방향으로 끌어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시 당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박 전 대통령이 왜 성공했겠나.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한 덕분에 중도표까지 끌어 모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구에서 열린 집회에서 “(취임 2주년 대담을 진행한)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받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달창’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 모임 ‘달빛기사단’을 ‘달빛창녀단’이라고 비하한 말을 줄인 것이다. 게다가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좌파 독재’ ‘좌파정책’ ‘언론과 입법‧사법부를 장악한 독재’라며 흑백전선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황교안 대표는 ‘민생투쟁 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2주째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상주하며 민심을 청취하고 정책을 홍보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7일 그는 대장정 출정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고 ‘경제 폭망’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책대안을 제시해왔다”고 겨냥했다. 그러는 동시에 문 대통령을 향해 1 대 1 단독 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홀로 대통령과 마주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 또한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1 대 1 회담을 제안하는 건 투정부리는 것밖에 안 된다. 민생하고 1 대 1이 무슨 상관인가. 대권행보로밖에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일부 현장에선 달갑지 않은 반응이 나왔다. 황 대표는 투어 중 쓰레기 수거 차량에 탑승해 청소작업을 했으나, ‘안전보호장비 없이 쓰레기 수거차량에 매달렸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며 고발당했다. 다른 날 광주 지역 민생투어에서는 물세례를 받는 등 거센 항의를 받았고 결국 발길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황 대표는 18~19일 호남에서 2박3일 민생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광주로 내려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도 참석한다. 그러나 한국당은 ‘5‧18 망언’ 3인에 대한 제명 절차도 마무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광주 현장에서 황 대표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당직자는 “장외투쟁 집회를 지금까지 세 번 했는데,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 분명 참석하는 인원은 조금씩 늘고 있긴 한데 도무지 일반 시민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그렇게 ‘달창’ 이야기하며 집회를 하는 것은 당장 당을 중심으로 한, 그리고 극우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기는 좋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안조차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우리가 안고 가야 할 방향은 대한애국당 쪽이 아닌 바른미래당 쪽이다. 그런데 지금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하는 것을 보라. 극우 쪽에 치우쳐 있지 않나. 원색적인 발언만 할 뿐 방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당직자는 “차라리 황 대표는 편의점에서 1일 사장 경험을 해보며 ‘최저시급이 너무 높은 것 같다’ 등의 지적을 하고 대안을 마련해주면 되는데, 너무 정치적 공격에만 치중한 것 같다”라며 “한국당 지도부는 현재 출구전략도 마련하지 않았다. 당직자들도 도대체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종욱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도 “민생대장정을 한다면서 왜 그곳에서 그런(원색적인) 말들을 하느냐. 민생대장정이 아니라 적과 아군을 딱 둘로 구분해서 소위 ‘저쪽은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계속 한다”며 “그럴 거면 아예 ‘민생’을 말하지 말라. 그냥 ‘총선’만 말하라”고 지적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