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행적 지적 민원에 “회사가 결정할 일”…모델 발탁 유튜버 ‘악어’도 열정페이 논란
KT가 새 광고 모델로 기용한 유튜버 보겸의 과거 언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박정훈 기자
KT는 10GiGA 인터넷 TV 광고를 공개하며 인기 유튜버 보겸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보겸이 광고 전면에 등장하며 그의 과거 언사와 행동이 논란에 중심에 섰다. 보겸의 유행어가 혐오단어로 쓰이는데다 그가 데이트폭력으로 이미 논란이 된 적이 있었던 것.
게임방송을 하는 보겸은 구독자 319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스타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인기를 모으며 보겸의 말 한마디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보겸이 인기를 모으며 그가 사용하는 말들은 유행어가 됐다. 그 중 하나가 ‘보이루’다. ‘보겸+하이루’를 합친 보이루는 보겸이 방송에서 사용하며 단번에 유행어가 됐다. 하지만 이 단어를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게 문제였다. 초등학생, 10대들이 보이루를 왜곡해 사용하며 이를 두고 혐오적인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보겸은 해당 단어가 의도와 달리 왜곡되고 오용되는 점을 우려했다. 자신의 방송에서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유포하는 분들에게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유행어를 혐오단어라고 비판하는 시청자를 저격한 것. 문제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보이루가 혐오단어로 사용되는 본질은 챙겨보지 않은 점이다.
소비자들은 논란이 일었던 보겸을 굳이 광고모델로 기용한 KT에 분노했다. 2018년에도 프로야구팀 KT 위즈는 보겸을 시구자로 선정했다가 항의가 빗발쳐 급하게 철회한 바 있다. 이미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뒤에도 보겸을 광고모델로 발탁한 것에 대해 비판이 폭주했다. 더군다나 KT의 소비자 대응 태도도 문제가 됐다.
KT는 민원을 제기한 이용자들에게 불친절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민원인이 공개한 KT의 답변 메시지에는 “사업자가 광고모델을 누구로 정하는지 여부는 이용자가 선택하는 부분이 아니므로 회사 내부적으로 진행될 문제이며, 그러므로 고객센터에서 별도 답변드릴 사항이 없습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KT의 답변은 도리어 도화선이 됐다. 뿔난 소비자들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이미 문제가 된 사람을 굳이 또 광고모델로 쓰는 KT 불매하겠다“ ”SK로 통신사 바꾸겠다” 등의 내용을 공유하며 불매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KT는 돌연 개인 SNS를 찾아다니며 “문제의 영상은 논란이 되고 있어 삭제하였습니다.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겠습니다”라고 답변을 달았다.
KT는 보겸이 출연한 광고 영상을 삭제했다. 하지만 또 다른 유튜버 ‘악어’를 앞세운 광고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악어는 게임방송을 진행하는 인기 유튜버다. 악어가 출연한 광고분에서 그는 “스트리머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아서 좋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인정해줄 것이란 마음으로 클린한, 좋은 성향의 방송을 해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악어는 과거 열정페이 사건으로 논란이 된 인사다. 공식팀을 이뤄 방송을 만들던 악어는 무보수로 공식팀원을 착취하고 갑질을 자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10대들의 재능과 시간을 착취하고 막말을 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하지만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고 공식팀이 해체되는 수순을 밟았다.
공인이 아닌 일반인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용 과정에서 인플루언서의 이미지와 성향, 과오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KT의 이번 사건은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보겸의 경우 같은 논란으로 KT 외부행사 섭외가 한 차례 불발됐음에도 버젓이 광고모델로 사용한 점이 문제다. 소비자들은 이용자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KT 관계자는 “올해 2월 아프리카TV와 1인 미디어 활성화 MOU를 맺었다.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려고 협업을 진행한 건인데 논란이 돼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