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 대표 피소 사실 알면서도 우선협상자 지정 강행…다른 후보들의 더 높은 금액 제시 노렸을 가능성
지난 3월 26일, KT새노조와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서울중앙지검에 황창규 회장을 비롯한 KT 경영진과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를 고발했다. 이들은 2016년 10월 KT가 한앤컴퍼니의 엔서치마케팅(현 플레이디)을 600억 원에 사들였으며 이는 인수 전 공정가치 176억여 원보다 424억여 원이나 높은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롯데카드 본사 전경. 일요신문DB
문제는 이 사건이 정작 KT보다 롯데카드 매각 작업으로 불똥이 튀었다는 점이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3일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 지분 80%를 1조 44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매각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한 대표가 탈세 혐의로 처벌을 받으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한 대표가 벌금형을 받을 경우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 따라 부적격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관련 법규는 “금융회사 대주주는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최대주주가 아니고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인수합병(M&A)에 반대하는 입장인 롯데카드 노조 측에서도 이번 사건을 매각 작업과 연계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롯데카드 매각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1차로 금융감독원에서 세부 요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상정해 통과해야 승인이 완료된다. 심사를 통과하는 경우 통상적으로 2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롯데카드 매각 작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롯데 측이 애초부터 매각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는 중이다.
시민단체가 한앤컴퍼니의 고발 사실을 외부에 알린 것은 지난 3월이다. 롯데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 약 두 달 전이다. 피소된 사실을 알면서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강행한 셈.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인 롯데그룹은 올해 10월까지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면서 “시간이 없어서 한앤컴퍼니 우선협상자 선정을 강행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뒤집어보면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을 진행한 셈이어서 뭔가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사실 롯데카드 매각 의지와 관련된 의구심은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할 당시에도 제기됐다. 우선 롯데는 하나금융과 MBK파트너스 등 쟁쟁한 후보들을 놔두고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한앤컴퍼니는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보다 2000억 원가량 많은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향후 협업 시나리오, 고용승계 등에서는 다른 후보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매각 작업에서 더 많은 액수를 부르는 후보를 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한앤컴퍼니가 사모펀드라는 점이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한 뒤 몸값을 높여 되파는 것이 일반적이니만큼 향후 롯데와 지속적인 협업이나 고용승계 약속 등이 지켜질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두 번째는 지분을 일부만 매각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20%를 남기고 팔기로 해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런 와중에 한앤컴퍼니의 우선협상대상자 배타적 협상 기간까지 종료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대한 배타적 협상 기간은 지난 13일 끝났다. 이날까지 주식매매계약(SPA) 등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만큼 입찰에 참여했던 다른 인수 후보들이 롯데 측과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롯데카드 인수 본입찰에는 한앤컴퍼니 외에도 하나금융지주,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 등이 참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높은 금액을 제시한 한앤컴퍼니를 활용해 롯데카드의 몸값을 더 받으려는 ‘큰 그림’을 그린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한다. 협상 기간이 종료된 만큼 다른 후보들이 한앤컴퍼니보다 더 높은 금액을 부르며 적극적으로 달려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다른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나 MBK, 우리은행 모두 워낙 적극적이었던 만큼 사실 롯데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이 아쉬울 것 없다. 다른 후보들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그냥 나한테 팔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꼬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롯데엔 꽃놀이패”라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