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자 운영 능력 논란에 지역상인 반발까지…감정가의 절반에 무리한 매각 시각
인천시 남동구 롯데백화점 인천점 건물 전경. 타디그레이드홀딩스가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롯데쇼핑은 아직 정식계약 체결은 이뤄진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성준 기자
롯데쇼핑은 최근 부동산 개발 시행사 타디그레이드홀딩스와 롯데백화점 인천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백화점 부평점 매각과 관련해서는 모다아울렛-마스턴투자운용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점과 부평점 매각가는 각각 1150억 원과 35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롯데쇼핑의 감정가(인천점 2299억 원, 부평점 632억 원)의 50% 정도에 불과한 가격이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2월 1149억 원과 316억 원을 최소 입찰가로 제시한 바 있다.
롯데쇼핑이 감정가의 절반 수준까지 낮춰 점포 매각에 나선 것은 공정위의 시정명령 때문이다. 공정위는 롯데쇼핑이 2013년 인천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매입하자 인천지역 시장에서 독과점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 또는 중동점을 매각하도록 했다. 5월 19일까지 매각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롯데쇼핑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매일 1억 3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했다.
이번 매각으로 롯데쇼핑은 한시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공정위 처분을 피하기 위해 무리한 매각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자들이 쇼핑몰을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인천점을 인수한 타디그레이드홀딩스는 지난해 9월 설립됐다. 법인등기에 따르면 지난 4월 9일 회사 목적에 ‘백화점 운영업’을 추가했다. 인천점 인수를 위해 급히 업종을 추가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법인등기에는 타디그레이드홀딩스의 본점 주소가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상가건물로 돼 있다. 지난 16일 직접 찾아가보니 해당 주소지에는 공유 오피스가 들어서 있었다. 타디그레이드홀딩스는 공유 오피스의 한 칸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규모 신생 부동산 개발 시행사가 11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또 이 회사가 기존의 유통사업자가 아니라는 점도 추후 공정위의 승인 여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매입 주체를 백화점운영사업자로 한정한 바 있다.
타디그레이드홀딩스 측은 자신들이 인천점 인수자가 아니라고 전했다. 타디그레이드홀딩스 관계자는 “우리가 최초 계약을 했지만 최종 매수인은 다른 법인이다“라며 ”그러나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다른 관계자는 “계약 최종완료일은 5월 20일로 아직 진행 중이라 따로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부평점 인수자로 알려진 모다아울렛을 두고도 말이 나온다. 모다아울렛은 2000년 2월 설립됐다. 대구(본점) 1호점을 2002년 오픈한 뒤 현재 대전, 경주, 진주, 인천 등 전국에 15곳의 아울렛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74억 원, 영업이익 59억 원, 당기순이익 53억 원을 기록했다.
부평점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상권이 반발하고 있다. 아울렛 전문기업이 들어서 백화점이 아닌 아울렛 방식으로 운영하면 지역 영세 상권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인천부평상인연합회는 모다아울렛의 인수를 반대하며 집회에 나서기도 했다.
인천부평상인연합회는 “전국에 15개 아울렛을 운영 중인 아울렛 전문 기업이 백화점으로 위장전입 하는 것 아니냐”며 “처음엔 백화점으로 들어오고 몇 달 지나면 매장을 바꿔 최저가 파격 세일하면서 아울렛처럼 운영해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고, 막을 법규도 없다”고 토로했다. 또 “아울렛이 들어오면 기존 부평 상권은 초토화된다”며 “백화점다운 백화점을 들여야 마땅하며 그것이 안 된다면 모다백화점이 편법 전입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를 가져와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모다아울렛 관계자는 “롯데쇼핑 측과 정식계약이 체결됐으며 아울렛이 아닌 백화점으로 운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지역 상인들과 사전 교감이 없어 반발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 매각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세부사항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공정위가 제시한 5월 19일 시한까지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