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최태원 SK(주) 회장이 구속됐다. 최 회장의 구 속으로 다른 재벌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H그룹의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SK그룹에 대한 검찰조사도 관심사이긴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그룹에 ‘불똥’이 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소 경쟁관계에 있던 각사 정보맨들도 이번에는 서로 의견을 활발히 교환하는 등 향후 재계에 몰아닥칠 후폭풍을 가늠하기에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이들 그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SK에 불어닥친 일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
삼성, LG, 두산, 한화 등이 시민단체로부터 줄줄이 고발당한 상태인 데다, 검찰이 재벌총수 개인에 대해 칼날을 겨누고 있다는 점 등에 미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의 아킬레스건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상무에 대한 증여문제.
삼성은 최근 사내 정보팀을 풀가동해 검찰의 동향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기습작전 이후 삼성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상무와 관련된 항간의 의혹은 이미 실체가 다 드러난 것 아니냐”며 “SK사태의 불똥이 우리에게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은 SK사태가 ‘편법증여를 통한 재벌 오너의 재산불리기를 차단’하는 차원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심기가 불편하다.
▲ 왼쪽부터 삼성 이재용 상무, 현대차 정의선 부사장, LG 구본무 회장 | ||
게다가 참여연대가 최근 “SK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삼성은 봐주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며 정부와 검찰에 대해 공세를 펴고 있어 삼성으로선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아킬레스건은 정의선 부사장의 초고속 승진.
현대차 관계자는 “정의선 부사장은 계열사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며 여유를 부렸지만,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아들과 사위 등을 초고속 승진시킨 것과 형제기업인 현대상선의 대북지원 등의 문제가 언제 터질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초고속 승진한 정 부사장의 경우 현대차 주식 6천여 주, 본텍 지분 30%, 오토에버 지분 20% 등만을 보유, 지분 승계가 전혀 이뤄져 있지 않다.
한화는 천신만고 끝에 지난 연말 매듭된 대한생명 인수를 둘러싼 특혜 시비가 다시 불거지지 않을까 초조한 모습이다. 한화는 또 대생을 인수하기 위해 한화 등 주요 계열사의 자금을 편법으로 동원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LG도 오너인 구본무 회장이 지난 1999년 상장을 앞둔 LG석유화학 주식을 헐값에 매입했다는 이유로 참여연대로부터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받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