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 “우리는 4년 전보다 발전했다”…예선 첫 경기 프랑스 ‘복수전’ 초미 관심사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 나설 23인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이들은 남자 대표팀도 이루지 못한 2회 연속 본선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2019 여자 월드컵이 열리는 프랑스로 향한다. 대표팀 역사상 세 번째, 최근 2대회 연속 월드컵 본선 참가다. 사상 최초였던 지난 2003년, 12년 만에 본선에 진출했던 2015년과 달리 대표팀은 전 대회 16강 진출이라는 경험을 가지고 이번 대회에 나선다. 여자 대표팀은 1차 목표로 삼은 2회 연속 16강 진출을 달성할 수 있을까.
여자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A조에 편성돼 프랑스, 나이지리아, 노르웨이를 차례로 상대하게 됐다. 특히 프랑스와의 맞대결에 많은 눈길이 쏠린다.
대표팀은 그간 프랑스와의 A매치 2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월드컵 본선 무대였다. 대표팀과 프랑스의 맞대결은 월드컵 본선 진출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지난 2003 미국 여자 월드컵에서 0-1로 패했고, 2015년에는 역대 최초로 오른 16강에서 0-3으로 패배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 세 번째 맞대결은 대회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이다. 홈 이점을 안고 있는 개최국과의 맞대결이지만 선수들은 자신감을 보였다. 앞서 대표팀 ‘에이스’ 지소연은 “첫 경기는 모두 어렵다. 개최국 프랑스가 부담이 클 수 있다. 우리는 잃을 것이 없다. 상대는 강하지만 우리도 지난 4년간 발전했다”는 말을 남겼다.
윤덕여 대표팀 감독은 지난 7일 주요 선수들을 소집해 담금질에 들어갔다. 이민아, 조소현, 지소연 등 해외파 선수들도 속속 합류했다. 훈련을 이어오던 윤 감독은 17일 23인의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이은미, 김혜리, 김도연 등 베테랑에 여민지, 장슬기 등 2010 U-17 월드컵 우승 멤버들이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생애 첫 성인 월드컵을 경험하게 됐다.
일각에선 여자 축구 대표팀을 놓고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현재보다는 미래 자원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다. 탄탄하지 못한 국내 여자축구 저변 탓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다만 현재의 전력 만큼은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드컵 본선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했던 인물이 드물었던 지난 대회 멤버와 달리 이번 23인 엔트리 중 11명이 ‘월드컵 유경험자’다. 주장 조소현도 “2015년엔 경험자가 2명뿐이었는데 이젠 다르다. A매치 경험도 풍부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노르웨이와 영국을 거치며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조소현. 소속팀서 영국 여자 FA컵 결승전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특히 올 시즌 지소연은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8강과 4강에서 프랑스 팀(파리생제르망, 리옹)을 연달아 상대했다. 조소현은 웨스트햄 이적 이전까지 노르웨이리그에서 활약했다. 월드컵 본선 상대 국가 선수들과 직접 몸으로 부딪힌 경험은 16강 진출을 노리는 대표팀에 큰 자산이다. 이외에도 여자축구 아이콘 중 하나로 떠오른 이민아(고베 아이낙)도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로 꼽힌다.
20일에는 미디어데이와 출정식도 이어졌다. 미디어와 팬들 앞에 나서 ‘그라운드의 적막을 깨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회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조소현은 “프랑스에서 이변을 일으키고 싶다. ‘적막을 깨라’는 의미도 그런 느낌이다. 프랑스전에서 우리가 골을 넣으면 조용한 관중들 가운데 우리 팬들이 환호하는 장면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지소연은 월드컵 본선이라는 무대에 첫 발을 뗐던 4년 전 느낀 부담감을 털어 놓기도 했다. 그는 “그 때 많은 주목을 받았고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에 제대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이번엔 다른 좋은 선수들도 있다”며 “성숙한 경기력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개막전에서 골을 넣는다면 프랑스의 축구 스타 킬리앙 음바페의 상징과도 같은 ‘팔짱 세레머니’를 선보이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출정식 최고 스타, ‘황보람-봄이’ 모녀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열린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 출정식 최고 스타는 ‘봄이 엄마’ 황보람이었다. 월드컵 참가를 앞두고 소감을 밝히는 ‘봄이 엄마’ 황보람. 대한민국 최초로 출산을 경험하고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서게 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베테랑 수비수 황보람은 이번 엔트리 합류만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16년 3월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 이후 첫 발탁이었다. 이 기간 그는 결혼을 했고, 출산으로 소속팀서 1년 여의 공백을 가지기도 했다. 윤덕여 감독은 올 시즌 복귀 이후 변함없는 활약을 보인 그를 전격 발탁했다. 이후 23인의 최종 엔트리까지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 역사상 최초로 ‘엄마 선수’가 월드컵에 나서게 되는 순간이었다. 출정식에는 딸 봄이와 함께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14개월 된 봄이는 선수 대기실에서부터 엄마와 함께 월드컵에 나설 ‘이모’들의 관심을 독차지 했다. 선수들은 서로 봄이를 안아보려 아우성이었다. 황보람은 딸을 끌어안고 무대에 올라 “딸 봄이가 나중에 컸을 때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취재진의 관심도 이들 모녀에 대거 쏠렸다. 행사 이후 남편 이두희 씨를 포함한 황보람의 가족은 별도의 방송 인터뷰에 나서기도 했다. 김상래 기자 |
“신세계 사랑합니다!” 여자축구에 찾아온 ‘봄날’ 이갑수 신세계이마트 사장은 대표팀 격려금 3000만 원을 주장 조소현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여자축구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더 많은 A매치를 치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국내 여자축구 스타들이 발언권을 가지면 의례적으로 따라붙는 말들이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여자축구이기에 남자 대표팀에 비해 지원이 덜 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선수들은 더 많은 A매치를 갈구했다. 실전만큼 좋은 훈련은 없는 법이다. 강한 상대와 맞붙으며 현재를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잡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매치 기간마다 경기를 꼬박 치르는 남자팀과 달리 여자 대표팀의 A매치 일정은 불규칙적이었다. 별도의 평가전을 잡는 것이 아닌 국제 친선대회 참가 정도에 만족해야했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14회의 A매치를 치렀다. 21회의 남자 대표팀에 비하면 적은 숫자다. 이런 여자 대표팀에도 봄날이 찾아왔다. 신세계그룹이 대한축구협회와 공식 파트너 협약을 맺고 여자 대표팀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향후 5년간 100억 원 규모의 협약이다. 이로써 대표팀은 연 2회 이상의 정례적인 친선 경기를 약속받게 됐다. 20일 열린 대표팀 출정식에는 신세계와 축구협회의 협약 소식이 다시 한 번 알려졌다. 이에 대표팀 스타 이민아는 “신세계, 사랑합니다!”라며 당차게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이광용 KBS 아나운서가 내빈으로 참석한 신세계 임원들을 소개하자 지켜보던 축구팬들의 환호가 쏟아지기도 했다. 김상래 기자 |
공개 행사 가졌지만 팬들은 뒷전?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 나설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출정식 장소로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을 택했다. 그 중에서도 몰 한 가운데 자리잡은 라이브 플라자였다.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지켜볼 수 있는 장소였다. 지난 2015년 월드컵에 앞서 대표팀은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출정식을 가진 바 있다. 4년이 흐른 2019년, 대표팀은 좀 더 개방된 곳을 선택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월드컵에 나서는 여자 대표팀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의도는 성공을 거둔 듯 했다. 이날 행사는 유니폼이나 백팩 등 대표팀 관련 물품을 몸에 두른 열성팬 이외에도 많은 행인들의 발길을 잡아끌었다. 내빈과 취재진이 행사장 객석 앞쪽으로 쏠리며 관객들은 윗층에서 행사를 내려다보기도 했다. 일부에선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계단식 객석이 설치된 행사장에 많은 내빈과 취재진이 몰리며 관객은 뒷전이 된 듯 한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김판곤 부회장, 홍명보 전무이사 등 협회 인사들을 비롯해 이갑수 신세계이마트 사장, 허병훈 신세계그룹 전략실 부사장 등 협회와 파트너 협약을 맺은 신세계 그룹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현장을 방문해 선전을 기원했다. 문제는 이들이 객석 중앙 앞쪽에 대거 자리를 잡으며 행사를 지켜보려는 팬들은 선수단과 멀리 떨어져야 했다는 것이다. 일부 팬들은 윗층 난간에 기대 아래를 내려다 봤다. “위쪽이 훨씬 잘 보인다”는 푸념이 들려오기도 했다. 현장을 지키던 스타필드 직원은 안전을 위해 연신 관객들을 난간에서 떨어트려 놓아야 했다. 행사를 지켜보던 축구팬 김 아무개 씨는 “선수들과 팬은 뒷전이고 내빈이 우선인 것처럼 느껴진다. ‘팬 스킨십’이 우선인 시대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진행”이라고 지적했다. 김상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