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줘야지!
롯데팩토리아울렛 인천점에서 일하는 리빙브랜드 매장 직원 A 씨는 요즘 매일같이 잠을 뒤척인다. 롯데팩토리아울렛 인천·가산점이 폐점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난 3월 말부터다. 온라인 유통 시장의 강세로 백화점·아웃렛 업계가 불황을 겪는 터라 당장 아웃렛이 문을 닫으면 매장을 철수해야 하고 다시 입점할 매장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매장을 관리하는 롯데쇼핑 직원이나 브랜드 본사 측에 영업을 종료한다는 게 사실이냐고 물어도 ‘정해진 게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 그 사이 폐점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단골 고객 발길은 뚝 끊겼다. A 씨는 “고객들이 문 언제 닫느냐, 고별전 행사는 언제 하느냐면서 그냥 가버린다. 어떤 날은 매출이 10만 원도 안된다. 롯데 직원들은 ‘여기는 문 안 닫으니 동요하지 말라’면서 안심시키려 하는데, 그런 식으로 숨긴다고 능사가 아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롯데팩토리아울렛 전경. 3월 말 영업 종료 기사가 나간 이후 인천점을 찾는 고객 발길이 끊겼다고 직원들은 호소한다.
롯데쇼핑은 지난 3월 수익성이 떨어지는 롯데팩토리아울렛 인천·가산점을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시장이 작아지고 독점 규제가 강화되면서 무리하게 확장하는 영업 방식보다 부실 점포는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점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라며 “영업 종료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브랜드나 롯데쇼핑 측에서 혼란 방지를 이유로 상황에 대해 쉬쉬하다 보니 브랜드 직원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당장 점포가 문을 닫으면 아무런 대책 없이 내쫓기는 터라 폐점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혼란은 가중된다.
점포 내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직원들은 브랜드 소속이 아니라 1·2년 단위 계약을 맺고 일하는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이다. 롯데쇼핑과 브랜드 본사가 계약을 한 뒤 개인사업자들이 입점하는 방식이다. 롯데 측은 이들이 계약 당사자가 아니므로 갑작스러운 폐점에 대해 보상금을 제공하거나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폐점 후 입점 가능한 다른 점포가 없으면 브랜드 본사와 계약도 해지된다.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형태다.
이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들은 백화점·아웃렛 등에 점포를 낸 뒤 브랜드 본사에서 물품을 받아 판매하고 일부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점포에서 내쫓기고 다른 점포에 입점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되면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브랜드 소속 고용 근로자가 아니므로 실업급여와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처지에 내몰릴 사람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부터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부실 점포를 구조조정 중이다. 지난해 말 롯데백화점 의정부점을 시작으로 지난 2월 롯데백화점 인천점·롯데영플라자 대구점, 3월 롯데백화점 안양점 간판을 내렸다. 롯데백화점 부평점도 최근 모다이노칩에 매각해 6월 30일까지만 운영한다.
롯데쇼핑은 부실 점포 구조조정을 지속한다는 방침이어서 폐점에 따른 대량 실직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매출이 부진했던 마산점·안산점·관악점·상인점 등이 정리 대상 점포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현재 전국에 백화점 32개, 아웃렛 22개, 영플라자 2개 등 총 56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 매장 직원들은 롯데 측이 보상을 해줄 수 없다면 최소한 현재 상황과 영업 종료 여부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롯데쇼핑은 이미 아무런 공지도 없이 침묵하다가 한두 달 전 영업 종료를 통보한 전적이 있다.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5월 19일까지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대부분 직원이 영업 종료를 인지하고 있었다. 이에 인천점 매장 직원들은 매각 기한인 5월까지는 백화점을 운영할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지난 1월 말 롯데 측에서 조기 영업 종료를 결정하면서 한 달 내 매장을 정리해야 했다.
롯데팩토리아울렛 가산점 전경.
부평점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매각이 거듭 실패되면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12월까지 운영한다는 둥, 5월까지만 영업한다는 둥, 여러 소문이 나돌았지만, 롯데 측에선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9일 모다이노칩과 매매 계약을 한 직후 6월까지만 운영한다고 통보했다는 게 부평점 브랜드 매장 직원들의 설명이다.
롯데팩토리아울렛 인천점 내 가방브랜드 직원 B 씨는 “영업 종료한다는 기사가 나오자마자 매장 분위기가 싱숭생숭했지만, 롯데 직원들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 아직 폐점을 실감할 수 없는데, 갑자기 인천점·부평점처럼 한 달 전에 통보하면 뒤통수 맞는 게 아니냐”며 “폐점 후 실직한 인천점 직원들이 아르바이트할 곳 없느냐고 물어오는데, 백화점이 계속 문을 닫으면서 매장마다 매니저들이 남아도니 갑자기 폐점하면 갈 곳도 없다”고 호소했다. 여성의류 브랜드 직원 C 씨도 “폐점 소식이 알려진 후 매출이 절반으로 준 데다 언제 문 닫을지도 몰라 불안하다”며 “차라리 영업 종료 기간을 확실하게 정해서 대비할 시간이라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롯데쇼핑 측은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등 영업 지속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건 맞지만, 특정 점포에 대한 영업 종료 여부와 그 일정은 구체화되지 않았기에 입장을 명확히 밝힐 수 없다”며 “경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폐점으로 실직할 처지에 놓인 브랜드 직원들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인 것으로 안다”며 매수자 측에서 기존 매장들을 그대로 인수할 수 있도록 조언과 도움을 주고 브랜드 본사 측이 직원들의 고용 불안정 등 우려 사항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