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매입보다 도로 매입 우선시…3곳 특례제 통한 확보 계획해 난개발 우려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도시공원인 사라봉공원 입구 전경.
[일요신문] 내년 7월 시행되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 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전국 지자체들이 대책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제주도가 도시공원 매입보다 도로 매입에 우선시하면서 공원 일몰제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올 1월 도시공원 매입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679만 8000㎡에 5757억 원을 투입, 매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실시계획 인가를 내년 6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공원조성계획 실시설계 용역의 조기 시행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계획대로라면 연간 최소 1150억 원이 투입돼야 함에도 올해 투입되는 금액은 62% 정도인 720억 원에 불과하고 4개월이 흐른 5월 현재까지 특별한 변화 없이 용역계약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제주도의 대응속도와 정책의지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최근 정보공개를 통해 지난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대지 등 보상 및 기반시설 특별회계와 올해 예산을 분석한 결과 많은 예산이 여전히 장기미집행 도로계획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특별회계 예산 313억 원 가운데 도시공원 매입에 들인 금액이 전체 예산 17%인 52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장기미집행 특별회계의 경우 편성예산은 제주시 166억 원, 서귀포시 147억 원이다. 이 중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매입에 지출된 금액은 제주시 30억 5000만 원, 서귀포시 21억 6600만 원이다.
이는 지난 2017년 도시공원 매입에 25억 원을 지출한 것에 비해 2배 정도 예산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체 예산 17%만이 도시공원 매입에 활용돼 도시공원 매입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특히 나머지 83%가 도로 매입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나 제주도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사업 우선순위에서 도시공원 매입보다 도로 매입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역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매입예산은 여전히 도로매입에 밀려 있는 상황이다. 제주시의 경우 장기미집행 도로매입 예산으로 614억 원을 배정한 반면 도시공원은 이보다 200억 원가량 적은 420억 원이 배정됐다. 서귀포시의 경우 역시 도로매입에 454억 원, 공원매입에 300억 원을 편성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 같은 예산배정으로 1년 반도 채 남지 않은 도시공원 일몰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욱이 제주도가 도시공원일몰 대책으로 3곳 정도의 도시공원을 민간공원 특례제도를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과 관련, 일각에서는 도시공원 보호가 아니라 난개발에 도시공원을 내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민간공원 특례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개발가치가 높은 지역의 공원을 개발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민간공원 특례제도는 공원면적의 30%를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조건으로 70%의 부지는 공원으로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가 당초 취지와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발 가능한 30%는 기존에 비교적 평탄하고 도로와 인접해 있어 주민들이 공원접근성이 뛰어난 곳이다.
그렇다보니 공원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사실상 공원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부지만 남겨두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남은 도시공원은 사실상 개발사업의 앞마당이나 사유공원처럼 이용되게끔 변형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해야 할 도시공원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높다는 여론이다.
이에 대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은 “결국 이런 문제를 차단하고 도시공원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올해 편성된 장기미집행 특별회계 예산 150억 원 전부와 도로매입에 쓰일 예산 일부를 도시공원 매입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면서 “도민의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시공원이 유지‧확대될 수 있도록 제주도가 도시공원 정책을 우선과제로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올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5개년 동안 연차별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39개 공원 대해 총 5757억 원을 투입해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년차인 올해 725억 원, 2년차인 2020년에는 1063억 원, 2021년 1605억 원, 2022년 1624억 원, 2023년 745억 원 등 5년간 총 예산 5757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제주시 용담, 사라봉, 남조봉, 동복공원 등 4개 공원과 서귀포시 월라봉, 삼매봉, 엉또, 식산, 강창학공원 등 5개 공원에 대한 토지보상을 본격화한다.
도로가 없는 맹지인 어린이공원에 대해서도 자체재원을 투자해 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구역이 오는 2020년 7월 1일부터 실효되는 것을 감안해 토지보상에 만전을 기하고 내년 6월까지 실시계획 인가를 완료할 수 있도록 공원조성계획 실시설계 용역을 조기에 시행키로 했다.
박원하 도 환경보전국장은 “올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집행관리 계획 마련과 함께 각 행정시와 토지보상 특별상황실을 설치‧운영하면서 토지주와 마을단위 방문 협의를 통해 토지보상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재원부담을 덜기 위해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대한 전국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이를 도입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시 공원 일몰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공원을 설립하기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사유지를 20년이 넘도록 공원으로 조성하지 않았을 때 도시공원에서 자동 해제하는 제도다.
사유지에 공원·학교·도로 등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해 놓고 보상 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사유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이 근거다.
내년 7월 1일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면 20년 이상 사들이지 않은 부지는 공원에서 자동 해제된다.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에서 공원 일몰제 시행 이전 공원 부지 내 토지 소유주들과 토지보상에 관한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성식 기자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