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컴퍼니에 일감 줬다는 의혹에 직면...거제시민 “고소득자 돈벌이에 내 돈 쓰지 마라”
정부는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시설 및 경영의 현대화와 시장설비 촉진으로 지역상권 활성화와 유통산업의 균형성장을 도모하고 시장을 찾는 국민의 불편을 해소화하는 현대화 시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고현시장 아케이드 설치사업도 이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거제시는 거제고현시장 아케이드 설치사업을 추진하면서 계약금액 11억 9천8백만원에 수의 1인 견적으로 지난해 11월 30일 안산시 소재 A 업체와 계약했다.
수의계약 사유로는 특허공법, 신기술, 전력기술 또는 방재 신기술에 의한 공사로서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명분을 들었다.
A 업체는 조달청에 등록된 점을 근거로 살펴보면, 아케이드공사 실적이 29개소에 이르는 만큼 건실해 서류상으로 하자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거제시가 조달청에 제출한 공문서를 근거로 수의계약을 진행할 정도로 건실한 기업인지에는 커다란 의문부호가 붙는다.
사각 점선 안이 A 업체의 공장. 입구가 굳게 닫힌 모습이다.
우선 A 업체의 본사·공장이 위치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시로를 방문한 결과, 공장문은 오랫동안 굳게 닫힌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잡이와 방문객이 꽂아둔 명함은 빛바랜 색으로 변했고 먼지까지 쌓여 있어, 서류상으로 나타난 종업원 12명이 근무하는 회사로는 보기 어려웠다.
한마디로 실체가 없는,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이 사는 대목이다.
A 업체 바로 인근 공장의 관계자는 “이 공장(A 업체)에 관련자가 오는 횟수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라며 “같은 공업단지 내에 있어도 무엇을 만드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중앙회는 A 업체에게 자신들의 공장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한다는 증명서를 발급해 줬지만, 현장에서는 제품을 직접 만드는 모습을 목격할 수는 없었다.
이에 관해 거제시는 조달청에 등록된 업체이며 서류상 전혀 하자가 없어 시장 상인들의 추천으로 조달청을 통해 정상적으로 계약을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1억원을 계약할 정도라면 시와 거래할 위치가 되는지 서류를 토대로 현장실사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특히 고현시장 관계자가 “시에서 몇 개 업체를 가져와 추천하라 해서 선정했다”고 말함에 따라 시가 밝힌 특허나 신기술로 A 업체가 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사기업도 납품처가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실사 후 계약하는 것이 원칙인 바, 서류만 가지고 판단한 것은 문제점이 발생할 개연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거제지역 조선업체 한 관계자는 “지붕공사 하는 것이 무슨 특허·신기술이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국민의 혈세로 만드는 만큼, 이왕 할 것이면 일감이 없어 힘들어하는 지역업체에 일을 주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거제시민 B 씨는 “고현시장 활어상인은 휴일에 매상이 최고 천만원 이상 버는 고소득자이면서 얼마나 세금을 내고 있는지는 몰라도 내가 낸 세금이 고소득자의 돈벌이에 이용된다니 화가 난다”며 “상인들은 시장 앞 도로에 불법주차와 바닷물로 도로파손을 일으키는 주범이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내 돈으로 또다시 해줘야 한다는 게 실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A 업체 대표자의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끝내 들을 수가 없었다.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