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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립식품 창업주 허창성 명예회장(왼쪽), 후계자인 허영선 전 회장 (가운데)의 몰락으로 삼립식품은 동생 허영인 샤니 회장(왼쪽)에게 넘어가게 됐다. | ||
국내 제빵업계 지존의 자리를 놓고 벌여온 삼립식품 형제간의 빵 라이벌전은 동생의 승리로 막을 내릴 전망이다. 허영선 전 삼립식품그룹 회장과 동생인 허영인 샤니그룹 회장 형제의 20년에 걸친 갈등이 결국 허영인 회장의 승리로 서서히 매듭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동생 허영인 회장이 이끌고 있는 샤니그룹 계열 파리크라상은 구조조정전문회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법정관리 상태인 삼립식품을 9백1억원에 인수하기로 채권단과 최종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 82년 삼립식품의 경영권을 놓고 형 허영선 회장과 대립하다가 (주)샤니를 세워 독립한 허영인 회장이 삼립식품의 ‘가업’을 잇는 주인공이 됐다.
해방 직후이던 지난 45년 10월 창업주 허창성 회장에 의해 설립된 삼립식품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지난 50~60년대에 서민층을 위한 저가의 빵을 대량 공급, 국내 대표적인 양산 제빵업체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삼립식품은 지난 60년대 후반 빵비수기인 겨울철을 겨냥한 ‘호빵’을 출시하면서 대박을 터트려 70년대 말까지 10여년 동안 창립 이후 최대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8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즉석 베이커리업체에게 시장을 빼앗기고, 제빵업체들이 난립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와중에 이 회사는 창업 2세인 허영선-영인씨의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의 늪에 빠지면서 후발업체인 기린, 크라운제과, 신라명과, 고려당 등에 밀려 몰락의 길로 서서히 접어들고 말았다.
결국 지난 82년 창업주인 허창성 회장의 장남 허영선 회장이 삼립식품의 경영권을 이어받고 차남 허영인 회장은 삼립식품의 성남공장을 물려받아 (주)샤니라는 회사를 차려 독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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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제빵사업은 리조트 등 신규사업에 관심이 많은 장남보다 허영인 회장이 적격이라고 보았다. 실제 허영인 회장은 81년 초 삼립식품의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이는 후계구도를 대비한 인사로 해석됐다.
삼립식품 계열 생산공장 성남공장 공장주 신세로 전락한 허영인 회장은 형제들과의 인연도 끊다시피하며 사업에만 몰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희대 재학시절부터 삼립식품에서 근무, 회사 사정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허영인 회장에게 삼립식품을 뛰어넘기란 시간과 자금이 문제일 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허영인 회장의 사업수완은 80년대 중반 파리크라상이라는 베이커리회사를 차리면서 빛났다. 그는 소비자들이 그날 구운 신선한 빵으로 눈을 돌리자 파리크라상을 설립, 제빵업계에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유명 아이스크림 식품업체인 배스킨라빈스와 제휴, 비알코리아사를 세워 국내의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에도 진출했다. 제빵사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다각화에 성공하면서 회사를 급성장시킨 것. 특히 그는 소비자들의 행태변화와 식품시장의 트렌드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신속하게 대처해 성공을 일궈냈다.
그러나 형 허영선 회장은 동생과 달리 본업인 제빵사업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기 시작한 데다, 난국타개를 위해 음료와 신규 사업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무리수를 두면서 몰락을 자초했다.
삼립식품은 지난 90년부터 ‘너’라는 브랜드로 음료사업에 진출한데 이어 우동전문점인 ‘방방곡곡’과 패스트푸드점 ‘구드 프랑스’ 등을 잇따라 세웠다.이와 함께 삼립식품은 강원도 고성과 지리산, 경주, 제주도 등 전국 9개 지역에 실버타운, 콘도, 골프장을 갖춘 삼립하일라리조트 등 리조트사업에도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신규 사업은 경쟁사 난립과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서 회사의 자금난을 가중시켜 사업 자체가 줄줄이 중도하차하는 비극을 맞았다.
허영선 회장이 결정타를 맞게 된 것은 지난 93년에 발생한 주식 위장분산 의혹사건. 당시 금융실명제 도입 직후 허 회장이 직원 4백 명의 이름으로 차명주식 7만여 주를 위장분산한 사실이 드러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때부터 안팎의 위기를 맞은 삼립식품은 지난 95년부터 2년연속 적자를 낸 끝에 지난 97년 5월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가 ‘호빵’신화는 끝이 났다. 그러나 허영선 회장은 신규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삼립식품이 부도를 낸 97년에도 강릉, 속초 지역에 종합유선방송사업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유선방송사업에도 욕심을 낼 정도였다.
허영선 회장은 지난 97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지난해 재기에 나선다는 얘기도 나돌았으나 동생 허영인 회장이 삼립식품 인수에 나서 경영복귀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다 이번에 동생인 허영인 회장이 이끄는 샤니그룹이 삼립식품을 인수하게 됨에 따라 그나마 가업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