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과 대척점…입지 더욱 좁아질 듯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의 현주소다. 문민정부 시절 소통령으로 불린 김 이사는 여의도의 대표적인 원외 2세 정치인이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원내 배지를 달지 못했다.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 고성준 기자
YS와 부인 손명숙 여사는 과거 김 이사의 선거 출마를 강하게 반대했다. 다만 MB정부 출범 이후에는 김 이사의 정계 진출을 물밑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가 MB정부 1년 차인 2008년 10월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현 여의도연구원) 부소장으로 컴백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앞서 YS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붙은 MB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상도동계 한 관계자는 “당심에서 밀리고 있던 MB가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던 것은 YS를 비롯한 민주계 세력의 지지가 한몫했다”며 “그런데도 결국 현철이가 공천을 받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19대 총선 직전 당의 권력 추가 친박(친박근혜)계로 넘어간 것도 김 이사의 입지를 좁혔다. YS와 박정희는 군부독재 시절 정적으로 통했다. 김 이사는 2012년 3월 6일 경남 거제 낙천에 반발, “박근혜에게 완전히 속았다”라며 한나라당 탈당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그해 12월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김 이사는 “이번 선거는 민주세력이 이겨야 한다”며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했다. 이후 김 이사는 2014년 7·30 동작을 보궐선거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밝혔지만, 끝내 공천을 받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이 당시 중도외연 확장의 일환으로 YS 재평가 움직임을 보이면서 활동 공간을 넓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이마저도 실패했다. 20대 총선에서 부산 사하을 출마 권유를 받은 김 이사가 승부수를 띄우지 못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김 이사가 더불어민주당에 바짝 다가선 것은 2017년 대선 직전이다. 그는 상도동계 핵심인 김덕룡(DR)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김 이사는 정권교체 직후인 2017년 5월 31일 민주당 경남도당에 입당 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김 이사는 민주당 입당 20개월 만인 지난 1월 12일 탈당을 선언했다. 이날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 입당 결심을 처음 밝힌 날이다. 김 이사의 탈당이 부산·경남·울산(PK) 민심 이반의 신호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 이사는 민주당 탈당 후 지난 4·3 재보선 때 한국당 경남 통영·고성 후보로 거론됐지만, “검토한 바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당 5·18 망언 의원을 겨냥, “당에서 아버지 사진을 내려라”라고 맹공을 날렸다. 거대 양당과 대척점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차기 총선 과정에서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