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 에이전트 “조만간 거취 결정 예정, KBO리그 복귀할 경우 미납 세금 납부해야”
‘장수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의 KBO리그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과연 헨리 소사(34·대만 푸방)는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게 될까. <일요신문> 1409호에서는 ‘KBO리그 재취업 노리는 외국인 선수들 근황’을 소개하면서 헨리 소사가 KBO리그 일부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다고 전한 바 있다. 최근 그중 한 구단이 롯데 자이언츠인 것으로 밝혀졌다. 헨리 소사 에이전트인 강준우 변호사는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제안을 받았고 또 다른 구단도 좋은 조건을 제시한 터라 고민 중에 있고,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자이언츠도 헨리 소사 영입 관련해서 “소사를 비롯해 여러 선택지를 놓고 검토하고 있다”는 말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올시즌 대만 푸방 가디언스 유니폼을 입고 대만프로리그(CPBL)을 평정하고 있는 헨리 소사는 30일 현재 11경기(78⅔이닝)에 등판해 7승 2패 평균자책점 1.72 탈삼진 80개를 기록 중이다. 완투 2회, 완봉 1회.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 등 모든 지표에서 정상의 자리에 있는 데다 소사 자체가 한국 복귀에 관심을 표명한 터라 헨리 소사의 KBO리그 재취업은 시간문제였다.
LG(2015~2018), KIA(2012~2013), 넥센(2014)에서 통산 194경기 68승 60패 평균자책점 4.32를 기록한 헨리 소사는 7시즌을 KBO리그 무대에서 활약한 장수 외국인 투수다. KBO리그 팀, 선수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터라 외국인 투수난을 겪는 팀이라면 헨리 소사한테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하위로 떨어진 롯데는 제이크 톰슨이 팔꿈치 염좌로 2군으로 내려가자 혼란에 빠졌다.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브룩스 레일리와 김원중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 성적 하락에 따른 롯데 팬들의 비난이 들끓게 되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롯데로서는 복귀 일정이 불투명한 톰슨을 마냥 기다리기 어려웠을 듯. 결국 롯데 프런트가 움직였고 대만에서 작성된 스카우팅 리포트에 의해 롯데와 헨리 소사 측 에이전트의 회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헨리 소사와 롯데와의 협상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걸까. 헨리 소사측 에이전트인 강준우 변호사는 “어느 정도 윤관은 나와 있는 상태”라면서 “2개팀으로부터 제안을 받았고 그 안에서 협의하는 중”이라고만 설명했다.
항간에서는 헨리 소사를 원하는 팀이 롯데 외에 없는데 에이전트가 선수의 몸값을 올리려고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강 변호사는 “변호사인 내가 선수 몸값 올리려고 없는 일을 있는 일처럼 부풀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일들이 마무리 되면 롯데 외에 헨리 소사에게 영입 제안을 한 팀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만리그는 외국인 선수와 3개월 단위의 계약을 맺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헨리 소사는 푸방 가디언스와 1년 계약을 체결했다. 소사가 푸방을 떠나 다른 팀으로 이적하려면 이적료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서 강 변호사는 “이적료가 발생하긴 해도 그렇게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만 및 중국야구 전문가인 김윤석 씨는 푸방 구단 사정에 밝은 인사의 말을 인용해서 “현재 남은 연봉과 기간을 고려할 때 대략 15만~25만 달러 수준의 이적료가 발생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김 씨는 이적료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한국에 체납한 헨리 소사의 세금 문제라는 말을 덧붙였다.
헨리 소사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지만 미국 영주권을 소유하고 있어 이중과세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7시즌을 뛰는 동안 미국에서 20%, 한국에서 22%의 세금을 냈던 소사한테 2015년부터 개정된 세율인 44%의 세금이 소급 적용되는 바람에 거액의 돈을 세금으로 토해내야만 했다. 소사는 이 세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대만으로 향했는데 소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미납부 세금을 해결해야만 한다.
헨리 소사의 미납부 세금에 대해 에이전트 강준우 변호사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내면서도 “선수의 세금 문제를 어느 정도 오픈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당분간은 노코멘트하겠지만 분명한 건 헨리 소사가 복귀한다면 미납부된 세금은 처리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대만야구전문가 김윤석 씨는 “만약 소사가 KBO 구단과 계약을 맺는다면 이 세금 문제까지 처리하는 형태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전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5월 30일 팔꿈치 염좌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제이크 톰슨의 대체자로 헨리 소사를 고려하고 있다. 그 가운데 롯데 말고도 소사를 노리는 KBO리그 구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제이크 톰슨이 팔꿈치 염좌로 2군에 내려갔지만 톰슨이 이전까지 흔들렸던 배경에는 톰슨이 제구 난조보다 포수나 수비에 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톰슨의 공은 블로킹이 중요함에도 그런 공을 놓치고 포구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수비까지 도와주지 않고 있는데 투수를 바꾼다고 롯데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톰슨의 복귀 일정이 불투명하더라도 일단 선수의 상태를 지켜보는 게 더 중요한데도 롯데가 헨리 소사 측과 협상을 벌인다는 건 프런트의 책임 회피 수준밖에 안 된다고 본다.”
제이크 톰슨은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모두 지킨 가운데 11경기에 등판해 한 차례 완봉승을 포함, 2승 3패 평균자책점 4.74를 기록했다.
제러드 호잉(한화), 케이시 켈리(LG)의 에이전트인 이한길 대표(GSI)는 다소 빠른 선수 교체 시기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낯선 리그, 낯선 문화를 접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한테 시즌 초반은 적응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저조한 성적을 나타냈다고 해서 교체 카드를 내민다면 아무리 프로 세계라고 해도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 물론 대만에서 여전히 좋은 공을 던지는 소사에게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상황이다. 그래도 이른 교체 시기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한테도 KBO리그를 보는 시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헨리 소사 측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다고 언급한 2개 구단 중 알려진 롯데 외에 나머지 한 구단은 어디일까. 가장 유력한 구단으로 꼽히는 한화의 한 관계자는 헨리 소사 영입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 팀은 서폴드와 함께 계속 갈 것이다. 외국인 선수 교체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서폴드는 12경기에서 2승 6패 평균자책점 4.70의 성적을 올렸다.
한화가 아니라면 삼성 라이온즈에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삼성의 두 외국인 투수들이 엇박자 행보를 보이며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스틴 헤일리는 11경기에 등판 3승 4패 평균자책점 3.98을, 덱 맥과이어는 12경기에 나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 중이다.
헨리 소사 측은 2개 구단의 제안을 놓고 심사숙고 중이라고 하지만 야구계에서는 헨리 소사가 롯데로 복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양상문 감독과 LG 시절 맺은 인연도 있고, 누구보다 양 감독이 헨리 소사의 필요성을 구단에 적극 어필했다는 후문이다. 어떠한 형태든 소사의 합류가 결정된다면 당장은 롯데 마운드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구위는 물론 이닝 소화 능력이 더해지면서 불펜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사의 가장 큰 매력은 KBO리그 적응 과정 없이 곧바로 실전 투입이 가능한 몸 상태라는 것. 굴비를 좋아해 ‘굴비 소사’로도 불리는 헨리 소사의 복귀 소식에 롯데 팬들은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