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아시아펜스팀 단장…대표 맡은 (주)아시아는 ‘춘향배’ 최대 후원사
전라북도바둑협회 오인섭 회장.
전라북도바둑협회 오인섭 회장은 남원사람이다. 64년생, 올해 만 55세다. (주)아시아 대표이사며 전라북도 중소기업융합회장과 내셔널바둑리그 전북 아시아펜스팀 단장이다. (주)아시아는 금속재울타리인 펜스를 생산하는 업체다. 2009년 법인 설립했고, 매년 20% 이상 매출이 올라 창업 9년 만에 작년 국내 펜스업계에서 1위를 기록한 역동적인 기업이다. 전라북도바둑협회장은 2016년 8월부터 맡았다.
(주)아시아는 올해 4회째를 맞이한 국제바둑춘향 선발대회(춘향배) 최대 후원사다. 춘향배는 우승상금만 1000만 원으로 아마추어 여자바둑대회 중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도 6월 1일부터 3일까지 남원에서 대회를 열어 ‘제4대 춘향’을 맞이했다. 2019 국제춘향 선발대회 우승자 김효영이다. 역대 바둑춘향은 이단비(1회·18년 입단)-김수영(2회)-김제나(3회·19년 입단)였다.
#사람을 움직여야 기업이 작동한다
오인섭 회장은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20대 후반에 차린 남원철망은 공장도 있었지만, 가내수공업 수준이었습니다. 철망기계를 만들 때는 책을 보고 작동원리를 고민하면서 혼자 기술개발했습니다. 전공이 이쪽은 아니지만, 바둑 둘 때처럼 골똘하게 생각하는 게 취미가 맞았어요. 바둑에서 배운 수읽기 원리와 바둑을 통해 키운 집중력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IMF때 농촌으로 사람이 많이 내려오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어요. 46세에 사업을 크게 하자고 마음을 먹고 (주)아시아를 창업했습니다. 사업은 선투자가 필요한데 초창기 3년이 가장 힘들었어요. 빚과 끝없는 싸움을 벌였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직원이 170명이 있고, 매출은 총 400억 원 정도 회사가 되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어려울 시절이 오면 책을 보면서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과거 정주영 씨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나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자서전을 유심히 봤습니다. 그는 신용과 성실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사업을 하면서 이 실천은 정말 어렵습니다. 삼국지 적벽대전 장면을 읽을 때는 그 장엄함보단 끌려가서 불에 타고, 물에 빠져죽은 병사들 심정을 상상했습니다. 회사가 망하면 직원들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요?”라면서 기업운영과 인사에 대한 비결을 털어놨다.
2019년 국제춘향선발대회에서 우승해 제4대 춘향에 오른 김효영.
#엮이면서 강해진 철망…춘향과 바둑을 잇는다
오인섭 회장은 지역바둑협회를 맡으며 바둑계 깊숙이 들어왔다. 젊은 시절 사랑했던 바둑이 점점 침체되는 걸 보는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바둑돌은 손에서 놓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바둑계 상황이 조금씩 나빠지는 걸 지켜보고 있었어요. 마침 고향 남원에서도 지역을 대표하는 ‘춘향’ 이미지가 점점 잊히는 형편이었습니다. 바둑과 춘향이라는 테마를 엮어 바둑계와 더불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싶어 춘향배를 기획했습니다.”
혹시 어려운 바둑계를 다시 일으킬 묘안이 있는지 물었다. “어떤 세상이든 아이디어 하나로 확 바뀌는 경우는 없어요. 바둑계가 어렵다면 지난 악수를 찾아보고, 조금씩 개선해야겠죠. 제가 살피기엔 바둑계에선 홍보가 너무 부족한 느낌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바둑TV와 사이버오로 등 바둑계 내 주요 언론매체에 부탁이 있습니다. 바둑계가 먼저 일궈야 할 밭은 바둑팬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아마추어 대회입니다. 돈이 안 된다고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과실만 따먹고 전체 밭 관리를 내팽개치면 미래는 뻔합니다. 지금 남아있는 과실이 과거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을 바탕으로 얻어졌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프로세계는 박정환 9단, 최정 9단과 같은 스타가 나와 꽃을 피웁니다. 토양이 기름지면 나중에 더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남원 광한루원 완월정에서 열린 결승2국.
가장 좋아하는 프로기사는 ‘초대 춘향’ 이단비 초단이다. “1회 춘향배 결승에서 해볼 테면 해보라며 손 빼던 배짱에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라면서 성격은 바둑기풍에 그대로 투영된다고 주장한다. “저기 있는 돌멩이는 영원히 저렇게 생겼지만, 인간의 뇌는 말랑말랑해서 노력하면 바뀝니다. 사람은 어떤 능력도 학습해 개발할 수 있다고 믿어요.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새로 배우고 집중하면 돼요. 바둑은 자기 내면을 보는 창입니다. 바둑을 두면 자신을 단련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요. 제 느긋한 성격도 타고난 게 아니라 개발하고 노력한 결과입니다”라고 한다. 오인섭 회장 기풍을 물으니 “항상 물러서고 참는 성격 때문인지 바둑도 그렇게 둡니다”라고 답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장시영 원장(서울 압구정기원)에게 전화하니 “그 사람 젊은 시절은 무서운 전투형이었어”라면서 웃었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