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펜션서 전 남편 살해 후 전국 돌며 사체유기…의붓아들은 세 달 전 의문사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 씨. 사진=연합뉴스
전 남편 살해 혐의를 받는 고유정(36) 씨에 대한 신상공개가 5일 결정됐다. 앞서 4일 제주지방법원은 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적용된 혐의는 살해. 여기에 사체 손괴와 유기 및 은닉 혐의까지 추가됐다. 경찰은 고 씨가 전 남편 강 씨를 살해한 뒤 그 시신을 바다와 육지 등에 버린 것으로 추정하고 해경의 도움을 받아 수색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시신을 발견하지는 못 했다.
고 씨가 붙잡힌 것은 지난 1일. 피해자 강 씨의 가족이 ‘고 씨를 만나러 간 강 씨가 귀가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한 까닭이다. 강 씨가 사라진 날은 자신의 아들을 보기 위해 고 씨와 만난 날이었다. 평소 아이 문제로 갈등을 겪던 두 사람은 2017년 성격 차이를 이유로 협의 이혼했다. 고 씨는 양육권을 이유로 2년 동안 강 씨와 아들을 만나지 못하게 했다. 이에 강 씨가 가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초에야 면접교섭권을 얻었다.
부자(父子)의 재회는 5월 25일에 성사됐다. 세 사람은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테마파크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당시 강 씨가 탄 차량의 블랙박스에서는 아들을 만나러 간다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
이후 고 씨는 두 사람을 제주시 조천읍의 한 무인펜션으로 이끌었다. 사전에 숙박을 하겠다는 언질은 없었다고 한다. 펜션으로 향하기에 앞서 고 씨는 강 씨에게 자신의 차량으로 이동할 것을 제안했다. 강 씨가 고 씨의 차에 옮겨타는 모습은 한 마트 cctv에 포착됐다. 이들이 펜션으로 들어가는 모습 역시 인근 cctv에 찍혔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27일 낮 12시쯤에는 고 씨가 큰 가방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들고 펜션을 나서는 모습이 확인됐다. 강 씨도 아들도 없었다. 고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자는 사이에 범행을 저질렀으며 아들은 26일 외가로 돌려보냈다”고 진술했다.
계획은 치밀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 씨는 범행 전 미리 칼과 톱 등의 흉기를 준비했다. 펜션을 나서는 모습에서 큰 가방을 차에 넣는 것으로 보아 시신을 훼손해 차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강 씨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자신의 번호로 문자를 발송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28일 제주항에서 완도행 여객선을 타기 2시간 전, 고 씨는 한 대형마트에 들려 종량제 봉투와 비닐 장갑 그리고 여행용 가방 등을 구매했다. 이후 고 씨가 배 안에서 강 씨의 시신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여러 차례 바다에 버리는 장면도 확인됐다.
육지에 도착한 고 씨는 곧장 집으로 가지 않았다. 28일부터 전남 무안과 영암, 경기도 김포 등을 떠돈 고 씨는 31일에서야 청주 자택으로 돌아갔다. 경찰은 고 씨가 미처 처리하지 못한 사체를 여러 곳에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 씨의 의붓아들 A 군 역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A 군은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 청주 자택에서 잠을 자던 도중 숨졌다.
A 군은 고 씨의 현 남편이 전 부인과 낳은 아들로 고 씨에게는 의붓아들이었다. A 군이 숨진 곳은 청주였으나 세 사람의 실질적 주거지는 아니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의 생활권은 제주도로 A 군은 고 씨와 함께 제주도에 있는 친가에서 생활했다. 다만 고 씨의 현 남편이 직장 문제로 청주에 집을 얻었고 제주와 청주를 오갔던 것이다. A 군이 사망한 날도 다른 때와 다름없이 청주에 있는 아버지의 집을 방문한 날이었다.
애당초 A 군의 사망원인은 질식사로 알려졌다. 고 씨의 남편이 “내가 자면서 아이의 배에 다리를 올린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진 까닭이다. 그러나 4일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관계자는 질식사가 아닌 의문사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 씨의 현 남편이 소방당국에 신고하면서 ‘내가 아들의 배에 다리를 올린 것 같다’고 말한 것은 맞으나 사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질식사가 아닌 변사라”라고 말했다. A 군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원도 A 군이 질식해 숨졌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사망 원인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면서 “한두 살도 아니고 네 살 남아가 그 정도 사안으로 질식사 하기는 쉽지 않다. 고 씨의 현 남편은 아들의 죽음이 질식사로 보도되는 것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A 군의 사건이 종결된 것도 아니었다. 청주상당경찰서는 “고 씨 때문에 A 군 사망에 대한 수사가 재개된 것처럼 알려졌는데 사실이 아니다. 수사를 계속하고 있던 와중에 고 씨의 살해 사건이 터진 것”이라며 “타살 가능성에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A군 사망사건은 고 씨의 살해사건 이후 청주상당경찰서와 제주동부경찰서가 함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고 씨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라는 여론이 거세지자 제주지방경찰청은 5일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고 씨의 실명과 얼굴,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고 씨는 범행 자체에 대해서는 시인했으나 구체적 동기와 수법 등이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고 씨 단독범행 뿐만 아니라 공범 개입 여부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범행도구는 자택에, 살해 당시 다친 손은 두 차례 치료…이해할 수 없는 고 씨의 행동 전 남편을 살해한 것도 모자라 그 시신을 훼손 및 은닉한 고 씨의 엽기적 행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칼과 톱 등의 흉기가 고 씨 부부의 청주 자택에서 그대로 발견된 까닭이다. 여기에 범행 후 생긴 손의 자상을 인근 병원에서 치료한 사실도 드러났다. 고 씨는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무인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뒤 5월 27일 낮 12시 펜션을 빠져나왔다. 이튿날인 28일 제주항에서 완도행 여객선을 타기 전까지 고 씨가 한 행동은 ‘치료’ 였다. 범행을 저지르면서 한 쪽 손에 상처를 입은 까닭이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고 씨는 제주시 인근 병원을 두 차례 방문해 상처를 꿰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 씨가 범행도구를 자택 둔 것을 두고 경찰은 ‘전리품’으로 해석했다. 4일 청주상당경찰 관계자는 “청주 자택에서 흉기들이 그대로 발견됐는데 흔치 않은 경우다. 고 씨가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일종의 전리품처럼 생각해 집에 가져다 놨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