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반대 민심에 김 장관 골머리 앓는 사이 조대원·이홍우 존재감 부각
김현미 의원은 내년 고양 정에서 4선에 도전할 것이 유력하다. 의원실도 “김현미 의원이 여러 차례 출마 의사를 밝혔다. 만에 하나 장관직 수행을 위해 불출마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출마한다면 고양 정 외의 다른 곳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현미 의원은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후 줄곧 이 지역에 적을 뒀다. 18대 총선에선 당시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에게 근소하게 패했지만 19대와 20대 총선에서 내리 연승을 거뒀다. 특히 3자 대결로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길종성 후보에게 1만 9000여 표가 갔음에도 과반에 가까운 득표를 기록하며 김영선 전 의원을 제치고 지역의 맹주로 자리했다.
하지만 지난달 3기 신도시로 고양 창릉이 발표된 후 상황이 달라졌다. 고양시 창릉동 813만㎡의 부지에 3만 8000가구를 공급한다는 3기 신도시 계획에 시민들, 특히 부동산을 소유한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난달 12일에는 일산 운정 주민 수천 명이 일산서구 주엽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3기 신도시 조성계획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서울과 가까운 곳에 신도시가 조성되면 상대적으로 먼 기존 신도시는 집값 하락, 교통난 심화 등 부작용이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이 고조되자 김현미 장관은 지난달 국토부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광역교통망 개선 대책을 설명하며 “3기 신도시는 물론 기존 1, 2기 신도시도 편리함과 쾌적함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이를 두고 “미봉책에 불과하다”, “교통 인프라가 갖춰지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지 않느냐”며 3기 신도시 전면 철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도 시민들은 대규모 집회는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 김현미 의원 홈페이지 등을 찾아 3기 신도시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현미 의원실은 “신도시를 철회할 의사는 없다. 김 의원 개인이 추진한 사업이 아닌 정부사업”이라며 “다만 창릉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인 2023년을 전후해 기존 일산 주민들의 요구에 상응하는 자족도시 준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민심의 동요에 지역구 탈환에 나서는 도전자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조대원 당협위원장은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5·18 망언을 한 김진태를 데리고 당에서 나가 달라”, “친박 8적을 퇴출시키는 게 국민의 상식”이라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조 위원장은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자리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5·18 발언에 대해 사과하며 기존 한국당 의원들과는 차별화된 인식을 보여줬다. 조 위원장은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민심에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평이 들린다.
올해 4월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으로 내정됐으나 낙마했다. 일각에서는 2월 전당대회에서의 발언이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대원 위원장은 “김현미 의원이 지역에서 두 번 국회의원을 하면서 내놓은 공약 중 3호선 연장 가좌마을역, 덕이역 설치, 한예종 유치 등 이뤄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언론은 3기 신도시로 인한 민심 이반에 주목하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행되지 않는 공약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의당 이홍우 지역위원장은 “정부의 창릉 신도시 발표로 지역 민심이 요동치며 역동성과 변수가 생겼다”고 총선을 전망했다. 이 위원장은 창릉 신도시가 옳은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 시민, 교통망 확충 등을 요구하는 시민, 그린벨트 개발을 요구하는 지역 등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며 민의에 부합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정의당은 다른 지역과 달리 일산 4곳의 지역구에 모두 지역위원장을 뒀다. 이홍우 위원장은 “고양시의 정당 지지율이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정의당은 고양지역에서 많은 득표를 받았다. 특히 심상정 의원이 있는 고양 갑은 정의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민주노총 사무총장 출신인 이홍우 지역위원장은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로 적잖은 인지도를 쌓았다. 당시 이홍우 후보는 TV토론에서 인신공격을 그만두고 경기도민을 위해 정책토론을 하자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이홍우 후보는 당시 이재명 후보에게 비슷한 노동공약이 많다며 공약을 제안했고 이재명 후보도 이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홍우 위원장이 지난 지방선거보다 많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