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 “2010년부터 총 6350만 원 맡겨...당시도 스스로 400억 자산가라고 말하고 다녀”
‘일요신문’은 ‘청년기부왕’ 박철상 씨 사건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일요신문’은 최근 박철상 씨를 고소한 피해자 A 씨를 만날 수 있었다. A 씨는 박 씨에게 돈을 빌려준 10년 지기 대학 동기였다. A 씨는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스스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청년 워런 버핏’으로 알려진 박철상 씨. KBS 강연 캡처.
뒤늦게서야 고소한 이유에 대해 A 씨는 “2017년 신준경 씨와 SNS 폭로전을 보면서 그제야 실체를 알게 됐고, 달아나거나 ‘배 째라’고 할까봐 어르고 달래 돈을 받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A 씨는 박철상 씨가 세간에 알려진 2014년 이후가 아닌 2010년부터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A 씨 증언을 들어보면 지금까지 박철상 씨가 주장해 온 대부분 말이 거짓으로 드러나는 셈이 된다.
A 씨는 “박철상 씨와 같은 학과 04학번 동기였다. 박 씨는 재수해서 나보다 1살 많았다”며 “같이 학교 다니면서 박 씨가 ‘내가 주식한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그땐 ‘뭐 그런가 보다’ 했다. 박 씨가 ‘홍콩 투자 회사 다니면서 개인적으로도 주식을 하는데 여유 자금 있으면 맡겨라. 은행 이자보다 낫지 않겠느냐’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A 씨가 박 씨에게 투자한 금액은 총 6350만 원. 처음부터 많은 금액이 들어갔던 건 아니었다. 2010년 최초 700만 원으로 시작했다. 그걸 여유 될 때마다 적금 넣듯이 맡기다 보니 2016년 10월 2200만 원을 맡기면서 총 6350만 원이 됐다. A 씨에게는 평생 모아온 돈이었고 부모님 돈까지 포함된 말 그대로 전 재산이었다.
가까운 지인이었지만 박 씨가 사기 행각을 벌인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오히려 2017년 8월 신준경 씨의 SNS 폭로전을 보면서 깨달았다고 한다. A 씨는 “2017년 8월 신 씨하고 SNS 폭로전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실체 없이 자극적인 폭로겠거니 했는데 언론에 보도되는 걸 보다 ‘이건 진짜 아닌가’ 싶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10월쯤 박 씨에게 연락이 왔다. ‘미안하다 네가 맡긴 돈은 꼭 돌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 또 다시 연락이 없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연락이 없자 불안해진 A 씨가 재차 돌려달라고 하자, 박 씨는 “지금 네가 맡긴 돈은 공모주와 채권에 분산돼 있어 처분하기 어렵다.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 또 소식이 없자 A 씨는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고 박 씨는 ‘바로 처분하기 어려우니 한 달에 500만, 1000만 원씩 갚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 1000만 원 정도 받은 뒤 이 약속은 다시 지켜지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라는 A 씨 말에 박철상 씨는 ‘미안하다. 고소를 당했다. 구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게 마지막 연락이었다.
박철상 씨가 2010년에 약속한 이자는 한 달에 5%. 엄청난 고금리였기 때문에 A 씨도 혹하는 마음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돈이 입금되고 한 달쯤 지난 뒤 박 씨가 5%는 너무 높다며 수익 나는 대로 주겠다고 해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박 씨의 기부가 사기행각으로 드러난 뒤 받을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법적 조치 대신 ‘잘 어르고 달래서 돈을 어떻게든 받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씨가 구속되기 전 마지막으로 ‘수사기관이 자신의 계좌를 보면 너에게 연락할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을 바꿨다. 결국 A 씨는 경찰에 직접 가서 조사를 받고 ‘박 씨를 처벌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박철상 씨는 구속되기 전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한 기자가 학교 풍문까지 넣어서 기사를 쓰면서 400억 주식 부자, 홍콩 투자 회사 등의 이야기가 나오게 됐고, 그때부터 꼬여버렸다’고 했지만 A 씨는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A 씨는 “인터뷰에서 한 그 말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2010년 투자금을 맡길 때부터 그 얘길 하고 다녔다. 실제로 내가 검찰에 출석해서 조사받을 때 검사가 내게 그 부분을 물어봤고 2010년부터 하고 다녔다고 진술했다. 박 씨는 처음에는 ‘언제 그랬냐’며 계속 부인했다. 정말 화가 나고 당황스러웠는데 검사가 ‘A 씨 주장을 입증해줄 사람 있으면 연락해보라’고 해서 다른 동기들에게 확인받으니까 그때야 한숨 쉬면서 인정을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박 씨의 400억 재산설도 다 본인 입으로 직접 했던 이야기라고 증언했다.
‘처음부터 사기 칠 의도가 아니었다’는 박 씨의 말에도 A 씨는 분노했다. A 씨는 “다 핑계라고 생각한다. 2010년 애초에 투자 제안을 할 때 스스로 홍콩의 투자 회사 다니고 있다거나 수백억 자산가라고 했는데 다 거짓말이었다. 출발점부터 사기였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볼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A 씨는 ‘현재 형편이 매우 좋은 상황은 아니다. 6000만 원은 내게 굉장히 큰돈이다. 부모님 돈도 많이 들어가 있다”며 “돈을 받아내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박 씨가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확실히 치렀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구성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