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 개발 참여” 허위 경력 드러나…“돈 돌려줘야지 왜 본인 이름으로 기부하나”
논란 촉발의 계기가 된 감동근 교수의 저작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
SNS에서 유명해진 계기와 별개로 그는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먼저 ‘알파고 충격’ 당시 감 교수는 한국기원 공인 아마 5단의 바둑 고수이자 인공지능으로 유명한 왓슨 연구소에서 왓슨 개발에 참여했다고 알려져 바둑과 인공지능 양 쪽을 다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감 교수 자신도 그의 책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 서문에서 “나는 바둑과 인공지능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전세계에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라고 적은 바 있다.
그런데 그 감 교수가 최근 허위 경력 시비에 휘말리면서 결국 10일 그동안 번 강연료와 인세 등을 모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그가 기부한 금액은 약 2년간 번 1억 3000만 원이다. 허위 경력 논란이 일어난 배경은 이렇다.
역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인 신영준 체인지그라운드 의장은 과거 ‘넷드링킹’으로 페이스북 상에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신 의장이 출판사에서 새로 낸 책을 홍보하기 위해 저자의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책을 돌렸으나 서평조차 써주지 않았다면서 ‘택배비가 아까울 정도였다’고 비판한 사건이다. ‘네트워킹’이라며 만나는 인맥은 때로는 온라인으로 만난 술자리에 불과하다며 이들을 넷드링킹이라고 비판했다.
감 교수의 SNS 지인 중에서는 신 의장이 넷드링킹이라고 비판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감 교수가 신 의장을 비판한 계기가 바로 이 넷드링킹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감 교수는 7일 페이스북 글에 “신 의장을 비판하는 글을 썼던 이유는 소위 ‘넷드링킹’ 사건 때문이었다. 평소 무척 점잖던 분들까지도 분노를 감추지 못할 정도로 ‘역대급 광역 어그로’였다”면서 비판 계기를 설명한 바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분노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신 의장 비판을 시작한 감 교수는 먼저 신 의장 책 출판사 서평에 기재된 논문 설명 관련 문제를 제기했다. 신 의장과 고영성 작가가 공저한 책인 ‘완벽한 공부법’ 출판사 서평에 200회 이상 인용된 수많은 논문이 있다고 하지만 200회 이상 인용된 논문은 단 하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완벽한 공부법’이 방대한 레퍼런스를 요약 정리했지만 맥락 없이 나열돼 공허한 느낌이 들었고, 고 작가의 책인 ‘부모공부’는 더 실망스러웠다고 표현했다.
감 교수는 ‘신 의장의 대표작 ‘빅보카’는 더 실망스럽다’고도 했다. 또한 두 사람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했다. 이렇게 신 의장과 고 작가가 감 교수와 제대로 맞붙게 됐다.
신 의장 측은 먼저 ‘출판사 서평은 편집자가 썼고, 책에 있는 내용이 아니라 체크하지 못한 점은 잘못됐다’면서도 ‘그런데 감 교수는 책을 얼마나 잘 쓰는지 그의 책을 읽어보니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특히 신 의장은 ‘감 교수의 가장 큰 문제는 참여하지도 않은 인공지능 ‘왓슨’ 개발에 참여했다’고 허위 경력을 작성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왓슨은 왓슨 연구소에서 만든 인공지능으로 ‘제퍼디 퀴즈쇼’라는 미국 유명 퀴즈쇼에 참여해 역대 최고 참가자들을 상대로 퀴즈를 풀고 우승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감 교수는 실제 자신의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 책 약력에 ‘인공지능 왓슨 개발’이라고 적었고, 본문에서도 “당시 IBM은 체스 다음으로 퀴즈를 푸는 인공지능 왓슨을 개발하고 있었고 나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쓴 바 있다. 신 의장은 자신의 유튜브에서 “감 교수는 나에게 ‘2’ 저자 논문을 대표 논문이라고 홍보했다며 비판했지만 정작 본인은 한 일도 없는 일을 적어 놨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이 나오자 감 교수가 과거 방송에 출연해서, 혹은 강연에서 한 말들이 다시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과거 여러 방송에서 “왓슨 개발에 ‘간접적으로 참여했다”고 표현하면서 제퍼디 퀴즈쇼나 인공지능을 설명하는 장면이 발굴됐다. 신 의장은 “감 교수가 비판한 기준으로는 본인은 매장당해야 한다”며 내로남불을 지적했다.
워낙 팬층이 두터웠던 만큼 물론 감 교수를 응원하는 댓글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전체 개발에 참여했으면 개발에 동참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조금 사실 관계 문제가 있을 순 있어도 꼬투리 하나 잡고 물고 늘어진다는 생각밖에 안든다”고 감 교수를 옹호하는 댓글도 있었다.
반면 수도권 한 대학 교수는 “왓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알려져, 인공지능 강연이나 방송에 나가서 수입을 얻었다. 하지만 왓슨 프로젝트 관계자가 참가한 게 아니라고 확인해줬다”면서 “감 교수 논문 중에 인공지능 개발 자체가 없었는데,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알려져 인공지능 강연, 방송 출연으로 돈을 벌었다. 이건 유명한 빌딩 지을 때 벽돌 옮겨놓고 ‘그 건물 설계했다’고 말해 강연 나가 돈 번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감 교수는 결국 “저는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에 ‘왓슨 개발에 참여했다’라고 썼습니다만, 입출력 시스템을 연구했을 뿐이니 왓슨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 책 출간 이후에도 몇몇 매체에서 그와 같은 표현을 계속 썼으며, 그렇게 소개될 때에도 바로잡지 않았습니다. 이에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고자 합니다”라면서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은 절판하고, 알파고 사건 이후 지금까지 모든 외부활동으로 올린 수입은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며 수입 내역과 입금증을 첨부했다. 또한 감 교수는 “앞으로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 독자를 비롯한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작성했다.
이 같은 사과문에 지지 댓글과 좋아요가 쏟아졌다. 페이스북 친구 혹은 팔로어들은 “교수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자신에게 엄격한 지식인의 자세였다. 존경한다”, “자숙해야 할 분들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도 되는 분들만 자숙하게 만드는 사회다”, “자숙이 아닌 휴식의 시간이 되시길 기원한다. 돌아와 달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에 대해 앞서의 교수는 “다른 분야면 몰라도 교수, 학자는 조작이 가장 심각한 죄다. 조작으로 돈을 벌었으면 해당 업체에 사과하고 돈을 돌려줘야지 왜 자신 이름으로 딴 곳에 기부를 하냐”고 질타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