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투자 진행한다며 법인에 수십 억 투자 받아…보유 주식 없고 채굴기 전기료도 못내 가동 중단
모카골드 조효연 씨 오프라인 행사 홍보 이미지.
모카골드 조효연 씨 자주 했다는 말이다. 조 씨는 모카골드라는 필명으로 주식 분야에서 투자전문가로 활동했다. 그는 ‘사람들이 무지해서 외국인한테 국익을 수탈당한다’면서 ‘주식 계몽운동’을 펼쳐 외국인에게서 지켜야 한다‘며 자신을 ’이순신‘에도 자주 비유했다. 그가 자신보다 회원을 더 생각하는 듯한 그 말과 주식 계몽운동에 그를 믿고 따랐던 사람들이 많았다. 조 씨가 운영하는 ‘모카골드 경제연구소’라는 카페는 약 5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할 만큼 인기가 많았다. 경제 전문 케이블 채널에도 빈번하게 출연해 주식 시황을 해설해주기도 할 정도로 유명했다. 주식 실전투자 강의를 제공하는 ‘모카 아카데미’에서는 10여 개의 강의를 35만 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조 씨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을 모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도 8개 이상 운영하면서 ‘선생님’이라 불렸다. 조 씨는 강의를 수강하는 사람들을 ‘제자’라 불렀다. 조 씨는 강의를 수강하거나 단톡방에 있는 사람이 추천해준 종목이 떨어졌다고 하면 ‘OO 강의 10번 수강하고 오라’거나 ‘공부 더하라’는 말로 야단쳤다.
‘선생님’이라 불려서 모카샘이 애칭인 조 씨. 그가 결혼할 때 단체 채팅방에서 축의금 1000만 원을 모아 전달했다고도 한다. 그러던 조 씨가 최근엔 회원들에게 ‘사기꾼’이라 불리며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그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사람이 수천 명에 달한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과거 그가 세운 모카컴퍼니, 모카테크라는 기업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가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주식과 파생상품이었다. 2017년 주식 시장 대세 상승기가 그가 명성을 얻은 시점이었다. 조 씨가 특정 종목을 추천하면 대세 상승기를 타고 족집게처럼 올랐기 때문이다. 피해자 A 씨는 “돌아보면 사실 별다른 기술은 알려준 적이 없다. 주식 시장이 활황이니까 찍어준 종목이 오른 것 같다”라며 “10개 정도 종목을 추천하고 떨어지면 추가 매수하고 버티라는 이야기 말고는 딱히 대단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모카골드 조효연 씨가 운영하는 ‘모카아카데미’에서 조 씨를 소개하는 페이지
조효연 씨는 오프라인 강연도 자주 했는데 그곳에서도 그의 철학은 마찬가지였다. 피해자 B 씨는 “조 씨가 ‘무조건 2019년에 코스피 3000 간다. 이번이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면서 “조 씨가 찍어준 종목을 검색해 보니 다 올라 있어 너무 믿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불리한 종목 이야기한 건 삭제하거나 수정했던 것 같다. 과거 이야기를 지적하는 회원들은 카페에서 강퇴당하기 일쑤였다”고 설명했다.
대세상승기여서인지, 조 씨가 정말 추천을 잘했는지 혹은 그런 글만 남겼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2017년 사람들이 간증하듯 수익을 봤다고 그에게 감사해하는 글이 남아 있다. 그는 ‘과거에 아빠는 왜 강남에 땅 안 샀어’란 질문처럼 미래에 자식이 ‘코덱스 레버리지 왜 안 샀어’라고 물어보면 뭐라 할 거냐고 말하기도 했다. 모카골드 측에서는 자신감 있게 “자식에게 물려줄 마음으로 코덱스 레버리지 ETF를 사서 5년간 열어보지도 말고 갖고 있으라”고 했다. 레버리지는 지수가 1 오를 때 1.5~2배 이상 수익을 볼 수 있는 상품이다. 반면 1 내려가면 1.5배~2배 이상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조 씨 피해자모임 카페에서는 조 씨의 이 같은 말에 코스피가 고점을 찍을 때 코덱스 레버리지를 산 사람만 수천 명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은 ‘투자자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조 씨를 두고 피해자 모임이 결성된 건 조 씨가 단순히 주식추천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다. 2017년 8월 조 씨는 ‘모카컴퍼니’ 법인을 만들었다. 조 씨는 모카컴퍼니가 추후 설립될 모카투자증권의 지주회사가 될 곳이라고 얘기했다. 조 씨는 ‘모카컴퍼니는 1000억 원 가치이고, 이곳에 지분투자를 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조 씨 말에 따르면 1000억 원 가치에 이르는 모카컴퍼니의 지분을 2017년 9월 0차, 1차 펀딩에서는 주당 3만 7500원에서 투자받기 시작해서, 2차 때는 1주 가격이 12만 5000원까지 올랐다. 조 씨는 모카컴퍼니의 한 주당 금액이 12만 5000원이지만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 1주 가격이 3억 원이라는 얘기도 했다.
모카컴퍼니가 투자자들의 항의에 만든 사업보고서.
모카컴퍼니는 조 씨가 직접 투자를 진행하는 사업이 큰 축이고 이외에도 채굴기 사업을 포함한 암호화폐 사업도 진행한다고 홍보했다. 여기에 태양광이나 부동산 투자도 진행한다고 했다. ‘모카샘’을 믿었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 펀딩에 참여했다. 피해자 C 씨는 “당시 족집게 주식 실력을 믿었던 조효연 씨가 사람들에게 투자받은 돈으로 직접 투자를 진행하면 최소한 손실은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당시 모카컴퍼니에서 제공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2017년 12월에는 월 수익 1억 원, 2018년 3월에는 월 수익 2억 원, 2018년 9월에는 월 수익 3억 원을 목표 실적으로 제시했다.
모카컴퍼니가 투자금을 모집할 때 제시한 목표실적.
투자는 600만 원 기준으로 가능했다. 또한 1차까지는 모카컴퍼니 주식만 살 순 없었고, 주식과 함께 채굴기 사업에 투자해야 참여할 수 있었다. 조 씨는 주식 600만 원과 420만 원을 얹어 1020만 원을 투자하면 채굴기까지 한 대 분양받을 수 있는 상품을 사라고 권유했다.
피해자들 말에 따르면 조 씨는 “나는 하루에도 큰 돈을 만들 수 있다. 사업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자’들의 노후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나중에 회사가 잘되어서 크루즈 선을 띄우고 각국으로 돌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할 것이다”는 원대한 계획도 밝혔다고 한다.
피해자 A 씨는 “당시 조 씨가 채굴기 사업을 권하면서 ‘이더리움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이더리움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는 채굴기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했다. 모카골드라는 이름 값을 믿고 사람들이 여러 대를 앞다퉈 구매했다”며 “한 대에 450만 원 정도였던 채굴기는 다른 업체와 가격을 비교해봐도 훨씬 사양이 좋지 않았다. 한 대당 마진도 최소 100만 원 정도 남았다. ‘항상 스승과 제자를 강조하는 모카샘이 왜 이렇게 마진을 많이 남길까’라고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모카컴퍼니가 세 차례 정도 더 투자를 받은 뒤 2018년으로 넘어가면서 조 씨는 모카컴퍼니 투자는 마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 씨는 새롭게 ‘모카테크’라는 회사를 세우고 모카테크에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조 씨가 새롭게 만든 모카테크는 표면상 암호화폐 투자에 더 치중하는 회사였다. 모카테크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50%가 암호화폐 사업이었고, 15%가 채굴기 사업, 15%가 주식 투자, 10%가 공익사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모카컴퍼니에 이어 조 씨가 새롭게 만든 모카테크 포트폴리오. 모카테크 사업보고서 캡쳐.
이렇게 모은 돈은 추산하기로 모카컴퍼니 약 41억 원, 모카테크 약 18억 원 정도다. 이 금액은 조 씨가 밝힌 금액이라 확실하지 않을 수 있는 데다 채굴기에만 직접 투자한 사람도 있어 총 액수를 정확히 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조 씨가 이렇게 거액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지만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2018년 암호화폐가 끝없이 추락하면서다.
크루즈를 타고 세계에 봉사하러 가겠다는 조 씨의 원대한 꿈도 급속도로 무너졌다. 빛나는 비전을 드러냈던 회사가 순식간에 위기라는 말도 돌았다. ‘회사가 도대체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투자자들 말에 ‘조 씨가 회사가 수억 원씩 적자가 났고 소송 때문에 위기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모카컴퍼니는 투자 받은 돈 중 큰 폭을 주식 투자에 쓰겠다고 했는데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1주도 없어 사실상 ‘사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조 씨의 능력이 뛰어난 줄 알고 돈을 입금한 사람들은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왜 갑자기 회사가 어려워졌는지, 어디에 돈을 썼는지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채굴기 가동에 쓰이는 전기료를 못내서 전기가 끊기고, 채굴기 부품비도 안내서 부품 업체에서도 압류가 걸리고, 태양광도 대출 최대로 받아서 샀다는데 도대체 그 많은 돈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며 “어렵다고 하는데 왜 어려운지, 모카 측에서 만든 사업 보고서도 끼워 맞추기 식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이 생각했다. 뭐 하나 투명하게 공개된 게 하나도 없이 펀딩과 채굴기를 판 셈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수억 원까지 투자한 투자자도 모카골드 측이 모은 최소 몇 십억 원에 달하는 투자자들의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모르고 있었다. 피해자 C 씨는 “주주들이 의심하는 건 과연 조 씨가 회사를 살릴 의지가 있냐는 거다”라며 “투자 받은 돈을 제대로 회사운영에 사용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2019년 4월에서 6월이면 바로 수익이 가능하다고 했던 태양광 사업도 진행된 것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더군다나 전기요금이나 관리비조차 못 내 전기 공급이 중단된 상태였고 채굴장은 자리를 빼야 할 위기였다. 암호화폐나 암호화폐 채굴기에 투자한 사람들은 최소 수백만 원을 채굴기 사는 데 내고 관리비도 매달 약 15만 원씩 냈지만 전기요금 낼 수익조차 벌 수 없었다. 채굴기에 투자한 피해자 D 씨는 “관리비 및 전기료로 매달 약 15만 원을 내야 하지만 수익이라고 주는 돈은 5만 원 선이었다”며 “10만 원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었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 조 씨가 관리비를 10만 원, 7만 원으로 깎아줬지만 투자자들의 손해는 계속됐고 2달 뒤 결국 가동이 중지됐다.
결국 조 씨는 투자자들에게 채굴기를 도로 가져가라고 했지만 450만 원에 구입한 채굴기는 계약서에 정확한 채굴기 사양을 기재하지 않고 최고급 사양의 채굴기를 제공한다 되어 있어 당연히 당시 최신 기종인 8개 그래픽 카드가 들어간 모델(8Way)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6개 그래픽 카드가 들어 있는 모델(6Way)였다. 또한 1차 펀딩을 포함해 초기에는 비교적 최신 기종인 GTX 1060 6G에서 시작해 차수가 넘어가면서 RX570 8G, RX570 4G, RX470 8G, RX 470 4G 등 차수가 지날수록 오히려 성능이 떨어지는 부품이 탑재돼 있었다. 같은 차수임에도 어떤 사람은 더 좋은 기종을 또 다른 사람은 낮은 기종을 받기도 해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1년 만에 중고로 판다고 해도 약 20만~30만 원 건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모카골드 조효연 씨가 낸 책 ‘2018 주식투자 예언서’.
조효연 씨 때문에 5만 명 회원은 모카컴퍼니, 모카테크 주식에다 채굴기와 코덱스 레버리지까지 수 차례 피해를 보게 됐다. 피해자 B 씨는 “모카골드 경제연구소 5만 명 회원 중에서 조 씨 능력을 믿고 투자한 수천 명이 모카컴퍼니, 모카테크, 채굴기 등 여러 번 당했다”고 말했다. 조 씨 말을 듣고 한 레버리지 상품을 샀다는 E 씨는 “회원들은 보통 2만 5000원 정도에 샀는데 현재 9000원대다. 조 씨가 ‘홀딩 계좌다’, ‘매도 금지령이다’라고 해서 계좌를 안 봤는데 본전이 될 수 있을까 우울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D 씨 경우에는 강의료 등은 받긴 했지만 추천해주는 선에 그쳐 법적 조치를 할 수 없다.
반면 모카컴퍼니나 모카테크 혹은 채굴기 피해자들은 조 씨를 고소한 상태다. 펀딩 소송은 2018년 11월부터 진행되고 있고, 채굴기 소송은 2019년 1월부터 시작됐다. 아직 이 소송은 명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 피해자들은 ‘답답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피해자들은 “투자자들이 조 씨 실체를 알고 난리 났을 때도 돈을 반환하거나 반성은커녕 개인 블로그는 댓글 삭제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강좌를 파는 모카 아카데미도 여전히 운영 중이다”라면서 “항의하는 글은 삭제하고 좋은 글만 남아 있는 걸 보고 속아서 수강하면 35만 원 벌 수 있기 때문인지 추가적으로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는데도 굳이 홈페이지를 닫을 생각도 없을 것 같다. 정말 반성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모카골드 조효연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