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한서희 상대로 협박 의혹까지 제기되자 결국 “YG 모든 직책과 업무 내려 놓겠다” 선언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이 2016년 소속 가수의 마약 투약 혐의를 협박으로 덮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SBS ‘K팝 스타’ 캡처
더욱이 그를 향한 ‘저격수’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빅뱅의 멤버 T.O.P(탑, 본명 최승현)의 전 연인으로 알려진 한서희가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저격하고 나선 것이다.
한서희는 현재 두 가지 사건에 연루돼 있다. 하나는 탑과의 대마초 및 액상 대마 흡연 혐의이고, 다른 하나는 보이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B.I, 본명 김한빈)에게 LSD를 교부하고 함께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다. 이 두 사건은 지난 2017년 탑과의 대마 사건이 정식 재판으로 넘겨진 뒤 하나의 사건으로 병합돼 선고가 확정된 바 있다.
한서희와 YG의 악연은 2016년에 집중돼 있다. 먼저 2016년 4월이다. 비아이가 한서희에게 환각제인 LSD를 대량 구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한서희는 2016년 5월 3일 서울 마포구 아이콘의 숙소 앞에서 자신이 구매한 LSD를 비아이 측에 넘겼다. 웃돈을 받고 ‘판매’한 것이 아니라 정가(?)를 주고 넘겼기 때문에 이후 열렸던 재판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교부’ 혐의가 적용됐다는 게 한서희의 주장이다.
비아이 마약 사건을 두고 양현석에게 협박을 당했다고 밝힌 한서희. 이 사건의 공익제보자로 알려져 있다. 사진=한서희 인스타그램 캡처
이 시기는 마침 YG의 유명 스타일리스트 Y씨가 대마초와 코카인 투약 혐의로 검거된 때와 맞물린다. 2016년 5월 그의 검거 소식이 YG 내부에도 알려지면서 언론의 시선이 YG에 집중됐다. 앞서 지드래곤의 대마나 박봄의 마약 밀반입 등 ‘마약’과 관련한 의혹이 계속해서 터지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YG였다. 특히 빅뱅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스타일리스트의 코카인 혐의가 불거지자 YG는 언론의 추가 취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 YG의 ‘자체 마약 검사’다. 언론과 경찰이 털기 전에 먼저 내부적으로 확인에 나섰다는 것이다. 여기서 비아이의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러자 YG 소속의 또 다른 보이그룹 ‘위너’의 멤버 이승훈과 YG 관계자가 한서희에게 연락해 사실 확인과 입막음에 나섰다는 것이다. 2016년 6월의 일이다.
이후 2개월 만인 2016년 8월, 한서희의 마약 공급책 A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달 22일 한서희가 서울 자택에서 긴급 체포됐고, 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비아이가 ‘고객’으로 특정됐다. 한서희는 비아이에게 LSD를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고, 경찰 역시 비아이를 LSD 구매자로 특정해 내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일주일 뒤인 8월 30일 3차 조사에서 한서희는 돌연 진술을 번복한다. “비아이에게 LSD를 구해다 주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비아이에 대한 경찰의 내사도 중단됐다. 유력한 증거인 피의자의 진술이 뒤집혔기 때문에 마땅히 수사를 진행할 명분이 없었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마약 논란으로 그룹에서 탈퇴한 비아이. 사진=‘비디오스타’ 캡처
이 ‘진술 뒤집기’에 대해 한서희가 3년 만에 입을 열었다. YG의 외압이 있었다는 것이다. 수장인 양현석이 직접 한서희를 불러 ‘진술 번복’을 요구했다는 게 한서희의 주장이다. 1차 조사 바로 다음 날인 8월 23일의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양현석이 한서희의 휴대전화를 빼앗은 뒤 “네 꿈이 가수라며? 너는 연예계에 있을 애인데, 내가 너 망하게 하는 거 진짜 쉽다”고 협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협박과 “변호사를 붙여주겠다”는 회유로 결국 비아이의 마약 혐의 진술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비아이의 마약 건은 적극적인 마약 구매 의사 정황과 “너랑은 같이 (약을) 해 봤으니까”라는 경험담까지 확보했음에도 경찰은 당사자를 소환조차 하지 않은 채 종결했다. 양현석의 발 빠른 대처 덕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6월 발각된 빅뱅의 멤버 탑의 대마초 흡연 건은 그렇지 못했다. 이 건 역시 경찰이 한서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비아이로는 ‘플리바게닝’을 하지 못하게 된 한서희가 대신 연인이었던 탑을 폭로한 셈이다. 2016년 10월 초 3차례에 걸쳐 서울 용산구 한남동 탑의 자택에서 대마초와 액상대마를 흡연한 혐의였다.
당시 탑은 의경으로 입대해 군 복무 중이었기 때문에 경찰이 YG보다 더 빠르게 접촉할 수 있었다. 탑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모발 등을 채취해 국과수 감정을 의뢰한 결과 대마초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후 재판 결과 유죄가 확정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지난 2017년 대마 흡연 혐의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사진=임준선 기자
경찰이 빨랐다고 한들, YG가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에 의아해 하는 시선도 많았다. 특히 빅뱅은 현재 YG에 남아 있는 유일한 ‘캐시 카우’이고, 탑은 그 중에서도 지드래곤에 이어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인기 멤버다. 그런 그의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고 판결에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된 것과, 사건 관계자에게 직접 변호사를 붙이고 진술 번복을 요구한 비아이 사건의 차이에 눈길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LSD의 투약이나 소지, 매매 등 혐의에 대마보다 더 엄격한 처벌이 내려지기 때문에 대처를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LSD는 아주 소량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코카인의 100배, 메스암페타민의 300배에 달하는 강력한 환각 효과를 가져오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변호사는 이어 “비아이의 경우는 본인이 LSD를 적극적으로 구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증거는 있지만 투약의 증거는 없기 때문에 한서희가 ‘구해다 주지 않았다’고만 이야기해도 덮을 수 있었다. 그러나 탑의 경우는 이미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에 뒤늦은 대처가 큰 소용이 없었을 것”이라며 “대마를 피운 뒤에 복귀하는 연예인은 있어도 필로폰이나 LSD를 투약하고 복귀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경중을 따져서 (양현석이) 손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현석은 한서희의 폭로에 대해 “(2016년 8월 23일) 한서희를 만난 것은 맞지만 변호사를 붙인다거나 협박 등의 행위는 일절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14일 오후에는 공식입장을 내고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 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며 YG의 모든 직책과 업무를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