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시스 둘러싼 일감 몰아주기와 복잡한 합병…이호진 부자 그룹 정점 티알엔 사실상 개인회사처럼 지배
#티시스…또 티시스
티시스(편의상 티시스3)는 1981년 9월 28일 골프장 운영 등을 목적으로 세워진 회사다. 원래 이름은 태광관광개발인데, 지난해 IT·부동산관리 등을 영위하던 구(舊) 티시스(티시스2)를 흡수 합병하면서 간판을 바꿨다.
주목할 회사는 티시스2다. 원래 이호진 전 회장 가족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던 골프장 운영회사로 이름은 동림관광개발이다. 2012년까지 매출액 36억 원에 영업손실 140억 원으로 경영난을 겪었다. 2013년 부동산관리회사 티알엠, IT서비스업체 티시스(티시스1)를 합병하면서 회사 이름을 티시스(티시스2)로 바꾼다. 이때 피합병 기업들 역시 모두 이 전 회장 일가의 개인기업들이었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 그룹 주력사들의 지분도 갖고 있었다. 그룹의 일감 회사들을 하나로 묶은 셈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가 ‘고가김치 판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11년 1월 21일 오후 이호진 전 회장이 수천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으로 들어서는 모습. 일요신문DB.
합병 이후 티시스2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김치 고가 판매도 이때부터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2015년에는 매출액이 3000억 원을 돌파하고, 매출이 3400억 원이 넘은 2016년 순이익은 260억 원에 육박한다. 2016년에는 초고가 김치를 만들어 팔던 식음료 부문을 태광관광개발에 불과 11억 원에 매각한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선 우량기업으로 변모한 티시스2는 2018년 또 한 번 변신에 돌입한다. 먼저 그룹 계열사 지배부분을 떼어내 이 전 회장 부자가 지배하는 티알엔(구 한국도서보급)과 합병시킨다. 이어 이 전 회장은 보유지분 49.54%를 태광산업에 무상증여했다. 끝으로 티시스2를 태광관광개발에 흡수시켜 티시스3를 만든다. 이미 티알엔에 알짜를 떼어준 티시스2는 ‘껍데기’뿐인 회사였다.
#절묘한 합병과 무상증여
합병 직전회계연도인 2017년 티시스2는 자산 6111억 원, 자본총계 1863억 원, 매출액(2017년 말) 2207억 원에 순이익 163억 원이었다. 그런데 2018년 태광관광개발(티시스3) 감사보고서를 보면 합병 당시 티시스2의 기업가치를 자산 3740억 원, 부채 3696억 원, 순자산 24억 5876만 원으로 평가했다.
합병 전인 2017년 말 태광관광개발은 자산 2800억 원, 자본총계 2008억 원에, 매출과 순이익은 349억 원, 69억 원이었다. 합병은 태광관광개발이 티시스 주주들에게 282만 주의 신주를 발행해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합병 전 태광관광개발의 발행주식수가 663만 6000주였다. 순자산이 한참 적은 티시스2의 기업가치를 태광관광개발의 42%나 쳐준 셈이다. 덕분에 이 전 회장의 아들인 이현준 씨가 새롭게 티시스3의 지분 11.3%를 갖게 됐다.
2018년 이 전 회장이 보유 중이던 티시스2 지분 49.54%를 태광산업에 무상증여하면서 밝힌 평가액은 1067억 원이다. 합병 당시 평가한 티시스2의 전체 순자산 24억 5876만 원과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연간단위 재무제표만 공개되는 비상장사 특성상 외부에서는 웬만해서 2018년 상반기에 있었던 티시스2의 변화를 읽어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 공고해진 이호진 일가 지배력
티시스1에서 티시스3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이 전 회장 측은 상당한 이익을 봤다. 일감을 바탕으로 개인회사 경영을 개선시켰고, 그룹 지배력은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이 전 회장 부자는 티알엔을 중심으로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지분율을 자랑한다.
태광산업은 이 회장이 29.4%. 티알엔이 11.2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분율로는 40.62%지만 발행주식의 24.41%에 달하는 자사주를 감안하면 의결권 보유비중은 53.67%가 된다. 대한화섬도 이 회장(20.04%)과 아들 이현준 씨(3.15%), 티알엔(33.53%)의 지분율이 56.72%이고, 자사주(발행주식의 15.41%)를 감안한 의결권 비중은 무려 67.05%다. 또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한 티알엔은 이 회장과 아들인 이 씨의 지분율이 각각 51.83%, 39.36%인 사실상 개인회사다. 이현준 씨가 티시스3의 지분까지 유동화하거나 주요 계열사 지분과 맞바꾼다면 현재보다 그룹 지배력을 더 높일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