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들 사업 다각화로 곳간 불리는 반면 ‘리테일 분야 집중’ 키움은 영업이익 뒷걸음질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연합뉴스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56곳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 460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5146억 원의 당기순이익과 비교하면 무려 183.8% 급증했다. 2분기 수익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과거 주식거래 수수료에 의존했던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IB(투자은행), 자산관리부문, 부동산 투자 등 다양한 수익원 확보가 바탕이 된 덕이다. 실제 수수료 수익 중 IB부문은 34%, 자산관리부문은 11.4%를 차지했고, 수탁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9.7%에 불과했다. 2015년 수탁수수료 비중이 57.9%로 절반이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권사들의 수익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대형 IB 육성정책을 강조하면서 대형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이 투입된 IB 연계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서 ‘주식시장 점유율 1위’ 키움증권의 고심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키움증권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사용자 편의성을 확보한 거래시스템 구축과 최저 매매수수료율로 지난해 말 개인투자고객 점유율이 25%에 달했다.
키움증권은 개인투자고객 주식거래 부문에 강점을 갖고, 이를 강조하다보니 사업 포트폴리오 내에 리테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실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5개 대형 증권사의 경우 리테일 비중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올해 1분기 기준 10~3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키움증권 역시 그 수치가 줄고 있긴 하지만 아직 45%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한때 90%에 육박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키움증권의 강점으로 꼽혔던 이 부분이 키움증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개인고객들의 주식거래 수수료를 통해 성장했지만 리테일 부문은 주식시장의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올해 들어 주식시장에 불황이 찾아오면서 사업 포트폴리오가 단순한 키움증권은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증권사들의 실적은 채권 운용 규모와 ELS(주가연계증권) 조기상환 규모 등이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운용 이익이 늘어나 증권시장 거래 부진에 따른 낮은 실적을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채권운용과 ELS 판매 규모가 작아 이에 따른 실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 키움증권의 채권 보유율은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상위 3개 증권사 대비 20%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키움증권은 2014년 5942억 원에서 2015년 8233억 원, 2016년 9437억 원, 2017년 1조 2163억 원, 지난해 2조 1467억 원으로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17년 3158억 원에서 지난해 2890억 원으로 8.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2402억 원에서 1932억 원으로 19.6% 줄었다. 다만 지난 1분기에는 매출 7348억 원, 영업이익 2026억 원, 당기순이익 1587억 원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8%, 77.4%, 81.6% 상승했다.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2분기 순이익은 670여억 원으로 예상된다. 1분기(1587억 원)보다 절반 넘게 감소한 수준이다.
이러한 실적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대신증권, 교보증권, 현대차증권 등 증권사 종목들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키움증권 주가는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1분기 깜짝 실적으로 지난 4월 3일 9만 4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현재 8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키움증권도 IB와 PI(자기자본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리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한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2017년에는 키움프라이빗에쿼티(PE)를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키움캐피탈을 만들었다. 지난 5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따는 데 실패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려던 것 역시 그 일환이다. 업계에서는 IB 분야 등에서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성과가 낮은 키움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미래성장의 유일한 돌파구로 보는 만큼 재도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채권운용 비율이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낮다보니 시장 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타사의 실적이 좋아진 것이지, 키움증권 실적이 못한 것은 아니다”라며 “키움증권이 가지고 있는 리테일 부문의 특화된 장점을 이어나가면서 사업 다각화를 통해 IB, PI 등에서도 경쟁력을 키워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증권사 진입 규제 완화, 큰 변화 가져올까 금융당국이 신규 증권사 설립 문턱을 낮추기로 함에 따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전문화·특화 증권사로 한정됐던 증권업 신규 진입이 종합증권사까지 확대 허용된다. 한 개 그룹이 증권사 한 곳, 자산운용사 한 곳만 둘 수 있도록 제한하는 정책도 폐기해 한 개 그룹이 복수의 증권사나 운용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증권사가 업무영역을 확대할 때 인가가 아니라 등록만으로 가능하도록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까다롭게 적용해왔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도 완화된다. 금융당국의 발표 후 증권업계에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기업이 증권업에 진출하는 데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초 지주사 체제를 재출범했지만 아직 증권업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도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증권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라이선스 등으로 설립에 문제를 겪는 회사들이 있었다“며 ”설립 문턱이 낮아지면 헤지펀드 운용이나 부동산 투자 등 특화된 증권사들이 많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는 2년 전부터 있었는데 금융당국이 계속 미루다 이제야 발표한 것”이라며 “이미 대형 증권사들은 기틀을 갖춘 상태여서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서비스 이용 고객의 이동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앞의 관계자는 “기존 증권사들이 최근 무료 수수료 경쟁 등 프로모션을 활발히 진행하면서 주식거래 계좌 개설이 늘어나는 효과는 봤다“며 ”하지만 거래까지 이어지는 실이용자가 이동하는 변화까지는 없었는데, 이미 굳어진 구도를 바꾸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증거”라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