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계좌 신용이자율 높아…신규고객 확보 ‘이자장사’ 총력
저녁에도 불을 밝히고 있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 건물 전경. 박은숙 기자
올해 들어 증권사들의 주식거래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3월 말까지 비대면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온라인 국내 주식 수수료를 평생 면제해주는 ‘영원히 0원’ 캠페인을 진행했다.
삼성증권이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더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은 지난해 직원들의 유령주식 배당 사고로 6개월간 신규 증권계좌 개설 정지 처분을 받은 탓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2월에야 영업을 재개했다.
NH투자증권은 모바일증권 서비스 ‘나무’에서 비대면계좌를 개설하고 주식거래를 개시하면 수수료를 평생 면제해주는 이벤트의 기간을 1년 연장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월 말까지 모바일을 통해 다이렉트 계좌를 개설하는 신규고객에게 2025년까지 국내 주식 온라인 거래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한 것에 더해 현금 1만 원을 지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6월 말까지 스마트폰 앱이나 뱅키스 다이렉트를 통해 주식계좌를 계설하는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프리 포에버, 평생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를 통해 한국투자증권 주식계좌를 최초 개설한 고객에게는 총 2만 원(카카오뱅크 1만 원+주식계좌 1만 원)을 입금해 준다. 미래에셋과 함께 증권사들이 현금을 주면서까지 신규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이 같은 혜택을 앞세워 신규고객 확보에 나선 것은 지난해 하반기 국내 증시 하락세 여파가 실적 악화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면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5개 대형 증권사들의 지난해 4분기 수익은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 미래에셋대우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2% 낮아진 269억 원에 그쳤다. NH투자증권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83% 감소한 11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순이익 87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9% 감소했으며, 삼성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376억 원 순이익을 보였다. KB증권은 오히려 32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비대면계좌 수수료 무료를 강조하는 삼성증권 광고. 사진=삼성증권 홈페이지
이처럼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은 주수입원으로 알려진 주식거래 수수료를 포기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일반 개인고객의 주식거래 수수료는 이제 수익이 안 된다고 판단, 무료 이벤트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거래 수수료 수익에서 개인 고객이 차지하는 부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기관의 거래에서 받는 수수료가 크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은 개인 고객의 수수료를 포기하는 대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게 낫다고 설명한다. 확보한 고객들이 부가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이 늘어나면 예탁금도 늘어나고 이를 증권금융에 맡겨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며 “또 고객들이 신용이자를 이용하거나 주식담보대출을 받기도 하는데, 이들 서비스에 대한 이자수익이 더 높다”고 말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일정한 이자를 내고 주식 매수 자금을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신용공여 이자율은 증권사별로 기간·고객등급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국내 제2금융권, 저축은행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대면계좌가 영업점 대면 계좌에 비해 이자율이 더 높다. 하나금융투자는 12%의 이자율을 비대면계좌에 적용한다. 같은 등급과 비교하면 대면에 비해 3%포인트 높다. 대신증권도 30~59일 기간의 신용거래 이자율이 영업점은 7%지만 비대면계좌는 11%까지 올라간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다이아몬드등급 고객의 경우 영업점 금리가 6~7.2% 수준인 데 비해, 비대면계좌는 9%로 일괄 고정돼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25%포인트, 삼성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은 영업점 대면 계좌와 비대면 계좌 사이 이자율이 1.5%포인트가량 차이를 보인다.
증권사들의 수수료 무료 이벤트는 고객들을 비대면계좌 개설을 유도하고 있다. 현재 증권사 신규계좌 중 비대면계좌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체 활동 계좌에서도 30%가량이 비대면계좌다. 결국 증권사들이 ‘개미’ 고객들을 유치해 주식담보대출, 신용공여 등을 통해 이자 장사를 해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증권사 30곳의 지난해 신용거래 이자수익은 8485억 원으로 2017년(6332억 원) 대비 34% 늘었다. 증권사별로 보면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가 1474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키움증권(1171억 원), NH투자증권(822억 원), 한국투자증권(818억 원), 삼성증권(818억 원), KB증권(657억 원), 유안타증권(447억 원), 하나금융투자(320억 원), 대신증권(312억 원), 유진투자증권(246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고자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해 이들을 대상으로 이자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주식거래 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 등을 진행하면서 그 이면의 높은 이자율을 알리지 않는 것은 고객들을 기망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