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의 3년 전과 현재 주가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99년 6월 3만원대에서 3년 뒤인 현재 3백원대로 무려 1백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 회사의 주가가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껌 한 통값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폭락한 배경에는 반도체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실패와 하이닉스 경영진의 경영과실 등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다.
그러나 최근 이 회사의 주가를 보면 정부의 정책 실패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이닉스의 발행 주식수는 10억 주에서 지난 6월 초부터 기존 주식수의 5배인 52억 주가 됐다. 가뜩이나 주식수가 많아 휴지 조각처럼 돼 버린 이 회사의 주가가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
이 회사의 주식수가 늘어난 것은 지난 1일 채권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3조원 규모의 전환사채(CB)가 보통주로 전환됐기 때문. 이번 전환으로 42억2천만 주가 추가로 발행됐고 지난 7일부터 증시에 상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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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하이닉스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들의 부작용이 일기 시작한 것. 정부는 하이닉스가 유동성 위기를 맞자, 시중 금융기관들에게 하이닉스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대거 인수케 했고, 대출금 중 일부는 출자전환을 지시했다.
따라서 채권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의 뜻과는 전혀 관계없이 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하게 됐고, 처분이 가능하다면 손해를 무릅쓰고 처분하기 바쁜 상황.
이에 따라 하이닉스 소액주주들은 주가 폭락을 우려, 지난 5월 말 채권단을 상대로 전환사채 출자전환 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법에 제기했다.그러나 법원은 하이닉스와 채권단의 거래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채권단의 손을 들어줘 이번 하이닉스 주식 홍수사태가 벌어진 것.
하이닉스 주식값은 채권은행들이 전환하기 시작한 지난 5일부터 하루 수천만 주씩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 연 이틀간 하한가를 기록하며 끝없이 추락했다.
이렇게 되자 하이닉스 소액주주들은 “정부의 정책 실패로 개미들만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연말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정부도 하이닉스 주가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지만, 매각외 다른 방법이 없다는 데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하이닉스반도체는 매각외 대안이 없다”며 “마이크론도 매각을 위한 재협상에 응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각을 최선의 방법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하이닉스 주가는 현재의 3백원선이라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현대증권 관계자는 “현재 하이닉스의 주가는 발행주식수와 경영실적으로 볼 때 적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도 하이닉스의 주가는 당분간 3백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이닉스의 주요 채권은행인 외환, 우리, 조흥, 산업은행 등이 출자전환으로 보유한 35억 주가 올해 말까지 매각을 제한받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보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하이닉스 주가 상승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실제 이 회사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조차 하이닉스의 회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시중은행 중에서는 가장 뒤늦게 하이닉스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높이는 작업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지난 5월 말 하이닉스 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4월 말 25%에서 32% 수준으로 쌓았다.
이 은행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앞날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대손충당금 비율을 상향 조정했다”며 “산업은행의 경우 담보채권 비율이 높기 때문에 32%의 충당금 비율은 다른 은행과 비교하면 약 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